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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장승을 때려 도둑을 잡은 원님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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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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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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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 7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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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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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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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강원도 어느 적막한 산길을 한 비단장수 청년이
100여 필의 비단을 짊어지고 땀을 흘리면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날씨도 무덥고 힘이 들어 그 청년은 여기서 좀 쉬어 가야겠다 싶어
근처의 돌장승이 서 있는 옆쪽에 자리를 잡고
비단 보퉁이를 내려놓았습니다.
얼마나 잤을까, 몸이 으스스 추워지는가 싶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날이 서서히 저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뜬 청년은 기겁하고 말았습니다.
“아니, 내 비단! 내 비단 보퉁이!”
아무리 찾아도 비단 보퉁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값비싼 비단을 몽땅 도둑맞고 말았던 것입니다. 큰일났습니다.
그 비단 보퉁이를 찾지 못하면
자기는 꼼짝없이 굶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청년은 너무나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던 청년은 할 수 없이 고을 원님을 찾아가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는 도리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청년은 관가에 비단 100필의 분실신고를 했습니다.
“사또, 이렇게 억울할 데가 어디 있습니까?
아무리 눈만 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 해도 비단 보퉁이를 베고
잠깐 잠든 사이에 비단을 보퉁이 째로 훔쳐 갈게 뭡니까?
제발 그 보퉁이를 좀 찾아 주십시오.”
“그래, 주위에 지나가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느냐?”
“본 사람이 있을 리 없지요.
한적한 산길인데 누가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리 없습지요.”
“아니, 주변에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현장에 뭔가가 있었을 게 아닌가?
새라든지, 토끼라 든지….”
“새도 없었고 토끼도 없었고 주변에 있었던 것이라고는
돌장승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바로 그놈이야. 그 돌장승의 소행이 분명해.
여봐라, 내일 아침 날이 밝는 대로 이 청년을 데리고 가서
그 돌장승을 잡아오도록 하여라.”
원님은 포졸들을 시켜 그 돌장승을 잡아오도록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영문도 모르는 애매한 돌장승이 밧줄에 묶여
동헌 뜰에 잡혀왔습니다.
“너 이놈, 바른 대로 대거라. 네 놈이 비단을 훔쳤지?
네 놈이 아니면 주위에 지나간 사람이라곤 아무도 엇었는데
무단히 비단이 없어질 리가 엇질 않느냐? 분명 네놈의 소행이 틀림없어.
바른 대로 대지 않으면 심히 매로 다스리리라. 여봐라, 이놈을 몹시 쳐라.”
동헌에는 정말 기상천외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도둑을 잡아 달랬더니 도둑은 아니잡고,
애매한 돌장승을 잡아다가 족치고 있으니
이 사또가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자가 아니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또가 도둑 대신에 돌장승을 잡아가 족치고 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온 고을에 퍼졌습니다.
이 해괴한 일을 목격하고는 키득키득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어른, 아이,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이 장명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지 않을 수 가 없었습니다.
이를 본 사또가 크게 화를 내면서,
“무엄하다, 여봐라! 저기 웃고 있는 놈들을 모두 잡아들여라.
사또가 지금 죄인을 문초하고 있는데
장난으로 알고 키득거리며 웃고 있으니
이는 이 사또를 조롱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저놈들을 전부 옥에 가둬버려라.”
이리하여 구경 나온 사람들은 모두 옥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온 동네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 가족들이 동헌에 몰려들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너희들이 비단 한 필씩을 가져온다면 네 가족들을 풀어주마.”
이리하여 잡혀 들어간 사람의 가족들은
비단을 구하러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워낙 다급한 일이었으니까요. 가족은 옥에서 구출하려는 일념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비단을 사러 나갔습니다.
잠시 후 흩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너도나도 비단이 한 필씩 들려있었습니다.
사또가 말했습니다.
“그래 이 비단을 어디서 구했는고?”
“저기 마을 입구에 포목점에서 사 왔습니다요.”
“너는 어디서 구해왔는고?”
“예, 저도 거기서….”
모두 그 포목점에서 비단을 사왔노라 했습니다.
“여봐라, 그 포목점 주인을 잡아오너라.”
드디어 포목점 주인도 동헌에 잡혀들었습니다.
“잘 들어라. 너는 이 많은 비단이 어디서 났느냐?
이 작은 마을에 비단을 이처럼 한꺼번에
많이 들여놓을 수가 없는 일 아니겠느냐?
웬 놈에게서 이 많은 비단을 샀는지 바른 대로 대거라.
그렇지 않으면 몹시 치리라.”
추상같은 호령에 겁을 먹고 포목점 주인은,
어제 해질 녘에 이웃 마을의 돌쇠라는 자가
비단 100필이 든 보퉁이를 팔러 왔길래
값도 싸고 하여 한꺼번에 들여놨노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리하여 돌쇠는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습니다.
돌장승을 때렸는데 어째서 도둑이 잡혀 들었을까요?
화두를 든다는 그 자체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듯싶습니다.
그러나 궁극에는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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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3-03-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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