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 량 사 ▒▒

나라를 구한 사명대사

이 름	: 청량사	조회수	: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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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여러분~ 잘 지냈습니까?
6월달이라고 하면 무슨 날이 생각나지요?
네, 현충일과 6.25전쟁이 있습니다.
현충일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위로하고 그 뜻을 기리는 날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다른 나라의 침략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민족이 하나같이 똘똘 뭉쳐 이겨냈습니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사람들 중에는
유명한 장군이나 의병들도 많이 있었지만 스님들도 계셨답니다.
오늘 이야기할 사명대사는 그 중의 한 사람입니다.

# 자비심 많은 소년

사명대사는 조선 시대인 1544년에 지금의 경상남도 밀양 땅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 이름은 임응규였습니다.
가을이 되어 낙엽이 우거지자 마을 아이들은 뒷산의 밤나무 숲으로 올라가
떨어지는 알밤을 줍는 것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대낮부처 시작된 밤 줍기는 산 너머로 붉은 노을이 질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얘들아, 이제 그만 돌아가자.”
한 아이의 말에 정신없이 밤을 줍던 아이들이 아쉬운 듯 말했습니다.
“응규야, 아직 밤이 많은데 조금 더 줍고 가자.”
“안돼, 곧 어두워진다니까.”
응규는 늘 아이들의 대장이었습니다.
바른 말을 잘하고 태도가 올바른 응규의 뜻을 아이들은 하나같이 잘 따랐습니다.

아이들은 웃옷을 벗어 밤톨을 두둑하게 담아 싸서 기분 좋게 산을 내려오다가
이웃 마을 아이들과 길에서 마주쳤습니다.
이웃 마을 아이들은 냇가에서 놀았는지 바짓가랑이가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앞서가던 응규가
이웃 마을 아이가 들고 가던 바구니를 보고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얘들아, 그 자라 이 밤하고 바꾸지 않을래.”
이웃 마을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습니다.
“밤이 얼마나 되는데?”
응규가 주운 밤을 모두 꺼내자 이웃 마을 아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 정도론 안돼. 자라가 얼마나 귀한 건데.
우리 아버지 갖다 드리면 푹 삶아 드시면 좋아하실 거야.”
자라를 삶아먹는다는 말에 마음이 상한 응규가 또다시 말했습니다.
“얼마나 주면되겠니?”
이웃 마을 아이는 바구니를 내밀며 가득 채우라고 했습니다.
바구니는 응규의 밤만으로 채워질 수 없었습니다.
응규가 마을 아이들을 둘러보자 아이들은 응규의 뜻을 알아차리고
하루 종일 주운 밤을 모두 바구니에 꺼내놓았습니다.
바구니는 금새 밤으로 가득 찼습니다.
“자, 이제 자라를 내게 줘.”
응규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따라오는 아이들을 데리고
길 옆 도랑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는 도랑에 첨벙 자라를 쏟았습니다.
자라는 움츠리고 있던 머리를 쫑긋 내밀어
응규를 한번 쳐다보고는 활기차게 헤엄쳐 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응규가 말했습니다.
“살아있는 것을 잡고 죽이는 짓은 정말 잘못 된 일이야.
살려주니 얼마나 좋아해. 그렇지?”
의젓한 응규의 말에 그제서야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아이가 바로 훗날 나라를 구한 사명대사입니다.

# 임진왜란과 사명대사

1592년 4월 13일. 1백여 년 동안 나라 안의 전쟁을 겪은 일본은
하나의 통일된 국가를 이루고 침략적인 욕심을 이루기 위해
우리나라로 쳐들어 왔는데 이를 임진왜란이라고 합니다.
왜적들은 “명나라를 치러 갈 테니 길을 내 달라.”고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했습니다.
당시에 조선은 명나라와 가깝게 지냈고,
또 다른 나라를 공격하러 간다면서 남의 나라를 통해
지나가겠다는 것은 구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왜적의 침입을 당한 부산진의 정발정군과 동래를 지키던 송상현 부사는
용감하게 싸웠으나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왜적은 조총이란 그 당시의 우수한 무기를 갖추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대책은 허술했습니다.

또한 정치인들은 나라를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편을 갈라 싸우기만 했습니다.
왜적들은 부산에서 서울인 한양을 점령하고 계속 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마침내 선조 임금은 한양을 떠나 평양으로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왜적이 우리나라를 침략한 해는 사명스님의 나이 마흔아홉 살 되던 해였습니다.
사명대사는 이때 금강산 유점사라는 절에서 참선을 하고 있었답니다.
어느 여름 날, 갑자기 절 아래쪽 골짜기가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와 말소리, 발자국 소리 등이
뒤섞여 골짜기는 온통 어수선해졌습니다.
“스님, 큰스님, 큰일났습니다. 지금 왜적이 밀려온답니다.
백성들이 이 산으로 도망을 오고 있습니다.”
젊은 스님의 말을 듣고 스님은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알았다. 다들 당황하지 말고 자기가 하던 일을 그대로 하여라.”
“큰스님, 우리도 피난을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겁에 질린 젊은 스님에게 스님은 부드러운 말씨로 답했습니다.
“중이 절을 버리고 가면 어디로 가겠느냐. 걱정하지 말고
가서 모두들 자기의 맡은 일을 충실히 하라고 일러라.”
젊은 스님이 물러가고 난 얼마 후, 절이 갑자기 소란해졌습니다.
아기를 업고 온 아낙네로부터 나이 많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피난 온 마을 사람들로 조용하던 절은 왁자지껄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절 뒷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사람들은 도력이 높은 사명대사가
자기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막 빠져나가고 나자 이번에는 왜적들이 밀어닥쳤습니다.
왜적들은 스님들이라고 따로 봐주지 않았습니다.
닥치는 대로 스님들을 때리고 잡아 묶엇습니다.
“이 절에 있는 보물을 다 내 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여 버리겠다.”
그때 사명대사가 뜰 위 계단에 나타났습니다.
왜적들이 총으로 위협하며 뜰을 가득 메웠지만
스님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말을 할 줄 아는 왜적이 나서서 통역을 하였습니다.
사명대사는 왜적의 우두머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호통을 쳤습니다.
“절에는 부처님을 모시고 가난하게 사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다.
금은보화를 가까이하는 중이 있다면 그건 썩은 중이다.
여기에는 그런 중이 없다.”
흐트러짐이 없는 사명대사의 말에
약간 기가 꺾인 왜적의 우두머리는 다시 말했다.
“재물이 없더라도 다른 보물이 있지 않겠는가? 그걸 내놓아라.”
사명대사는 우두머리를 위엄 있는 눈길로 바라보며 더욱 세게 호통을 쳤습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말씀을 보물로 삼고,
그걸 따르려는 우리 마음을 보물로 삼는다.
너희 나라 일본도 불교를 크게 믿고 있다고 들었는데
깨달음을 얻으려는 사람들을 어찌 총칼로 위협하느냐?”
총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스님의 당당한 자세에
우두머리는 기가 꺾였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목소리를 고쳐 부드럽게 타일렀습니다.
“너희들은 명령에 따라 이곳으로 전쟁을 하러 왔을 것이다.
죽고 다치는 전쟁터에 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그러나 일단 전쟁터에 오면 자기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너희를 탓할 수는 없다.
그렇게 시킨 자들이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 스스로 나서서 싸우려 하지도 않는 백성들을
괴롭히거나 강도짓을 한다면 어찌 용서받을 수 있겠느냐.
스스로 진 죄는 자기가 지고 가야 하는 무겁고 괴로운 짐인 것이다.”
사명대사의 말에 왜적의 우두머리는 자기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우두머리는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우두머리는 스님께 정중히 사과하고
묶인 스님들을 모두 풀어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리고 절문 앞에 ‘이 절에는 깨달은 덕 높은 스님이 계시니
누구든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고 방을 써붙이고 물러갔습니다.

다음 날 사명대사는 강원도에 쳐들어온
왜적의 대장인 이시다 미쓰나리를 찾아가
위엄 있는 태도와 부드러운 말로 타일렀습니다.
이시다 미쓰나리도 스님의 말에 감동하여
부하들에게 싸우지 않을 때에는 백성들을 해치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래서 강원도는 백성들의 피해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덜했습니다.
하지만 나라 곳곳에서 왜적들의 행패는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했습니다.
스님은 가슴이 아팠습니다.
눈을 감고 있어도 힘없는 백성들이 죽어가는 모습이 보였고
귀를 막고 있어도 어린 아이와 노약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무렵 사명대사의 스승인 서산대사는 나라가 왜군에게 짓밟혀
삼천리 금수강산이 무너지고 백성들은 죽어 가는데
절에서 수행만 할 수는 없다고 결심하고 분연히 일어나
전국의 사찰에 승병을 조직하라고 일렀습니다.
이에 사명대사는 곧 수백명의 승병을 이끌고 평양성을 되찾기 위해 나섰습니다.
스님의 뛰어난 지혜와 능숙한 무예 솜씨는 왜적들의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교활한 왜적은 물러갔지만
이런 왜적의 술수를 환히 알고 있는 사명대사를 이길 수 없었습니다.
1598년 드디어 7년이란 긴 세월 동안 계속되었던 전쟁이 끝났습니다.
그 후 사명대사는 나라를 대표하는 사신이 드디어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포로로 끌려가 우리 조선의 수많은 백성들을 조선으로 다시 데리고 오기 위해서였습니다.

# 일본에 간 사명대사

일본에 사명대사가 도착하자
일본 사람들도 이미 소문을 통해 스님의 도력을 알고 있는 터라
스님의 얼굴을 보려고 구름같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러나 간사한 왜장과 왜국의 신하들은 대사의 재주를 시험하려고
방바닥 밑에 철판을 깔고는 그 방으로 스님을 안내했습니다.
그리고 밤새도록 아궁이에 불을 지펴 스님을 태워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이제 사명대사는 죽었을 것이라고
일본 사람들이 사명대사의 방 앞에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오히려 “이 방은 왜 이다지도 춥더냐?”하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걸어 나오시지 않겠습니까?
왜적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스님에게 시뻘겋게 달군 무쇠 말에도 올라타게 했으나,
끄덕 없는 스님을 보고 모두들 얼이 빠져 어찌할 바를 몰라 했습니다.

그제야 왜적들은 용서를 빌었습니다.
“대사님을 몰라 뵙고 무례한 짓을 한 저희들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는 싹싹 빌었습니다.
이에 사명대사는 다시는 조선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약속을 받아내었습니다.
그리고 훔쳐간 우리나라 보물들과
포로로 잡혀간 3천 5백여명의 우리나라 백성들을 데리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나라에서는 사명대사에게 높은 벼슬을 주었으나
사명대사는 벼슬을 물리치고 다시 산으로 돌아갔습니다.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쩔 수없이 전쟁터로 나섰지만
수많은 생명을 구한 사명대사는 참다운 이 땅의 애국자요 큰스님입니다.

어린이 여러분!
사명대사의 이야기, 재미있게 들었습니까?
네, 사명대사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남달랐지만
무엇보다도 자비심이 큰 분이었습니다.
자비심이 없었다면 백성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스님이라 하여 나라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기에 처했는데도
모른 척하고 산속에만 들어앉아 수행만 한다면
어찌 부처님의 참다운 제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의 마음은 바로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바라보는 자비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지금 이 시간에도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웃이 많이 있습니다.
혹시 나는 이런 어려운 친구나 이웃을 보고 못 본 척한 적은 없습니까?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라 나와 똑같이 남을 바라보는 자비심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자 하는 생활태도를 평소의 생활 속에서 실천해가야
참다운 불자라 할 것입니다.
불자는 남을 돕는 데도 주저하지 않고
제일 먼저 나서서 씩씩하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을 빛낸 사람들은
한결같이 남을 위한 자기희생의 정신으로 살았다는 점을 가슴에 새기도록 합시다.

| 글쓴 날짜 | 2002-06-12 |

정수스님과 무착스님

인류의 위대한 스승, 부처님의 생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