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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고치는 의사의 지혜
어떤 임금이 어리석어 지혜가 없었는데,
미련한 의사에게 녹을 후하게 주면서
모든 병을 다스리게 하였습니다.
그 의사는 한 가지 우유약만 쓰면서
병이 생긴 원인을 알지 못하며,
풍으로 생긴 병인지 냉기나 열기로
생긴 병인지도 알지 못하고
무슨 병이든지 우유약을 먹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여덟 가지 의술을 통달하여
가지각색 병을 분명하게 치료하면서
여러 가지 약을 잘 아는 한 명의가
먼 나라로부터 오게 되었습니다.
그때 새로 온 의사는 임금에게
여러 가지 의술과 약방문을 말하고
다른 기술도 설명하였습니다.
임금이 그 말을 듣고는 비로소 예전 의사가 미련하여
지혜가 없음을 알고 곧 국경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그런 뒤에 손님 의사를 갑절이나 더 공경하였습니다.
그러자 새로 온 의사는 생각하기를
이때야말로 임금을 잘 지도할 시기라 생각하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대왕께서 나라 안에 명령을 내리시어
이제부터는 예전 의사가 쓰던 우유약을 먹지 말도록 하십시오.
그 약이 독하여서 해가 많은 까닭이오니,
만일 다시 먹는 사람은 머리를 벤다고 하시어서
우유약을 아주 금하면 다시는 횡사하는 사람이 없고
항상 태평하겠기에 이런 원을 청하옵니다.“
임금은 곧 나라 안에 조칙을 내렸습니다.
그때 손님 의사는 맵고 쓰고 짜고 달고 신
여러 가지 재료로 약을 지어서 모든 병을 다스리니
온갖 병이 낫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 뒤에 오래지 않아 임금이 병이 나서
그 의사를 불러서 진찰하게 하였더니,
의사는 임금의 병을 살피어
우유를 써야 할 것을 알고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대왕의 병환에는 우유약을 써야 하겠습니다.
지금 대왕께서 우유약을 쓰시면
병환이 곧 쾌차할 것이오니,
대왕의 병환은 열기로 생긴 것이므로
우유를 잡수셔야 합니다.“라고 여쭈자,
“경은 지금 머리가 돌았는가.
앞서는 우유약이 독하다고 했다가
이제는 먹으라고 하니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닌가
예전 의사가 쓰던 우유약이 해롭다고 하여서 쫓아냈더니,
이제는 병에 가장 적당한 좋은 약이라 하니,
경의 말과 같을진댄 예전 의사가 경보다 나은 것 아닌가.“
“예전 의사는 병의 증세는 알지도 못하면서
일률적으로 우유약을 쓰라고 한 것입니다.
또 예전 의사는 우유약의 성질도 모르고 쓰게 한 것입니다.
우유약은 옥한 것도 있고 감로 같은 것도 있습니다.
우유약이 감로 같다는 것은 젖소가 술찌끼나
미끄러운 풀이나 깨어진 보리 따위는 먹지 않고,
송아지가 유순하고, 놓아 먹이는 곳이 높은 데도 아니고
낮은 데도 아니며, 맑은 물만 머무는 곳이 적당하면,
그런 소의 젖은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므로
감로 같은 좋은 약이라 하거니와,
그 외에는 모두 독하고 해로운 것입니다.“
그때 임금은 이 말을 듣고 찬탄하였습니다.
“나는 오늘에야 우유에도 좋은 것 나쁜 것이 있는 줄 알았노라.”
그리고는 우유를 먹고 병이 나았고,
임금과 백성들이 모두 그 의사를 공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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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6-02-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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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