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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식사, 발우공양정신으로!
청소년 여러분!
요즘 겨울방학인데 잘 보내고 있겠지요?
방학은 지난 자신의 학교생활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일 뿐 아니라,
부족한 과목을 공부하고,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체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방학도 알차게 보내고 개학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법회에서는 우리가 매일 먹는
식사 문제에 대하여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먹는 것 참 좋지요?
벌써 침이 꿀꺽 넘어가나요? 자, 질문해 봅시다.
여러분은 평소 식사를 하면 음식을 남기나요,
아니면 남기지 않고 싹 먹어 치우나요?
한번 손 들어보세요. 자, 음식을 남기지 않고 싹 먹는 사람? …
아, 손드는 사람이 별로 없네요.
자,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여러분과 함께
우리의 식사문화 내지는 습관에 대하여 살펴보고,
혹시 문제는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과연 부처님은 어떻게 식사를 했고
어떤 정신으로 식사를 해야한다고 가르쳤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의 급식소 풍경
우리는 한 끼라도 식사를 거르면 허기를 느끼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됩니다.
사람의 기본 욕구 중에 식욕만큼 강한 것도 없어요.
그만큼 음식은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이야기지요.
한참 자라나는 청소년 여러분들에게
먹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청소년기에는 식욕이 왕성할 뿐 아니라
영양을 골고루 섭취해야 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예전처럼 도시락을 싸오지 않고
학교 급식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는데,
점심시간이 되면 참 가관이에요.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여기저기서 달리기 대회가 열립니다.
각 층 복도에서, 그리고 체육시간을 마친 운동장에서
누가 먼저 빨리 급식소에 도착하는가 하고 경쟁을 벌이는 것입니다.
이유는 남보다 먼저 줄을 서서 빨리 식사를 하기 위함이지요.
여기 있는 여러분도 마찬가지지요?
그런 경험이 한두 번 정도는 있지요?
아, 매번 그런다고요? …네.
급식소에서는 급식 아줌마나 당번들이
먹을 만큼 음식을 나누어 줍니다.
따로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한
평균적으로 나누어주기 때문에,
자기 양에 모자라는 학생도 있고
적당한 학생도 있고 좀 많은 학생도 있어요.
문제는 남기는 학생들입니다.
음식 찌꺼기 통을 보면 버려지는 음식이
너무 많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어요.
음식을 가져 와서 먹을 때는 이것이 음식이지만,
남기면 바로 쓰레기가 되어 버리거든요.
아무런 의식 없이 음식을 버리는 모습에
정말 입이 딱 벌어질 때가 있어요.
세상에, 언제 우리가 이렇게 음식을
마구 버릴 만큼 부자가 되었나요?
아니 부자는 음식을 이렇게 함부로 버려도 되는 건가요?
제가 학교를 다닐 때는 도시락을 싸서 다녔는데
밥을 남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도시락을 두 개씩 가지고 다녔는데,
차갑게 식은 도시락이었지만 맛있었어요.
워낙 먹어도 배고픈 시절이었고
도시락에서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음식이 다양해지고
음식문화도 향상되었습니다.
더 맛있고 더 품위 있는 음식을 찾아다니고
또 그것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음식문화는
어딘지 모르게 허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음식 쓰레기 문제가 이를 반증해주고 있어요.
가는 곳마다 음식 쓰레기가 널려 있고
이를 처리하느라 고심합니다.
이제는 음식이 모자라서 허덕이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남아돌아 처리하는 데에
엄청난 돈을 들이며 고민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 중에 음식 쓰레기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통계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지요.
빈그릇 운동, 딱 먹을 만큼만!
여러분, 혹시 빈그릇 운동이라고 들어보았나요?
최근 언론에서 이 운동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보고 참 놀랐습니다.
빈그릇 운동이란,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고 서약하고,
먹을 만큼만 받아서 남김없이 먹어치움으로써
음식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범국민 운동입니다.
우리 불교 환경운동단체에서 전개하기 시작한
이 서약 운동은 현재 종교와 종파를 초월하여
일반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학교.군대.회사.공공기관 등이 참여하여,
지난 해 12월 중순경에 이미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약하고 실천에 나섰다고 합니다.
저도 물론 서약에 동참했고
빈그릇 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1년 동안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의 양을
경제적 손실가치로 따져 보면 얼마인지 압니까?
언론 보도에 의하면, 자그마치 15조원이랍니다.
15조원! 도대체 얼마나 큰 돈인지 이해가 안 되지요?
이렇게 말해 볼까요?
15조원은 우리나라 연간 자동차 수출액과 맞먹고요,
월드컵 경기장 70개를 지을 수 있는 돈이고요,
북한 사람들이 30년 간 먹고 살 수 있는 돈이랍니다.
이제 좀 상상이 가지요?
세상에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돈을
그냥 음식 쓰레기로 버리는 겁니다.
배가 불러서, 또는 맛이 없어서,
아니 얼마든지 음식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어서
음식을 다 먹지 않고 버린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 음식 쓰레기는 어디로 가지요?
옛날 우리가 자랄 때는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에
아끼고 아껴 먹고 그러다 상하거나
못 먹게 되면 가축들에게 먹였습니다.
요즘도 잔반 음식을 축산업자가 가져가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져가기를 꺼린답니다.
왜냐하면 잔반통에 별의별 음식 쓰레기가
다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뼈라든가 가시,
심지어는 종이 뭉치까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짐승에게 위험하다는 거지요.
그래서 한 때는 일반 쓰레기와 함께
땅에 매립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또 큰 문제가 되었어요.
바로 수질오염의 주범이었던 거지요.
음식 쓰레기는 땅에서 썩으면서 악취를 풍기고
토양을 오염시켜 결국은 빗물과 함께
개울이나 강으로 흘러들어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겁니다.
우리가 반드시 물을 끓여 먹어야 하고,
지하수조차 마음 놓고 마실 수 없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겁니다.
요즘은 대부분 물을 사 먹잖아요.
저 강원도 산골이나 제주도 물이 아니면
믿고 마실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2005년부터 음식 쓰레기의 매립이 금지되고
별도로 분리 배출하여 소각하거나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처리 비용만 연간 4천억 원이랍니다.
이 얼마나 큰 낭비입니까?
또 소각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이라는
발암물질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에요.
음식을 버리는 것은 이제 환경을 파괴하는 일일 뿐 아니라
사람을 포함하여 무수히 많은 생명에게 죄를 짓는 행위입니다.
빈그릇 운동은 그래서 참으로 시기적절한 운동입니다.
빈그릇 운동은 한마디로 음식을 받을 만큼만 받아서
남기지 않음으로써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을 실천하고,
그렇게 아낀 자원을 지구촌 어려운 이웃과
나누자는 뜻이 담겨 있어요.
청소년 여러분도 이를 적극 실천하기를 권장합니다.
부처님의 발우공양 정신
자, 이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살펴봅시다.
부처님은 과연 어떻게 했을까요?
부처님은 우리에게 ‘발우공양(鉢盂供養)’이라는
식사법을 전해주셨습니다.
불교에서는 식사하는 것을 ‘공양’이라고 하는데,
부처님이나 스님에게 무언가를 바치는 것만이 공양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는 것도 공양이라 합니다.
왜냐하면 음식을 제공받는 자신의 몸 역시
부처님 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지요.
발우공양이란 ‘발우를 가지고 식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발우’가 무엇인지 궁금하지요?
‘발우’는 ‘스님들이 식사하는 그릇’을 말하는데,
‘발’은 인도 범어로 ‘응량기(應量器,양에 따라 먹는 그릇)’를 뜻하고
‘우’란 중국말로 그냥 ‘밥그릇’을 뜻합니다.
발우는 부처님 당시부터 걸식할 때
수행자들이 쓰던 밥그릇이었어요.
부처님 당신조차도 항상 발우를 들고
걸식을 하였다고 나와 있지요.
《금강경》이라는 경전을 보면,
항상 발우를 들고 걸식을 하고 난 후 공양을 한 다음
손과 발을 씻고 가사를 갖추고 설법을 행하였다고 적혀 있거든요.
그러니까 발우공양은 부처님 당시부터 행해진 오래된 식사법입니다.
전통적인 발우공양은 수백 명 또는 수십 명이
정렬하여 마주 보고 앉아서, 그 앉은 자리에서
발우를 펼쳐놓고 뷔페식으로 자신이 먹고 싶은 만큼
밥과 반찬을 발우에 담아 그 자리에서 동시에 먹고,
받아 놓은 물로 설거지까지 하는 식사법입니다.
100명 앉아서 식사하고 설거지까지 하는 데
대략 40분 정도면 족합니다.
그러니 얼마나 시간 절약이며 부담 없는 식사법입니까?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식사하는 방법이라 하여
‘대중공양’이라고 하고, 또 아무리 수가 많아도
동시에 식사를 마치니 공평하다 하여
‘평등공양’이라고 합니다.
발우공양은 수행자들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 차원에서 행해지는 것이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많은 시사점을 던져줘요.
몇 가지 특징을 알아볼까요?
첫째, 음식을 담는 그릇이 많지 않습니다.
오늘날 수행자들이 쓰는 밥그릇은 보통 4개로 포개어져 있는데,
밥그릇, 국그릇, 찬그릇, 물그릇 등 이렇게 4개이지요.
부처님 당시에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수가 더 적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릇이 많으면 걸식을 할 때
불편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둘째, 발우공양은 하나의 수행입니다.
즉 음식을 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고
열심히 진리를 공부하여 고통 속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구제하겠다는 맹세가 들어 있습니다.
셋째, 발우공양에는 연기적인 사고가 들어있습니다.
한 알의 쌀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무수히 많은 공덕을 생각하는 것이지요.
쌀 ‘미(米)’자는 여든 여덟 사람의 손이 간다고 하여
‘팔십팔사(八十八事)’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항상 모든 인연에 감사의 마음으로
합장을 하고 공양을 하는 것이지요.
넷째, 한낱 미물조차도 배려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습니다.
공양을 한 후 티끌만한 음식도 남겨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다 먹은 발우를 닦고 난 후
물수건(천수그릇)에 음식찌꺼기가 조금이라도 남으면
설거지 한 물마저도 다 먹으라고 합니다.
만일 그대로 버리면 하수구에서 설거지 한 물만 기다리는
‘아귀’라는 미물이 있는데, 이놈의 배는 남산만 하고
목구멍은 바늘만 하여 조그만 음식 찌꺼기도 목으로
넘기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 아귀를 배려하여
조금의 티끌만한 음식도 남겨서는 안된다는 거예요.
실로 감탄이 나오지요?
다섯째, ‘십시일반(十是一飯)’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이 말은 발우공양에서 나온 말이지요.
사찰에서 많은 대중들이 공양을 하게 되면
으레 음식이 모자라는 경우가 생깁니다.
한두 사람이 식사를 못하게 되면 곤란하니까
이미 음식을 받은 사람이 한 숟가락씩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열 명이 한 숟가락씩만 주면 한 그릇이 되니
얼마나 자비롭고 공평한 식사법입니까?
마지막으로, 발우공양은 친환경적입니다.
설거지할 때 깨끗한 물로 헹구고
발우수건으로 닦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세제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부처님은 발우공양으로 그 옛날 먹는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 옛날의 수행자들이니 그렇게 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기에는 발우공양이 너무도 거룩하고
의미 있는 식사법이 아닙니까?
놀라운 것은, 오늘날도 전통 사찰에서는
이 식사법이 그대로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식사할 때 ‘오관게’를 독송해요.
자, 오늘 법회는 이 오관게를 따라하며
끝내기로 하겠습니다.
여러분, 이제부터 발우공양의 정신으로 식사를 해보세요.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이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성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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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6-02-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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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