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우리의 주인
청소년 여러분, 안녕하세요?
벌써 3월이네요.
여러분 중에는 바로 얼마 전에 졸업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3월이 되어 입학한 사람도 있겠지요.
졸업한 사람이나 입학한 사람, 그리고 새로운 학년을 맞이한 사람
모두에게 희망과 꿈이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 최근 KBS에서 매주 일요일 저녁 8시에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6부작 ‘마음’을 본적 있나요?
혹시 한 번이라도 본 사람 손 들어볼까요?…
예, 나는 1편부터 빠짐없이 보았는데요,
평소 마음에 대한 의문점이 많이 풀렸답니다.
기획 의도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떠나는 과학적 탐구 여행”이었습니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떠난다…. 이게 무슨 도깨비 같은 소리일까요?
마음이 무엇이기에 잃어버렸다고 하는 걸까요?
무슨 물건인가요? 아니면 잠시 기억에서 사라진 지식 같은 것일까요?
이번 법회에서는 이 ‘마음’에 대하여 생각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이나 여기 있는 나나 모두 마음을 갖고 있지요.
도대체 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물으면, 좀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퍼뜩 ‘심리학’을 떠올릴 겁니다.
물론 심리학이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지요.
요즘은 고등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배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음에 대하여 부처님만한 권위자는 없습니다.
그야말로 부처님은 인류역사상 마음에 대한 최고 전문가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KBS 다큐멘터리에서 말하는 ‘마음’을 알아보고
,
예화와 부처님 말씀을 통해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마음이 무얼까?
KBS TV ‘마음’ 홈페이지에 들어가 살펴보니,
다큐멘터리 ‘마음’의 제작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혀 놓았더군요.
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왜 첨단과학의 시대에 느닷없이 오래된 화도를 끄집어내는 것인가?
그 질문은 역설적으로 첨단과학과 풍요의 시대에
우리는 행복하지 못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는 행복을 찾지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버는 방법을 찾아내고, 행복을 얻기 위해 얼굴을 고치고,
행복을 오래오래 누리기 위해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다닌다.
그렇게 탐욕스럽게 얻어낸 행복을 지키기 위해 남의 행복을 짓밟는다.
그 탐욕의 규모는 커지고 사이클은 갈수록 짧아진다.
다큐멘터리 ‘마음’은 탐욕과 행복의 불행한 연결고리를 끊고 싶다.
유한한 자원을 놓고 벌이는 끝없는 행복 전쟁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마음’을 잡는 것이다.
화두, 탐욕과 행복의 불행한 연결고리, 행복 전쟁을 끊는다,
마음을 잡는다,…. 어떤가요? 의미심장하지 않나요?
화두는 불교 수행에서 자주 쓰는 용어입니다.
탐욕은 부처님이 가장 경계하는 말 중 하나로,
불행의 시초라고 늘 강조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잡는다’는 것은, 결국 마음 속에 스며들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을 잘 지키자는 뜻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KBS 다큐멘터리 ‘마음’이라는 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불교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탐구하고
정립해 왔던 마음에 대한 실체를,
과학적인 잣대로 해부하고 증명해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여섯 편에 걸쳐 방영된 내용을 보면,
첫째 인간의 몸은 마음이 지배하며,
둘째 모든 것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며,
셋째 무의식이 우리 마음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넷째 마음 속에 부정적인 기억을 버리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섯째 편안한 마음을 가지지 위한 방법으로
이완과 명상을 소개하며,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여주었고,
마지막으로 탐욕의 시대에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위대한 심성인 ‘용서’를 이야기합니다.
한마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부처님의 마음에 대한 가르침에 대하여 알아볼까요?
일체유심조 : 두 가지 예화
① 극락과 지옥
옛날 어느 스님이 마을 사람들에게 법문을 하고
암자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산등성이를 넘어 으슥한 산길로 가는데,
갑자기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이 나타나 길을 막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산적들로, 스님을 놀려줄 요량으로 물었습니다.
“이보시오, 중님. 극락과 지옥이 있다는데 그것이 사실이요?”
“예, 그렇습니다.”
스님의 말에 산적들은 냉소적으로 이죽거리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극락과 지옥은 어디에 있소?”
그러자 스님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극락과 지옥은 지금의 당신들과 나 사이에는 없습니다.”
그 대답에 산적들은 스님을 땡초라고 비난하면서,
커다란 주먹으로 스님을 치려 했습니다.
이때 스님이 산적의 주먹을 잽싸게 막으며 말했습니다.
“지금이 바로 지옥이요”
그러자 산적들은 기가 찬다는 듯이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그 순간 스님이 다시 말했어요.
“아, 지금이 바로 극락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스님은 산적의 물음에 극락과 지옥이 정말로
어디에 있는지를 증명해 주면 좋으련만 그것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부처님의 이야기를 백 번 들려준들 산적이 그것을 알아듣겠습니까,
아니면 믿기를 하겠습니까?
행동으로 직접 보여줌으로써 극락과 지옥은 마음 속에 있지,
다른 데 있지 않음을 깨우쳐주고 있지요.
웃으면 극락이요, 화내면 지옥이라는 거지요.
과학적 실험에 의하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뇌에 ‘엔돌핀’이라는 신경물질이 분비되고,
부정적인 마음을 품으면 ‘아드레날린’이라는 나쁜 물질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엔돌핀이 나오면 기분이 좋다는 것이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몸이 굳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증거입니다.
참 간단하지요.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② 원효대사와 해골 물
자,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을 거예요.
원효대사가 의상 스님과 함께 중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가는 도중에 폭풍우가 쏟아져 세상이 온통 칠흑같이 어두워졌습니다.
간신히 토굴을 찾아 비를 피했는데,
너무도 피곤했던지 둘 다 잠이 들었습니다.
단잠을 자던 원효는 잠결에 목이 말라
평소의 습관대로 머리맡을 더듬거리며 물을 찾았습니다.
마침 물이 들어 있는 바가지가 잡혔어요.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지요.
어찌나 물이 맛있는지 꿀맛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잠에 들었지요.
이튿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잠에서 깬 원효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곳은 토굴이 아니라 무덤이 아닌가?’
주위는 해골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그러면, 밤에 마신 물이 해골이 고인 물이란 말인가?’
이렇게 생각이 들자, 원효는 구역질이 나면서 막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속이 뒤집힐 정도로 토했어요. 그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원효는 껄껄껄 웃으며 무릎을 쳤습니다.
‘아아, 부처님의 가르침이 맞는구나!
마음이 생기니 여러 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사라지니 모든 법이 없어지는구나!
아무 생각 없이 먹을 때는 그 물이 그렇게 맛있었는데,
더럽다는 마음이 일어나니 이렇게 토하는 구나.
아, 이 마음이 뭘꼬, 뭘꼬….
부처님의 말씀에 삼계(三界)가 오직 마음뿐이라 하셨으니
어찌 나를 속였겠는가!‘
원효대사는 이렇게 큰 깨달음을 얻고
중국 유학길을 포기하고 다시 신라로 돌아옵니다.
원효대사(元曉大師, 617~686)가 누굽니까?
신라 말기의 스님으로서 한국불교 사상 가장 위대한 고승 중의 한분이지요.
출가하기 전의 성은 설(薛)씨이고 이름은 서당(誓幢)입니다.
원효는 법명(法名)이지요. 이두(吏讀) 문자를 만든 설총의 아버지기도 합니다.
특히 불교 사상의 통일과 실천을 위해 노력한 선구자로서 이름이 높습니다.
여러분은 원효대사 하면 ‘대중불교’를 떠올릴 겁니다.
원효대사는 이러한 마음의 깨달음을 얻고 난후 많은 일을 하는데요.
그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고통 속에 허덕이는 대중과 함께했다는 것입니다.
대중들에게 각자 마음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염하면
모두가 극락에 갈 수 있다고 역설한 것이지요.
이러한 원효대사의 가르침 덕분에 신라의 백성들은 마음이 참 편해졌습니다.
부처님의 여러 경전에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심외무별법(心外無別法)’을 강조하셨지요.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드는 것이니,
마음 밖에 다른 법이 없다는 이야기지요.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마음이 주인이라는 것을 항상 느낍니다.
내 마음이 편할 때는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이고,
내 마음이 불편할 때는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싫어 보입니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여러분! 도대체 마음이 무엇이고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마음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놈은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혼자서 우주를 날아가기도 하고,
미국에 갔다 오기도 하고, 먼 옛날에 돌아가기도 하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가 있기도 합니다.
참으로 오묘하지요. 또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해요.
평안도 감사도 자기 하기 싫으면 안 한다고 하잖아요?
인간이 소유한 것 중에서 이 마음보다 신기한 것이 있을까요?
달마대사는 《관심론》에서 마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마음이란 모든 거시 근본이므로
모든 현상은 오직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깨달으면 만 가지 행을 다 갖추는 것이다.
이를테면 여기 큰 나무를 가꾸는 사람은 뿌리를 북돋을 것이고,
나무를 베고자 하는 사람도 뿌리를 베어야 할 것이다.
수행하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마음을 알고 도를 닦으면
많은 공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이룰 것이다.“
부처님은 사람에게 드러나는 모든 것은,
한마디로 ‘마음작용’의 결과라고 가르칩니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마음이 없으면 대상도 없고 감정도 없고
행동도 나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화엄경》에서 부처님은 “마음은 그림 그리는 것과 같아서
여러 가지 세상일을 그려내나니, 온갖 정신작용이 이를 따라 나는 것이라서
마음이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우주의 온갖 존재는 마음이 빚어낸 산물이므로
마음을 여의고 존재하는 것은 없으며,
마음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본체로서
유일하게 실재(實在)하는 것이라는 뜻이지요.
실제로 KBS 다큐멘터리 ‘마음’에서 보니,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이 있더군요.
예를 들어, 의사가 환자에게 비타민을 두통약을 속이면서 먹게 했더니,
대부분의 경우 두통이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비타민이 두통을 낫게 한 것이 아니라,
의사에 대한 믿음이나 마음이 작용하여
어떤 효과가 일어난 것이지요.
이를 플라시보 효과라고 합니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 마음 이야기입니까?
이러한 마음에 대한 이치를 깨달아,
마음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다스릴 줄 안다면 그것이 곧 부처라는 겁니다.
자, 오늘 법회는 《법구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말씀을 다 같이 읽으며 끝내겠습니다.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 된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그를 따른다.
수레바퀴가 미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 된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청정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즐거움이 그를 따른다.
그림자가 그 형체를 따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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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