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 량 사 ▒▒

어느 노보살님의 삼천배

이 름	: 청량사	조회수	: 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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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노보살님의 삼천배.

어제는 삼천배 철야정진 입재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은 우리 절 철야정진이 있는 날이지요.
저녁 예불이 시작되기도 전에 산사의 어둠은 짙어만 갑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오후 5시만 되어도 어둠이 밀려와
절에 오르는 이들의 발걸음이 염려됩니다.
특히 노보살님들의 모습을 뵐 때면 더욱 그러하답니다.

이번 철야정진에는 아랫마을에 사시는
80대 노보살님이 동참하셨습니다.
어슴푸레 저녁 무렵 엎드려 걸어오시는 보살님의 모습을 보니,
오르기 사나운 곳에 청량사가 자리해 있는 사실이
송구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철야정진 입재식과 함께 동참하신 분들의
삼천배 정진은 시작되었습니다.
밤이 깊어 갈수록 동참자의 간절한 염원으로
약사여래부처님의 상호는 유난히 온화하십니다.

그 가운데 쉬지 않고 꾸준히 절을 하시는
노보살님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절하시는 모습이 내내 힘들어 보였으나
보살님은 쉬지 않으셨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 찡한 모습이었습니다.
마음이 아파서가 아니었습니다.
모습이 측은해서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80노보살님께서 부처님을 향해 절하는 그 모습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답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이 있어 그러했을지 모릅니다.
맞습니다.
아름다움과 그리움이 뒤섞인
그런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삼천배를 마치시고 법당문을 나서시는
노보살님의 몸은 몹시 힘겨워 보였지만
발갛게 상기 된 그 모습 만큼은 미소가 가득하였습니다.
지켜보던 나는 얼른 가서 보살님의 두손을 꼬옥 잡아드렸습니다.
보살님은 환희심에 찬 모습으로 말씀을 이으셨지요.

" 스님, 제가 이번에 마음먹고 절에 올라 왔습니다.
죽기 전에 청량사 약사여래 부처님과 지장보살님 앞에서
삼천배를 해 보는 것이 원이었는데, 이번에 그 원을 이뤘어요.
이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내 죽기 전에는 약사여래 부처님이 돌봐 주실 것이고,
죽고 나면 지장 보살님이 거둬 주실 것 같아
마음이 이리도 편할 수 없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노보살님의 말씀이 끝나자 저는 보살님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마음 속 깊이 그 분의 건강을 빌어 드렸습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염원하는 노보살님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면서 손을 놓지 않았고, 두 팔을 넓게 펼쳐 노보살님을
꼭 안아 드렸습니다.
어쩌면 제가 보살님을 보듬어 드린 것이 아니고,
저를 보살님이 보듬어 주셨는지도 모릅니다.

"보살님...부디 오래도록 건강하시어, 언제나 부처님의 가피 속에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삼천배 철야정진을 마치고..............지현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