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는 삶의 아름다움
벌써 한 해의 중턱을 넘어 7월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됩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건강에 유의해야겠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가끔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가슴 뭉클한 기사가 있습니다.
자신이 평생 번 돈을 장학금으로 선뜻 내놓았다든지,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죽어가는 생명을 구해냈다든지,
인도네시아 지진 참사 현장 복구를 위해 만사 제쳐 놓고 달려갔다든지 하는 그런 소식말입니다.
모두가 남을 위해 베푸는 숭고한 일들이지요.
과연 베푼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베풀어야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오늘 법회는 이런 ‘베푸는 삶’에 대해 불교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보시는 자비의 실천
부처님은 베푸는 행위를 ‘보시’라고 하여 제일의 덕목으로 삼습니다.
보시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째는 물질을 베푸는 재(財)보시입니다.
둘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펴는 법(法)보시,
세 번째는 다른 사람의 두려움을 덜어주는 무외(無畏)보시입니다.
그런데 이런 보시의 실천은 그냥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자비의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자비란 무엇일까요?
자비에서 자(慈)는 욕심을 버리고 남을 위해 자기 것을 주는 것을 말하고,
비(悲)는 남이 갖고 있는 고통이나 슬픔을 자기의 아픔으로 받아들여
그것을 덜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자(慈)가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면, 비(悲)는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이런 자비의 마음은, 세상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지하면서 동시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연기의 법칙’을 깨닫는 데서 나옵니다.
이를 깨닫게 되면 자연스럽게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자타불이(自他不二)’라고 하는데, 이 진리를 철저히 알게 되면
저절로 자비의 마음이 생긴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저 창 밖에 서 있는 나무는 나와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에게 그늘을 제공해주고 산소도 내뿜어주는 존재임을 알게 될 때 나무나 더 사랑스러집니다.
보시는 이와 같이 자비의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자비를 밖으로 실천하는 것이 보시인 셈이죠,
보시의 예를 몇 가지 들어 볼까요?
보시는 널리 베푸는 것
<예화 1> 경주 최부잣집의 비밀 : 재보시의 예
요 근래에 《경주 최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압니까?
바로 최부잣집의 만석군 전통과 가훈 때문이었습니다.
옛말에 부자는 3대는 못 간다는 말이 있는데,
경주 최부잣집은 무려 300여년 동안 12대를 내려오면서 만석꾼의 전통을 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마지막으로 전 재산을 영남대학교 전신인 대구대학교에 기증함으로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최부잣집이 300년 넘게 만석꾼 부자로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그것은 최부잣집 가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보겠습니다.
첫째, 재산은 1년에 1만 석, 즉 쌀 5천 가마니 이상을 모으지 말라.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1만석 이상의 재산은 이웃에게 돌려 사회에 환원한다.
둘째,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
누가 와도 넉넉하게 대접하여 푸근한 마음을 갖게 한 후 보낸다.
셋째,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주는 사람이 없게 하라. 특히 흉년에는 양식을 푼다.
최부잣집의 마지막은 최준(1884~1970)할아버지였습니다.
이분은 못다 푼 신 학문에 대한 열망으로 대학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일제시대에는 백신상회를 경영하여 독립 자금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최준 할아버지는 어떤 노스님의 말씀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았다고 합니다.
“재물은 똥오줌과 같아서 한 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서 견딜 수가 없게 되고,
사방에 골고루 뿌리면 거름이 되어 알곡을 맺는다.“
최준 할아버지는 스님의 이 한마디를 듣고 숭고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어때요? 참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최부잣집은 보시 중에 ‘재보시’를 실천한 것입니다.
돈이 있다고 하여 누구나 남을 위해 베풀며 사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자신의 재산을 몽땅 사회에 환원하는 것, 이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입니다.
자비의 마음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자비의 마음이 보시를 실천하게 한 것지요.
《잡아함경》에 보면 다음과 같은 부처님 말씀이 나옵니다.
“넓은 들판에 호수가 있어 그 물이 맑고 깨끗해도
그것을 쓰는 사람이 없으면 스스로 말라 없어진다.
이처럼 아무리 진귀한 재물일지라도,
어리석은 사람이 가지고 있으면 쓰지도 못하고 남을 위해 베풀지도 못하면서
모으고 지키느라 걱정만 하다가 임종과 함께 잃어버리고 만다.
지혜로운 사람은 남을 위해 쓸 줄 알고 자기를 위해 쓸 줄도 알아,
그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에 태어나게 된다.“
보시는 아낌없이 주는 것
<예화 2> 아낌없이는 주는 나무 : 동화 속의 무주상보시
여러분, 미국 작가 쉘 실버스타인이 지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를 아시나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 이야기만큼 보시를 잘 설명하는 것도 없어요.
이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는데, 이 나무는 어떤 소년을 무척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나뭇잎으로 왕관을 만들어주고, 그늘도 만들어주고,
사과를 실컷 먹게도 하고, 심지어는 과일을 따가게 하여 돈을 벌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소년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많은 것을 요구했습니다.
나무는 그때마다 아무 불평없이 기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줍니다.
집이 필요하다고 하면 나뭇가지를 주고, 여행 가는 데 배가 필요하다가 하면 줄기를 줍니다.
이제는 다 주고, 나무 밑둥만이 남았지만
나무는 소년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줄 때마다 매우 행복했습니다.
소년이 노인이 되어 나무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피곤하다면 투덜댔습니다. 그러자 나무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앉아서 쉬기에는 늙은 나무 밑둥보다 더 좋은 것이 없어,
이리 와서 앉아 푹 쉬도록 해.“
어때요?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이지요.
보시는 이렇게 아낌없이 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보시 중에도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무주상보시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나무는 소년에게 무주상보시를 실천한 것입니다.
<예화 3> 시비왕과 비둘기 : 경전 속의 예
부처님의 경우는 어땠을까요? 부처님은 평생 보시를 실천한 분입니다.
특히 부처님은 철저히 무주상보시를 실천했다고 볼 수 있어요.
경전 어디를 보나 보시를 행하고 나서 상(相)을 나타냈다,
즉 베풀었다는 생각을 냈다는 이야기가 없어요.
부처님은 오직 중생을 구제하려는 일념으로 그냥 모든 것을 주었습니다.
다음은 부처님의 전생 설화인 《본생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시비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비심이 많아 백성뿐만 아니라 목숨이 있는 모든 동물까지도 사랑하였습니다.
어느 날 행차를 하고 있는데, 비둘기 한 마리가 매에게 쫓겨
비명을 지르면서 그의 품으로 날아들었습니다.
바로 그때 비둘기를 쫓던 매가 나뭇가지에 앉아 왕에게 말했어요.
“그 비둘기를 내게 돌려주시오. 그것은 내 저녁거리입니다.”
왕은 단호히 거절했지요.
"비둘기를 네게 돌려줄 수 없다.
나는 불도(佛道)를 닦으면서 모든 중생을 다 구제하겠다고 맹세하였느니라“
“그럼, 그 모든 중생 중에 나는 포함되지 않는단 말인가요?
나에게는 자비를 베풀지 않고 내 먹이를 빼앗겠다는 것입니까?“
이 말을 듣고 시비왕은 매우 난처했습니다.
이렇게도 못하고 저렇게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지요.
"그럼, 다른 먹이로 바꾸어주면 안 되겠느냐?“
“대신 반드시 살아있는 날고기여야 합니다.”
시비왕은 생각했습니다.
‘살아있는 날고기라면 산 목숨을 죽이지 않고는 구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하나를 구제하기 위해 다른 목숨을 죽게 할 수는 없다.
내 몸은 오래지 않아 죽고 말 것이니 차라리 내 몸을 주도록 하자‘
시비왕은 선뜻 자기 다리와 엉덩이 살을 베어 매에게 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비왕은 매를 원망하거나 자신이 한 일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시비왕은 부처님의 전생이었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전생에서 많은 보시의 공덕을 쌓았기 때문에 부처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베풀며 사는 보시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성불까지 하니 말이지요.
《열반경》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씀이 나옵니다.
“보살이 보시하는 것은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나 안고 남을 속이지 위해서도 아니다.
그러므로 보시를 했다고 하여 교만한 마음을 내거나 은혜 갚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보시를 할 때는 자기를 돌아보지 말아야 하고, 받을 사람을 가려서도 안 된다“
당장 할 수 있는 보시 : 돈 없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까지 설법을 들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재보시는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법보시는 아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무외보시도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더구나 무주상보시는 대단한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지 때문이지요.
일단 그런 생각은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잡보장경》에서 ‘무재칠시[無財七施]’를 가르쳤습니다.
이것은 가진 것, 아는 것 아무것도 없어도 할 수 있는 보시입니다.
오로지 베풀려는 자비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첫째, 안시(眼施)입니다.
부드러운 눈길로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것입니다.
둘째,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입니다.
웃는 얼굴로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것입니다.
셋째, 언사시(言辭施)입니다.
부드러운 말로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것입니다.
넷째, 신시(身施)입니다. 몸으로 직접 일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심시(心施)입니다.
감사의 말로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것입니다.
여섯째, 상좌시(牀座施)입니다.
누구든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하룻밤 재워주고 밥을 주는 것입니다.
여러분! 보시란 참 쉽지요.
위와 같은 보시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번 베풀어 보십시오. 틀림없이 삶이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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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