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빠진 마하목갈라나
어둠 속으로 무서운 빗줄기가 퍼붓지만 벗들은 강당을 떠날 줄 모릅니다.
작은 등잔을 밝히고 설법은 이어졌습니다.
횃불처럼 반짝이는 벗들의 눈동자에는 진리를 갈구하는 열의가 가득합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삶을 희구하며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타인에게 정직한
저 벗들을 위해서라면 내 삶의 전부를 바쳐도 아깝지 않단 생각입니다.
그들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믿음의 불꽃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 가르침에 따른 삶이 얼마나 거룩한지,
그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곳곳에 잠재되어 있는 의혹과 불신의 그늘을 말끔히 태워버리라고
사자처럼 포효하였습니다. 비가 그치고 시원한 바람이 숲을 흔듭니다.
긴 설법에도 벗들은 자리를 떠날 줄 모릅니다.
저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벗, 사리뿟따에게 법좌를 물렸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이른 시각이지만 조용히 일어나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많이 피곤합니다.
간단히 방을 정리하고 방 한가운데 니사단(尼師壇)을 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호흡을 골랐습니다.
허나 복잡한 상념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불쾌한 감정마저 되살아났습니다.
낮에 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몇몇의 벗들과 늘 반갑게 맞이하던 장자의 집을 찾았습니다.
선지식촌(善知識村)의 거부인 그와는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참다운 진리를 맞보고, 그 가르침을 전한 뒤로는
그와의 우정이 더욱 도타워졌던 사람입니다.
허나 오늘만큼은 생뚱맞은 표정이었습니다.
괜히 바쁜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부산하게 마당을 오가며 곁눈질로 바라보는
모습이 불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문간을 떠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자
그가 귀찮다는 듯이 내뱉었습니다.
“거짓말쟁이가 오셨구먼.”
머리털이 곤두서며 온몸에 열기가 솟구쳤습니다.
애써 분노를 참으며 그에게 물었습니다.
“장자여, 저는 그대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아들을 낳을 것이라 하지 않았소.”
까닭을 알았습니다. 몇 개월 전 일입니다.
그날도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장자의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한 그는 곧바로 식사를 준비시키고 깨끗한 평상에
자리를 깔았습니다. 예의를 갖춰 인사를 나눈 뒤 장자는 아내를 불렀습니다.
“대덕 목갈라나, 제 아내가 임신을 했습니다.
아들을 낳을까요, 딸을 낳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참 난감해집니다.
늦은 나이에도 후사를 이을 아들이 없는 걸 늘 괴로워하던 장자입니다.
그런 그에게 아들이건 딸이건 뭔 상관이냐고, 그 아이를 ‘나의 아이’
라고 생각하는 한 진정한 기쁨과 평안을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해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가 원하는 대답은 ‘아들’ 아니면 ‘딸’입니다.
그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말해주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하면 장자는
분명 불쾌해하며 거리마다 떠들고 다닐 것이 분명합니다.
“비구들은 엉뚱한 말만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보통사람을 뛰어넘는 지혜도 없고, 신통력도 없다.”
참 난감한 일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리뿟따와 저에게 오백 명의 비구들을 통솔하고
이끌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하셨습니다.
저에겐 진실하고 열의가 가득한 벗들을 굶주리지 않고 헐벗지 않고,
빗물에 젖이 않도록 돌볼 책임이 있습니다.
오랜 교분을 쌓아온 지역의 유지들에게 자주 찾아가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부처님께서 신통력을 경계하셨지만 세상 사람들의 믿음과 원조를 이끌어내는 데
사실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저는 가만히 선정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장자의 아내 태속으로 들어가 관찰하였습니다.
3개월쯤 된 태아는 성징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기처럼 돌출된 부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들로 짐작되었습니다.
저는 선정에서 깨어나 장자에게 말했습니다.
“아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장자에게 경계의 말도 덧붙였습니다.
왜냐하면 미래의 일은 꼭 맞는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겨나 변화하고 파괴됩니다.
따라서 미래의 일은 꼭 이럴 것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습니다.”
아들일 것이란 기대감에 취해 장자는 그때 뒷말을 새겨듣지 않았나 봅니다.
지난 일을 낱낱이 기억해낸 저는 그때의 뒷말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장자여, 그때 제가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기고 변화하므로
미래의 일은 단정 지을 수 없다’ 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들을 얻지 못한 원망을 쏟아 부을 대상을 찾던 장자에게 그 말이
귀에 들어갈 리 없었습니다.
“당신들은 성인이 아니오. 당신들은 예배를 받을 자격도 없고,
공양 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오. 당장 내 집에서 나가시오.”
참 난감한 일입니다. 욕망으로 점철된 삶에 평안은 깃들지 않는다고
일러주어도 많은 이들이 들을 때뿐입니다.
‘나’와 ‘나의 것’에 집착하여 뜻대로 되었다고 좋아서 기뻐 날뛰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구슬피 눈물짓는 삶에는 끝내 평안이 깃들지 않는다고
누차 일러주어도 들을 때 뿐입니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겨났다가 인연 따라 흩어지므로 거기엔
욕심낼 만한 것도 집착할 만한 것도 안타까워할 만한 것도 없다고
골백번 일러주어도 들을 때 뿐입니다.
아집으로 똘똘 뭉친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욕심대로 세상이 돌아갈까,
돌아가지 않을까 뿐입니다.
그렇게 장자의 집을 나와야만 했습니다. 오후의 법문이 길어지고,
목소리에 더욱 힘이 들어갔던 것도 아마 그 일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갓 출가한 벗들이 행여 진리의 길에서 물러설
마음을 내면 어쩌나 걱정되었습니다.
평소보다 허리를 더 꼿꼿이 세우고 가슴을 당당하게 펴고서
사자처럼 우렁차게 외쳤습니다.
세상의 길과는 정반대처럼 여겨지는 이 진리의 길에서 결코 물러나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강조하였습니다.
이런저런 상념이 잦아들자 한꺼번에 피로가 몰려들었습니다.
설법도 참 힘든 일입니다. 그렇다고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누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눈꺼풀은 천근만근 무겁게 내려앉고 애써
턱을 당겨보아도 고개가 자꾸 떨어집니다.
절구통의 방앗공이처럼 자다 깨다를 반복할 때였습니다.
꿈결처럼 낯익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목갈라나, 잠에 빠졌군요. 목갈라나, 일어나세요.”
부처님 목소리였습니다. 번뜩 정신을 차리고 눈을 비볐습니다.
깜짝 놀라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하였습니다.
바라나시의 녹야원(鹿野園)에 계셔야 할 부처님이 앞에 앉아
계신 것이었습니다.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꿈인가 싶어 얼굴을 부비고 눈을 크게 떠 보아도 부처님이었습니다.
여기상정(如其像定)에 들면 어디에서든 몸을 나타내실 수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목격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디에 있건 아마 부처님은 늘 곁에서 이렇게 제자들을 지켜보고
계셨을 것입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전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두 발에 예배하였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목갈라나, 그대는 많은 수행자를 이끌고 지도하는 사람입니다.
잠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법답지 못한 그런 모습으로 수행하지 말고,
그런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도 마십시오.
목갈라나, 잠이 오거든 예전에 들었던 법을 기억하고 입으로 외우십시오.
그러면 잠이 곧 없어질 것입니다. 그래도 잠이 달아나지 않거든
목갈라나, 전에 들었던 법을 자세히 설명해보십시오.
그러면 잠이 곧 없어질 것입니다.
그래도 잠이 달아나지 않거든 목갈라나,
전에 들었던 법을 마음으로 깊이 헤아려보십시오.
그러면 잠이 곧 없어질 것입니다. 그래도 잠이 달아나지 않거든
목갈라나, 두 손으로 귀를 문질러보십시오. 그러면 잠이 곧 없어질 것입니다.
그래도 잠이 달아나지 않거든 목갈라나, 찬물로 얼굴과 눈을 씻고
또 몸을 씻어보십시오. 그러면 잠이 곧 없어질 것입니다.
그래도 잠이 달아나지 않거든 목갈라나, 방을 나가 사방을 둘러보고
별들을 우러러보십시오. 그러면 잠이 곧 없어질 것입니다.
그래도 잠이 달아나지 않거든 목갈라나, 천천히 오솔길을 거닐어보십시오.
빛깔과 소리, 그리고 향기를 쫓아 달아나는 감각기관들을 잘 보호해 지키며
가볍고 투명한 마음으로 현재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집중해보십시오.
그러면 잠이 곧 없어질 것입니다. 그래도 잠이 달아나지 않거든
목갈라나, 거닐던 길가에 니사단을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으십시오.
그래도 잠이 달아나지 않거든 목갈라나, 다시 방으로 들어가
울다라승(鬱多羅僧)을 네 겹으로 접어 평상 위에 펴고, 승가리(僧伽梨)를
개어 베개를 만들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붙이고 발과 발을 포개고 누우십시오.
그리고 두 눈을 감지만 어둠에 묻히지는 마십시오.
환한 빛이 가득하다고 마음으로 생각하고,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를 유지하며,
언제든 일어나겠다는 생각을 하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을 이으셨습니다.
“목갈라나, 잠자리의 즐거움을 탐하지 마십시오.
잠자고 눕는 것이 편하고 유쾌하다는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세존이시여, 저는 잠을 즐기지 않고, 잠자리에 눕는 것을 편안하고
유쾌하게 생각 하지도 않습니다.”
“잠을 즐기지 않는다면 이런 이른 시각부터 졸고 있는 것은 또 무엇입니까?”
“오늘은 고단한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너무 피곤해 저도 모르게
잠에 빠져든 것입니다. 지금 저희 대중 가운데엔 새로 출가한 비구가
250명이나 됩니다. 그들은 하루라도 빨리 부처님의 계율을 익히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숙지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부처님 교단의 권위와 명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어엿한 비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임무입니다.”
저는 새로 출가한 이들 사이에 있었던 다툼, 니간타교단에서 출가한
몇몇 비구가 벌거숭이로 탁발을 나서 많은 이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았던 일,
그들에게 가사를 제공하기 위해 장자들의 집을 방문했던 일들을
소상히 말씀드렸습니다. 위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방에 알리고,
또 부처님 교단을 튼튼한 반석에 올려놓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나름대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런 저의 뜻과 노력을 몰라주는 이들에
대한 짜증, 진리의 말씀에는 통 관심 없고 세간의 이익과 관련된 신통에만
귀를 기울리는 사람들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습니다.
그런 등등의 일들로 피로가 쌓인 것이니 너무 나무라지 마시라고
속으로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내심 한마디쯤 칭찬도 기대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구차한 변명이고, 어리석은 마음이었는지 한참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이야기는 한참이나 늘어졌습니다.
부처님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러다 조용히 물으셨습니다.
“목갈라나, 그대는 옷과 음식을 얻기 위해 출가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편안한 잠자리를 얻기 위해 출가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기 위해 출가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럼, 그대가 출가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저는 죽음과 공포가 없는 세계, 모든 고뇌가 사라진 세계,
안온하고 평온한 세계를 찾아 오랜 세월 떠돌았습니다.
그리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벗 사리뿟따의 도움으로 그 길이 세존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출가한 목적은 모든 고뇌와 공포가 완전히 사라진 평온한 세계에
다다라 가장 맑고 깨끗한 삶을 현생에서 직접 완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습니다, 목갈라나. 그대가 나의 법에 출가하여 나의 법에 따라
생활하는 까닭은 모든 고뇌가 사라진 청정한 삶을 현생에서 직접 맛보고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목갈라나, 그대는 새로 출가한 비구들이 옷과
음식을 얻기 위해 출가했다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편안한 잠자리를 얻기 위해 출가했다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기 위해 출가했다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럼, 그들이 출가한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들 역시 고뇌와 공포가 완전히 사라진 안온한 세계를 찾아
출가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목갈라나. 그대는 새로 출가한 벗들을 돕고 이끄는 사람입니다.
그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그들에게 제공할 풍족한 음식과 옷이 아닙니다.
그대의 임무는 그들 역시 출가의 목적을 완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모든 고뇌와 공포가 사라진 맑고 평온한 삶을 현생에서 직접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그대가 할 역할입니다.
목갈라나, 재몰과 이익을 탐하지 말고 명예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부처님은 제 마음속을 꿰뚫고 계셨습니다.
밥과 옷을 찾아 하루 종일 부자들의 집을 찾아다니고,
그들과 어울려 함께 떠들고 또 실랑이하고,
행여 권위를 잃으면 어쩌나 안절부절했던 모습이 영상처럼 앞을 스쳤습니다.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교단을 위하는 일이라는
말은 명분에 불과했습니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부처님은 목소리를 낮춰 다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목갈라나, 함께 어울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고, 꼭 함께 어울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목갈라나, 이익과 손해로 모든 것을 판가름하는
세속법과는 어울리지 마십시오, 반드시 모든 욕심을 벗어버리고 평온한
열반으로 향하게 하는 진리와 어울려야 합니다.
목갈라나, 진리를 구한다면서 세속법과 어울리면 곧 말이 많게 됩니다.
말이 많아지면 시끄러워지고, 시끄러워지면 곧 마음이 쉬지 못하게 되며,
마음이 쉬지 못하면 마음이 안정을 잃게 됩니다.
목갈라나, 그러니 이익과 손해만 따지는 세속법과는 어울리지 마십시오.
목갈라나, 진리를 구하는 자들이 꼭 어울려야 할 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한적하고 고요한 곳, 욕심 없고 지혜로운
사람들과 어울려야 합니다. 깊은 숲이나 나무아래,
드넓은 광야와 바위틈 동굴은 고요하고 한적하고 소란스러움이 없는 곳입니다.
인정에 얽히게 하는 사람이 없고, 불쾌한 일들이 일어날 기미가 적은
그런 곳은 고요히 앉아 이치를 관찰하기에 적합한 곳입니다.
목갈라나, 나는 이런 법들과 함께 어울려한 한다고 말합니다.
목갈라나, 공양과 공경 받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차라리 이익이 되는 것을 싫어하고, 누군가 그대를 공경하고
공양 올리는 것을 싫어 하십시오.
이익과 공양과 공경을 싫어하는 마음이 되었을 때,
그때서야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십시오.
목갈라나, 자신에 대해서도 승가에 대해서도 높고 위대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그대의 기대와 달리 그대를, 또 승가를 높고 위대하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어제 까진 극진히 공경하다가 오늘은 눈길도 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때, 이익과 공양과 공경을 기대했던
마음이 남아 있으면 의혹과 원망과 분노가 싹트게 됩니다.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저럴까, 저 사람이 나에게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수행자를 무시하는 이 집이 얼마나 잘 되나 한번 두고 보자’
그대의 마음속에서 갖가지 근심이 싹틀 것이고, 그 근심으로 말미암아
곧 시끄러움이 생긱 것이며, 그 시끄러움으로 말미암아 마음이
쉬지 못하게 되고, 마음이 쉬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그대의 마음은
안정을 잃고 말 것입니다.
목갈라나, 그대는 설법할 때도 더욱 주의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말다툼의 씨앗이 될만한 말은 하지 마십시오.
말다툼의 씨앗이 될 만한 말을 하게 되면 곧 말이 많아지게 됩니다.
말이 많아지면 곧 시끄러워지고, 시끄러워지면 마음이 쉬지 못하며,
마음이 수지 못하면 마음이 안정을 잃게 됩니다.
목갈라나, 설법할 때 너무 힘주어 설법하지 마십시오.
거친 음성으로 사자처럼 포효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목갈라나, 그대는 설법할 때 지금보다 더욱 마음을 낮추어야 합니다.
몸과 마음에서 힘을 빼십시오. 차라리 힘을 없애고, 힘을 부셔버리십시오.
목갈라나, 거친 음성으로 사자처럼 포효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명예와 이익에 쏠린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저의 마음을 정확히
지적한 말씀이었습니다.
부처님의 지혜와 신통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한 가지,
출가의 목적을 완수하는 일 뿐이라는 것을 새삼 자각하였습니다.
가사 한 자락을 벗어 메고 두 손 모아 간절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가 모든 고통이 사라진 구경의 세계에 다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완벽하게 청정한 삶을 현생에서 완성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씀하셨습니다.
“목갈라나, 즐거울 때 그 즐거움을 자각하고, 괴로울 때 그
괴로움을 자각하고,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을 때 그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음을 자각하십시오. 그렇게 자각한 다음 그 즐거움과 괴로움과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음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덧없음을 관찰하고,
일어나고 사라짐을 면밀히 관찰하십시오.
덧없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탐착이 곧 고통의 원인이었음을
깨닫고는 그 탐착을 끊고, 그 끊음을 면밀히 관찰하십시오.
그렇게 보고 듣고 느끼고 알던 것들에 대한 탐착을 끊어 욕심이 없어지면,
그 욕심 없음을 면밀히 관찰하십시오.
욕심이 없을 때 온갖 불안정한 정서와 고뇌와 사념들이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고, 온갖 고뇌가 사라진 다음에 찾아드는
평정을 면밀히 관찰하십시오.
목갈라나, 이렇게 덧없음을 관찰하고, 일어나고 사라짐을 관찰하고,
끊음을 관찰하고, 욕심 없음을 관찰하고, 고뇌의 소멸을 관찰하고,
평정을 관찰하십시오. 현명한 나의 제자가 이렇게 관찰한다면,
그는 그 다음부터 이 세상사에 얽매이지 않게 됩니다.
세상사에 얽매이지 않기에 그는 피로해지는 법이 없고,
피로하지 않는 그는 곧 열반에 들게 됩니다.
그러면 고뇌로 가득 찼던 그의 삶은 끝난 것이고,
청정한 삶은 이미 확립된 것이며,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친 것입니다.
그는 고뇌로 가득 찬 삶을 다시는 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를 알게 됩니다. 목갈라나, 이렇게 실천하는 비구는 모든 고통이
사라진 구경의 세계에 다다르게 됩니다.
목갈라나, 이렇게 실천하는 비구는 완벽하고 청정한 삶을 현생에서
왕성하게 됩니다.
모든 갈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에게 피로와 짜증과 게으름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피로는 갈망에 뿌리를 둔 것이었습니다.
삼보에 대한 믿음이란 명목으로 이익과 명예를 추구하는 갈망이
교묘하게 위장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오, 부처님. 저는 두 눈에 흐르는 기쁨의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선정에 들어 힘센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사이에
와라나시에서 마가다로 찾아오신 부처님께서 들려주신 법문으로
저는 출가의 목적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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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