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 량 사 ▒▒

정수스님과 무착스님

이 름	: 청량사	조회수	: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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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여러분 반갑습니다.
날씨가 많이 더워졌죠?
봄인가 했더니 어느새 여름방학이 가까워졌군요.
오늘은 두 스님의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시원해 질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 지옥과 극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 보세요.
이 이야기 속에 오늘 두 스님 이야기의 교훈이 숨어있답니다.

어느 때 큰 스님 한분이 지옥과 극락을 보고 오셨답니다.
먼저 지옥을 가니 커다란 식탁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야위어 뼈만 앙상하더랍니다.
식탁위에는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는데도 사람들은 모두가 쇠약해져있었습니다.
그런데 극락의 사람들은 얼굴빛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옥 쪽을 자세히 보니
사람마다 손에 자기 팔보다 긴 젓가락과 숟가락이 묶여 있는데
서로 앞 다투어 자기 입에 음식을 가져가려고 하지만
젓가락, 숟가락이 너무 길어서 어림도 없었습니다.
극락은 어떤가보니 지옥과 같이 긴 젓가락과 숟가락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옥과는 달리 서로서로 옆사람의 입에 넣어주며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답니다.
극락의 사람들은 그렇게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기를 아끼는 마음과 같았기 때문에
언제나 즐겁고 기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음 두 스님의 이야기를 통해 스님들의 높고 깊은 부처님 마음을 닮아가도록 합시다.

# 벌거숭이 스님

지금으로부터 1천여 년 전 통일신라시대 애장왕 때
정수스님이란 분이 계셨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와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운 겨울,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어두워질 때였습니다.
새들조차 매서운 추위에 둥지 속에서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길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 고요했습니다.
천엄사로 오르는 길옆에 한 남루한 차림의 거지가 방금 막 낳은 아기를 안고
추위와 굶주림에 신음소리를 내며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정신이 혼미한 속에서도 거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구원하소서. 관세음보살님, 이 갓난 어린 것이 추위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아기를 살려주옵소서.”
여자 거지의 등 위에 눈보라는 그칠 줄을 모르고 쌓여갔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거지의 목소리는 희미해져갔습니다.
바로 그때 천암사를 오르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습니다.
거지는 이제 살았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거지모자가 앉아 있는 곳을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거지는 있는 힘을 다해 살려달라고 소리쳤습니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지나가던 그 사람이 잠시 멈추어 서더니
발길을 돌려 거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 길 가던 사람은 황룡사에 머물고 있는 정수스님이었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이럴 수가 있나….”
스님은 얼른 거지에게서 아리를 받은 다음
스님의 가사를 벗어 아기를 감싸 안았습니다.
아기의 몸은 얼음처럼 싸늘했습니다.
배가 고팠던 탓인지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스님의 따뜻한 체온 때문인지 한참 후에 아기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울음소리에 아기의 엄마가 정신이 들었습니다.
스님은 이번엔 자기의 바지를 벗어 아기의 엄마를 감싸주었습니다.
그러자 아기의 엄마도 차츰 기운을 차렸습니다.
겨우 정신이 든 거지는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는
아기를 받아 안고는 총총히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이제 스님이 문제였습니다.
스님은 윗도리며 아랫도리 모두를 거지에게 벗어 줘 버렸기 때문에
벌거숭이가 되어있었습니다.
거지 엄마와 아기를 구하느라 추위를 잊고 있다가
그들이 사라지고나자 갑자기 추위가 느껴졌습니다.
그냥 있자니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으므로 주위에 흩어진 거적으로
몸을 대강 가린 다음 스님은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눈보라 속을 얼마나 달렸을까 스님이 정신을 가다듬어 주위를 살펴보니
경주시내까지 와 있었습니다.
길 가던 사람들이 이 해괴망측한 스님을 보고 모두 비웃었습니다.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웬 낯선 스님이 벌거벗은 채 거적을 두르고 저자거리를 달리고 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궁궐에 까지 전해졌습니다.

불교를 신봉하고 스님을 깍듯이 모시는 신라시대
사람들에게 대단한 뉴스거리였습니다.
임금님은 이 소식을 듣고 사람을 시켜
당장 그 해괴망측한 짓을 하고 있는 스님을 잡아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요즘이라 해도 벌거벗은 채로 큰길을 활보하면
경찰이 가만둘 리 없을 터인데 그 시대엔 더 말할 나위가 없었을 것입니다.
“어찌하여 벌거벗은 채로 경주시내를 달려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고?”
정수스님은 천엄사 입구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임금님은 감격의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정말 장하고 장하도다. 내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자비로운 스님은 처음 본다.
스님을 나의 스승으로 모시고자 하니 허락해주시오.”
이렇게 하여 정수스님은 따뜻한 자비심을 가졌던 탓에
임금님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그대로 매서운 눈보라 속에 얼어 죽어가는 거지 모자를 그대로 두었다면
그것은 입으로만 불교를 믿는 사이비일 것입니다.
정수스님은 오직 생명을 자기처럼 바라보고 구제하려고 했던
관세음보살님의 화신이었던 것입니다.
불행한 이웃을 못 본 채 하지 않고 돌아보는 그 마음이
바로 부처님의 마음이고 보살님의 마음인 것입니다.

# 강아지를 살린 스님

인도에 무착스님이란 분도 정수스님처럼 자비심이 크신 스님이었습니다.
무착스님은 미륵보살님을 친견하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무착스님은 3년이란 기간을 정해놓고
미륵보살님을 친견하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기도에 들어갔습니다.
미륵보살님을 친견하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기도하였습니다.
“미륵보살님, 어디에 계십니까?
저도 보살님과 같이 모든 중생을 편안한 열반으로 인도하고 싶습니다.
한 번만 뵙게 해주십시오.”
무착스님은 한마음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 미륵보살님을 친견할 수가 없어서
다시 또 3년을 더 정진해야지 하고는 다시 3년을 더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착스님은 포기하지 않고 또 3년을 더 기도했지만
미륵보살님을 친견하지 못하자 다시 3년 기도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하여 12년이란 긴 세월동안
오로지 미륵보살님을 친견하겠다는 단 한 가지 서원만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12년의 기도가 내일 모레면 끝나는 어느 날 무착 스님은
그날도 보통 때처럼 기도를 마치고 잠깐 길을 가던 중
그 뜨겁고 뜨거운 인도의 길가에
강아지 한 마리가 다리를 다쳐서 몹시 앓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혓바닥을 길게 내빼고 헐떡거리며 누워있는 강아지가 너무나 불쌍했습니다.
스님은 마치 스님의 다리가 다친 것처럼 가슴이 아팠습니다.
무착스님이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상처가 난 한쪽다리에는 피와 고름이 흥건한데
쌀알 같은 구더기들이 오물거리며 그 살을 파먹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아플까?”
무착스님은 순간 구더기를 털어내려고 하다가 멈추었습니다.
“구더기도 생명이 아닌가.
구더기를 털어내면 이 뜨거운 땅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뜨거움에 괴로워하며
온몸이 말라 들어가 타죽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이대로 두면 가엾은 강아지가 죽게 될 테지.”
잠시 생각하던 스님은 강아지를 살며시 안은 후
강아지의 상처 난 곳을 혓바닥으로 핥아서
구더기를 풀숲 그늘진 곳에 뱉어 주었습니다.
몇 번이고 구더기를 혓바닥에 올려서 풀숲으로 옮겨 놓은 스님은
이번에는 강아지의 상처에 흥건한 피와 고름을 핥아 깨끗하게 닦기 시작했습니다.
무착스님은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구더기가 징그럽다거나 상처의 피와 고름이 더럽다는 생각에 앞서
죽어가는 강아지가 불쌍하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여러분이 무착스님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모두 눈을 감아보세요.
머리 속에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길거리를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금방이라도 숨을 거둘 것 같은 헐떡거리며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 강아지를 머리 속에 그려보세요.
자! 이제 강아지 가까이 다가가는 나를 그려보세요.
나는 참다운 모습을 그려보세요.
피와 고름이 흥건한 강아지의 상처를 들여다보세요.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습니까?
눈을 감은 채 대답해보세요.
징그럽다고 느끼고 있습니까?
아니면 아예 못 본 척 지나가고 있습니까?
또 아니면 불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까?
자! 이제 눈을 떠 보세요.

우리는 여기서 강아지의 아픔을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우리는 무착스님처럼 오랜 세월동안 수행을 한 스님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스님의 마음은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불상한 이웃을 볼 때 불쌍하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음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자라서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점점 자라서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어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이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부처님과 보살님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부처님과 보살님이 우리를 바라볼 때 바로 이런 마음으로 바라보신답니다.
어리석어서 언제나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싸우고 다투는 우리를
불쌍하게 여기고 깨우쳐주려고 하는 분이 부처님과 보살님입니다.

무착스님이 정신없이 작은 강아지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돌보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등을 툭 쳤습니다.
“무착아! 뭘 하고 있느냐?”
누가 오는 지도 모르고 강아지를 돌보고 있던 무착스님이
휙 돌아보니 이것이 웬일일까요?
그렇게도 오랜 세월동안 친견하고자
기도하고 찾았던 미륵보살님이 계시지 않겠습니까?
“아이고 미륵보살님 이게 웬일이십니까?
제가 12년을 뵙고자 그렇게도 원했는데 오늘에야 오시다니요.”
무착스님은 너무나 감격스러웠습니다.
미륵보살님께 엎드려 예경하니 미륵보살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무착아! 나는 언제나 네 옆에서 너와 같이 있었느니라.
네가 나를 못 보아서 그랬지, 나는 너를 지켜보고 있었단다.”

우리는 늘 부처님께 가까이 가고자 하면서도
나의 옆에서 나를 지켜보고 계시는 부처님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을 뵙고자 한다면
먼저 우리의 마음이 부처님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무착스님은 12년이란 세월이 지나
완전히 부처님의 마음과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정리하기

어린이 여러분!
남을 돕는 데는 어떤 조건이나 준비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순수한 마음 그대로 배고픈 사람에겐
내가 배고플 때의 고통을 생각하며 먹을 것을 나누고,
목마른 사람에게는 내가 목이 마를 때를 생각하고
한 모금의 물을 나누어 마시며,
헐벗은 사람에게는 그런 마음으로 나눌 수 있으면 됩니다.
현재 내가 가진 것이 적다해서 내가 넉넉해지면 보시하겠다고 미루면
그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 것입니다.
세찬 눈보라 속에서도 순수한 마음으로 옷을 벗어
거지를 구제한 정수스님이나
뜨거운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강아지와 구더기의 생명까지도
소중하게 생각했던 무착스님의 순수한 마음이 바로 부처님의 마음인 것입니다.
세상에는 남이야 어떻게 되든지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듯이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정수스님과 무착스님의 마음을 본받아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야 하겠습니다.

| 글쓴 날짜 | 2002-07-16 |

공기와 같은 어버이

나라를 구한 사명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