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 량 사 ▒▒

마음에 틈이 없게 하라

이 름	: 청량사	조회수	: 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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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축구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세계적인 축구 천재들이 현란한 개인기와 스피드, 조직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모습이 눈에 선하고,
골이 터질 때마다 목이 터져라 환호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함성이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우리는 이제부터 가장 중요한 시합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축구에 이기고 지면 그렇게 열광하고 아쉬워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이기고 지는 것에는 너무나 무관심해 왔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늘 자신과의 싸움에서 참패를 당하면서도
지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그렇지 않죠?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월드컵 축구경기보다 훨씬 중요하고
아슬아슬한 자기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고
이길 수 있도록 작전을 짜보는 시간을 가져 볼까 합니다.

# 힘들다구요? 쉬고 싶다구요?

여러분! 축구 경기에서 상대팀을 이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스피드도, 기술도, 조직력도 모두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골을 잘 넣어야 하겠죠?
골을 잘 넣기 위해서는 상대 수비의 허점을 교묘하고 민첩하게 파고들어
얼마나 정확하게 골대 안으로 골을 밀어 넣느냐가 관건일 겁니다.
골만 잘 넣으면 될까요? 아니죠?
아무리 골을 잘 넣어도 그보다 많은 골을 먹으면 결국 시합에서 지고 맙니다.
그러므로 상대의 공격을 얼마나 철저하게 차단하느냐가 승패의 커다란 요인이 됩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싸움의 특징은 자신의 허점은 너무나 많이 노출되어 있는 반면
상대가 분명치도 않고 어떻게 공격해올지를 예감할 수 없어서
공격하기도 어렵고 상당히 견고한 수비를 하더라도
쉽게 뚫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싸움터에서 백만인과 싸워 이기기보다는
단 하나의 자신과 싸워 이기는 자가 가장 훌륭한 승리자이다” 《법구경》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만큼 힘든 싸움이라는 것이지요.

옛말에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듯이
마음에 틈이 생기면 악마가 침입한다(壁隙風動心隙魔侵)’는 말이 있습니다.
그 악마는 바람처럼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교묘하게 우리들 마음의 틈으로 비집고 들어옵니다.

어느 날 해질녘이었습니다.
경허 스님이 제자인 만공 스님과 함께 탁발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죠.
그 날도 탁발 성적이 매우 좋아서 스님들의 쌀자루에는 쌀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흐뭇한 마음과는 달리 짐은 몹시 무거웠고, 갈 길은 아직도 까마득했습니다.
바랑 끈은 어깨를 짓눌러 왔고,
게다가 절로 돌아가려면 가파른 고개마저 넘어야 했습니다.
만공 스님이 빠른 걸음으로 앞서 걷는 경허 스님께,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 되냐고, 좀 쉬었다 가면 안 되냐고
볼멘소리로 투정을 하자 경허스님이 한 마디 합니다.
“내가 빨리 가는 방법을 써 볼 테니, 자네 빨리 와보게나."
마침 마을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한 모퉁이를 돌아설 때
스무 살을 갓 넘겼을까 말까 한 아주 예쁜 새댁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집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앞서 가던 경허 스님이 그 여인과 엇갈려 지난다고 생각되는 순간
경허 스님이 느닷없이 달려들어
여인의 양 귀를 잡고 입술에 번개같이 키스를 해버렸습니다.
"에그머니나!"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물동이를 떨어뜨리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도로 집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습니다.
집안에서 소동이 일어났고, 소동은 곧 이웃에 퍼지고,
급기야 동네 사람들은 낫이며 작대기, 몽둥이를 닥치는 대로 짚어들고 뛰어 나왔다.
“저 놈 잡아라!” “아니, 어디서 요망한 중놈이 나타나 가지고 아낙네를 겁탈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쫓아오자 스님은 두 말할 것 없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쌀을 지고 뒤따라가던 만공 스님 또한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함께 뛰지 않을 수 없었죠.
만공 스님은 온 힘을 다하여 필사적으로 앞서 뛰어 가는
경허 스님을 따라 젖 먹은 힘을 다해 달아났습니다.
뒤쫓던 사람들의 추격은 무서운 속력을 내어 달아나는 두 스님을 끝까지 쫓지는 못했어요.
마을을 벗어나 절이 보이는 산길에 접어 든 후에야
경허 스님은 마침내 만공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그래, 어떻더냐? 고개를 넘는 것이 힘이 들든? 쌀자루가 무겁더냐?”
“아이고 스님, 무거운지 어떤지, 그 먼 길을 어떻게 달려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만약 저 만공스님이라면 낫을 들고 쫓아오는데도
‘아! 힘들어. 조금만 쉬었다 가면 좋을 텐데.’
‘아이고 맙소사, 저 고개를 어떻게 넘지?’ 하는 마음이 일어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걱정도, 고민도, 쉬고 싶은 마음도 모두 마음에 틈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날씨가 후텁지근하다고 해서 의욕을 상실하고
자꾸만 짜증이 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마음에 틈이 생겨서 그 사이로 악마가 들어온 탓입니다.
조금만 쉬었다 했으면 하는 마음이 일어나고,
자꾸만 딴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그 악마에게 져서 그 지배를 받게 되는 현상입니다.

# 악마의 정체

그런데 도대체 악마의 정체는 뭘까요?
그들은 어떤 공격루트를 가지고 어떻게 공격하는 것일까요?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을 얻기 직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계십니다.

네란자라 강 기슭에서 평안을 얻기 위해 힘써 닦고 명상하는 나에게,
악마 나무치는 위로의 말을 건네며 다가왔다.
“당신은 야위었고 안색이 나쁩니다. 당신은 죽음에 임박해 있습니다.
당신이 죽지 않고 살 가망은 천에 하나입니다. 당신은 살아야 합니다.
생명이 있어야 모든 착한 일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애써 정진하는 길은 가기 힘들고 행하기 힘들며 도달하기도 어렵습니다.”
악마가 이렇게 말하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게으름뱅이의 친척이여, 악한자여,
그대는 세속의 선업을 구해서 여기에 왔지만,
내게는 세속의 선업을 찾아야 할 필요는 털끝만큼도 없다.
나에게는 믿음이 있고 노력이 있고 지혜가 있다.
이처럼 전념하는 나에게 너는 어찌하여 생명의 보전을 묻는가.
힘써 정진하는 데서 일어나는 이 바람은 강물도 마르게 할 것이다.
오로지 수도에만 정진하는 내 몸의 피가 어찌 마르지 않겠는가.
너의 첫째 군대는 욕망이고, 둘째 군대는 혐오이며,
셋째 군대는 기갈, 넷째 군대는 애착이다.
다섯째 군대는 권태와 수면, 여섯째 군대는 공포,
일곱째 군대는 의혹, 여덟째 군대는 겉치레와 고집이다.
《숫타니파타》

악마는 칼이나 창을 들고 나를 위협하고 괴롭히는 외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괴로움으로 얽어매는 번뇌와 유혹의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부처님이 말씀하고 계시듯이 욕망이, 혐오가, 기갈이, 애착이 바로 악마의 군대이며,
권태와 수면이, 공포가, 의심이, 허영과 고집이 악마의 무리들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도록, 바르게 사고하지 못하도록,
그리하여 바르게 행동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위협과 유혹으로 방해하는
그것이 바로 악마의 공격수들입니다.
그들은 우리들의 가장 허약한 부분으로 교묘하게 공격합니다.
그들은 언제나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듯이
친구처럼 다가와서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독으로 우리를 마비시키고 맙니다.
만약 여러분의 마음속에 욕망을 비롯한 허영과 고집이 안개처럼 피어오른다면
우리의 마음 틈으로 악마가 공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 마음에 틈이 없게 하라

우리는 마음에 틈이 생기면 그 사이로 수많은 번뇌와 유혹이 새어듦을 알았습니다.
건물이 무너지고 다리가 붕괴되는 것도 알고 보면 조그마한 부주의에서 시작됩니다.
허술하게 이은 지붕으로 비가 새고,
기초가 부실하면 벽이 갈라지고 심지어는 건물이 무너집니다.
손에 상처가 없으면 독을 만져도 해를 입지 않지만
상처 난 손으로 독을 만지면 독이 온몸으로 퍼져 죽고 맙니다.
그와 같이 내 마음에 틈이 생기면 내 삶이 부실하게 되고, 독에 중독되고 맙니다.

잘 이은 지붕에는 비가 새지 않는 것처럼,
삿된 욕망과 집착이 고개를 쳐들고 일어나려 할 때,
게으름이 독버섯처럼 번지려할 때,
‘아직은 괜찮아’라고 방심하지 말고 그 근본을 아주 단호하게 잘라내어
더 이상의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마음의 성을 잘 단속해야 합니다.

몸은 빈 병처럼 보고 마음은 성처럼 든든히 있게 하라.
지혜로써 악마와 싸워 승리를 지키고 다시 잃는 일이 없게 하라.
《법구경》

이것이 위대한 승리자이신 부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마음에 틈이 생기지 않고,
어떻게 하는 것이 마음의 성을 든든하게 하는 것일까요?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너희들은 마땅히 생각을 거두어 집중하여야 한다.
만약 생사의 집중을 잃으면 온갖 공덕을 잃으려니와,
만약 집중의 힘이 강하면
오욕의 도둑 가운데에 들어간대도 해를 입지 않으리니,
갑옷을 입고 싸움터에 나가면 두려움이 없는 것과 같다.
이것을 생각의 집중을 잊지 않는 일이라 한다.
《유교경》

우리는 한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는지 모릅니다.
공부를 하려고 책을 펴서는 목이 말라 냉장고를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하고,
또 갑자기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전화를 걸어 잡담만 하다가는
결국 침대에 벌렁 누워버리는 일들을 우리들은 다반사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눈으로는 아름다운 것만 보려 하고, 코로는 향기로운 것만을 냄새 맡으려 하며,
귀로는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하고, 입으로는 맛있는 것만 먹으려 하며,
몸으로는 부드럽고 편안한 것만을 취하려 하고,
관심이 있고 애착이 가는 것에 순간적으로 마음을 뺏기고 마는 이것이
우리로 하여금 주인된 삶을 포기하게끔 하는 우리들의 적입니다.
그래서 이 여섯 가지 감각 대상들을 육적이라고 합니다.
이것들은 온갖 자극과 유혹으로 마음의 집중을 앗아가 버리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이런 적이 먼지처럼 일어나서 나를 지배하게 놔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잡된 생각들을 거두어 정신을 집중하라고,
마음의 문을 잘 단속하라고 권고하고 계십니다.
집중하라는 것은 간절한 마음으로 늘 깨어있으라는 말입니다.
집중하라는 말은 흐트러짐이 없이 자신의 마음을 바로 보라는 것입니다.
집중하라는 말은 오로지 그것을 하라는 말입니다.
공부할 때는 공부에, 길을 갈 때는 길을 가는 것에,
친구를 만날 때는 친구를 만나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순간순간을 절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정신의 집중이고, 참선이고, 삼매입니다.

옛 선사들은 수마(睡魔;졸음)를 물리치고 화두에 몰두하기 위해서
턱 밑에 아주 예리한 칼을 꽂아놓고 참선을 했다고 하죠.
우리들은 늘 그렇게는 하지 못하더라도
하루에 몇 번씩이라도 턱에 칼을 꽂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마음에 틈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그 틈으로 악마의 군대가 쳐들어오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바른 믿음과 힘찬 정진과 날카로운 지혜로 무장해서
악마의 무리를 잘 막아내고 과감히 무찔러야 할 것입니다.

청소년 불자 여러분!
이제 조금 있으면 즐거운 여름방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더위를 피해 바다로 산으로 바캉스를 떠나는 것도 좋고,
학업을 잠시 쉬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방학이라고 방심(放心)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잠깐의 방심으로 온갖 자극과 유혹에 자신을 매몰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언제나 스스로의 마음을 관찰하는 일은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사찰에서 하는 수련회에 동참해서
며칠 동안을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자기 마음의 성을 잘 고치고 가다듬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삼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가 되고,
백 년 동안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의 티끌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황금 같은 여름방학을 무의미하게 번뇌의 패배자로 지내기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끝내 승리하는 가장 뛰어난 승리자가 되고,
얻기 힘든 주인이 되길 기원합니다. 최고의 승리자가 되십시오.

| 글쓴 날짜 | 2002-07-16 |

돌이 물에 뜰까?

행복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