만남, 끊임없는 새로운 그것을
빅뱅이후 우주가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삶도 그렇듯 끊임없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것이 현실에 바탕을 두거나 정신적인 문제에 초점을 두거나 변화를 부인할 수 없다.
우주만 팽창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지배하거나 인지하는 영역도 팽창 일로에 있는데,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알아채지 못한 척 살아간다.
새해만 해도 그렇다.
딱, 12월 31일과 1월 1일이 뭐가 다른가?
아침에 일어나고 낮에 활동하다가 저녁이면 졸려 잠자리에 드는 건 다른 날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해가 뜨거나 비나 눈, 혹은 흐리거나, 바람이 불거나 말거나 그건 자연이 하는 일이고 자신은 그냥 거기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나날, 어제나 오늘도 매 마찬가지 날이지 뭐가 특별나다고 달력을 만들어 숫자를 정해 놓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칸막이해 놓을 필요가 있는가?
살던 대로, 하던 일 계속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뭐가 특별나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야단일까?
그러나 이제야 안다.
특별한 날이고 야단법석을 떨어야 마땅하다는 것을, 말이다.
공전 괘도를 따라 한 바퀴 돌아 처음 시작했던 자리로 다시 온 지구의 위치, 살아 있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지구 역시 생명체라는 사실에 대하여 부정할 건더기가 없다.
살아있지 않다면, 어찌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린들 그 위에서 살아낼 수 있을 것인가?
어디 사람뿐인가, 지구와 생존을 동반한 것들이?
이런, 이런 건방진 소리, 지구와 생존을 동반한다고 말했는가?
지구의 품 안에 생존의 둥지를 튼 수많은 것을 헤아리기만도 숨이 가쁠 지경이다.
감이 동반이라 말한다는 것은 건방지고 경솔하다.
지구는 기막힌 일을 해 내고 있다, 자전을 하면서 우리에게 밤과 낮, 일각일각 숱한 변화를 일으킨다, 이것은 지구 역시 살아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자전을 하면서 공전을 하는 기묘한 이 움직임에 우리는 배려 깊은 지배를 받고 있으면서도, 인간인 우리가 무엇이건 지배할 수 있다고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이 시답지 않은 건방짐이 그날이 그날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공전을 하며 출발했던 자리로 다시 온 지구, 그 위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미미한 존재 중에 극히 적은 일부가 인간일진저, 우주의 대단한 위력을 어찌 무시하거나 특별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마치 공기가, 물이, 흔하디흔해 단연히 있어야 할 것이라 가치조차 없단 말과 같다.
우리는 자유재에 대한 금전적 가치만 셈할 뿐 그 귀함이 생명과 같다는 것을 무시해 버리는 경향에 푹 젖어있다.
그래서 해가 바뀜에 대해서도 그 진정한 까닭이나 가치를 무시하거나 모른 척하기도 한다.
매 시각 달라져 가는 자신의 실체에 대해서도 모른 척하며 산다.
우주가 시시각각 팽창하듯이 인간도 끊임없이 자라고 있다, 죽어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지를 향해 다가가거나, 자라나고 있다고 보아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닐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지구도, 또 끊임없이 빙글빙글 돌면서 달려갈 것이다, 그래서 계절도 변해간다.
길목 모퉁이를 돌듯이, 선로를 타고 달리는 기관차가 역에 머물거나 지나치듯이.
광대한 우주에서 지구 또한 지극히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고, 그 지구에 사는 우리는 지극히 미미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다만 사고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특별한 존재이다.
고로 인간은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그 존재의 값을 얻어 챙길 수 있다.
감정의 갈래는 나뭇잎이나 잔가지와 같다, 이성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고의 밑바탕에 밑동 같은 마음이, 영혼이 있지는 않을까?
즐거워하거나, 노하거나, 탐하는 마음이 없다면, 죽은 거와 뭐가 다를까?
열심히 즐거워하고, 화도 내고, 탐도 내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날씨처럼 말이다.
다만, 옳음과 그름은 자전과 공전과 같은 것이려니 생각하며 궤도를 벗어나지만 않도록 조심스럽게 길을 가듯 살아간다면 우주의 짜임새처럼, 어쩌면 영원할 것 같은 존재로 남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엿보인다.
새해, 다시 출발점에 섰다.
작년보다는 더 나은 길이 되도록, 그것이 무엇인가를 알려면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자.
몇십 번을 겪었던 계절이 다시 온다, 그 익숙한 만남이 이번에는 어떤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인가, 자못 기대가 크다.
두 팔을 벌려 새해를 가슴 가득 끌어안고 싶다.
삶은 언제나 벅찬 새로운 만남이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해가 바뀌고 계절이 다시 돌아오는 일이!
인간이기에 많이, 너무도 많이 부족하고, 부족하기에,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주는 자연의 배려가!
인간에 대한 자연의 배려를 고맙고 또 고맙게 받아들일 마음이라면, 한 계단 더 오름과 같지 않을까?
오름은, 살아온 세월만큼 자란다는 말과 같다, 또 목적지를 향해 다가서는 것이라고도 했다.
새해는 더 가까이, 영원한 숙제에 다가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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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