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 량 사 ▒▒

자신을 사랑하라.

이 름	: 청량사	조회수	: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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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고속도 아닌 초고속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잠깐 기다릴 여유도 없이 “빨리 빨리”를 외치며 바쁘게 살아갑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남들이 하니까.”, “아무 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만 같으니까.”
조급증 환자처럼 살아가고 있나 봅니다.
빨리 빨리 일을 처리하고 성취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서둘러야 할 일은 놓치고 목표 달성에만 매달려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해 생각해볼까 합니다.

#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무엇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렇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그 모든 것들도 자기 자신이 없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니까요.
경전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부처님께서 길을 가던 도중, 길가에서 깊이 들어간 숲속 한 나무 아래서 좌선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때 한 떼의 젊은이들이 숲 속에서 여기저기 무엇인가를 찾아다니고 있었죠.
나무 아래 조용히 앉아있는 부처님을 보고 그들이 물었습니다.
“한 여자가 도망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사연인 즉, 그들은 이 근처에 사는 지체 있는 집안의 자제들인데,
삼십 명이 저마다 자기 아내를 데리고 숲에 놀이를 왔었던 것입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의 독신자만은 기생을 데리고 왔었는데,
다들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기생은 여러 사람의 옷과 값진 물건을 가지고 달아나 버렸고,
그래서 그 여인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정을 듣고 부처님은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젊은이들, 달아난 여인을 찾는 것과 자기 자신을 찾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놀이에만 팔려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여인을 찾아 헤매던 그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제정신으로 돌아왔죠.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그럼, 다들 거기 앉거라. 내가 이제 그대들을 위해 자기 자신을 찾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
그들의 마음은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았으므로
이치에 맞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곧 이해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경전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이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물질 문명에 정신을 잊어버리게 되어 돈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기고
쾌락을 쫓으면서 정작 중요한 것, 급선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말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자기 상실, 주체성 상실은 이 시대의 큰 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순수를 팔고, 순간적인 쾌락 때문에 술, 담배, 마약 등에 빠지며,
속도감을 즐기기 위해 늦은 밤에 폭주를 즐기는 이들만이
자기 상실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내세우려고 하고 자신은 색다르다고 하지만,
자신을 표현해 보라고 하면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합니다.
자기밖에 모르면서 정작 자기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나의 것’, ‘내 주변의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그 중심에 있는 자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가장 소중한 것이 자기라고 할뿐 ‘어떤 것이 나인지’, ‘자신을 믿어도 좋은지’,
‘어떻게 해야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지’ 조차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치 어떤 여인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 여인이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을 하는지 조차 모르고, 그러므로 어떻게 해야 그 여인이 행복해 하는지도 모르는 꼴입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누구인가?’라고 질문하는 것은
오히려 기억상실증 환자나 하는 질문쯤으로 치부해버리는 이것이
우리들이 앓고 있는 자기상실의 병입니다.

이제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되풀이하던 ‘자기 망각의 삶’을 청산해야 합니다.
그 동안 돌아보지 않았고 잊고 있었던 자신을 찾아 떠나야 합니다.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경청하며 자꾸만 바깥으로만 치달리던 관심의 방향을
안으로 되돌려 자신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기야말로 자신의 주인
어떤 주인이 따로 있을까
자기를 잘 다룰 때
얻기 힘든 주인을 얻은 것이다.
《법구경》

# 내 자신은 믿을만한가?

불교는 다른 어떤 존재에 의해 자신이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자신과 세계를 움직이게 하는 주체는 저 밖에 따로 떨어져있는 존재가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인간 주체적인 사상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열반의 순간에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스스로를 의지처로 삼으라”는 말씀을 남기고 계십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왜 밖에서 하나님을 믿고 부처님을 찾아?”
“믿을 사람은 나밖에 없어.”
“나의 종교는 <나신교>야.”
이런 말들은 부처님이 하신 말씀에 비추어 본다면 상당히 불교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나는 어떤 것이고, 과연 믿을만한 것일까요?
우리가 보통 ‘나’ 혹은 ‘자신’이라고 하는 존재는
보통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을 뿐 그 실체는 없습니다.
육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모두 무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과 자주 이런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물질(색)은 무상(無常)한가, 아닌가?”
“무상합니다.”
“무상한 것은 괴로움인가, 아닌가?”
“괴로움입니다.”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에 대해 이것은 나의 것이요,
이것은 나요, 이것은 나의 실체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 없을까?”
“말할 수 없습니다.”
“정신작용[수․상․행․식]도 또한 그러하니라.”
《잡아함 권1》

우리는 무상하고 실체도 없는 자신을 믿을 수 없습니다.
무상한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끊임없이 그 믿음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허망한 믿음이 삶을 더 큰 괴로움으로 이끌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젊음과 건강을 믿었다가는 점점 노쇠하고 병들어 가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고,
한순간의 마음을 믿었다가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자신의 마음 때문에 가치의 혼란을 겪게 될 것이 뻔합니다.
그러므로 무상한 자신을 믿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무상한 자신을 등불로 삼고 의지처로 삼으라고 하신 것이 아닙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자신과,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자신은 그 의미에 큰 차이가 있다는 뜻이지요.
부처님은 끊임없이 무아를 말씀하시면서 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라고 요구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반야심경에도
“오온이 모두 공함을 비추어 보고
온갖 괴로움과 재앙을 건지느니라[照見五蘊皆空度一切苦厄]” 라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경험 속에서 형성되고 인식되어온 ‘나’는 실체가 아님을 바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자기라고 착각했던 무지의 먹구름이 걷히고
온 천하를 두루 비출 수 있는 밝은 보름달과 같은 본래의 성품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제 우리가 믿고 의지해야 할 참 나는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무상한 존재로서의 자기가 아니라 항상하고, 괴로움에 허덕이는 존재가 아니라 즐거우며,
더러움에 물들 수 없는 본래 청정한 자아입니다.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스스로를 귀의처로 삼으라는 말은
본래 우리 마음의 깨달은 바탕이 부처님이며, 마음의 올바름이 법이요,
마음의 청정한 바탕이 승가임을 알고, 믿고, 의지하라는 것입니다.
중생이 곧 부처임을 알고, 그 깨달음의 성품을 바로 쓰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의심하고 망설입니다.
‘과연 내가 부처님이란 말인가?’ 하구요.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단호하게 선언하십니다.
'마음과 부처와 중생은 다 똑같아서 어떤 차별도 없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원래 부처님입니다.
다만 자기를 얽어매고 있는 구속의 굴레를 박차고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중생으로 살고 있을 뿐입니다.
자기에 얽매이는 것이 마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인 줄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중생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괴로움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잘못된 자기 사랑을 버리고 참된 자기 사랑, 즉 부처로서의 삶을 시작해야 합니다.

내가 부처님이라는 사실은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고,
이 세상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얻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자기 확신이 있다면 결코 비굴해지거나 좌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나를 믿고 의지하는데 어찌 불안해하고 당황해 하겠습니까?
누군가가 나를 믿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기는데 내가 나의 부처님을 믿고 의지하고,
부처님께서 나를 믿으시는데 어찌 힘이 나지 않겠습니까?
이 모두가 참된 자기 사랑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참된 자기 사랑인지 살펴볼까요?

#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를 합니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은 무의미한 말인 것 같고,
어쩌면 이기적 욕망을 채우라는 말처럼 들리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그 모든 사람들이 과연 진실로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남을 사랑하는 것과 다른지를.

우리가 어떤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다 주고 싶고, 그 사람이 기뻐하는 일이라면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뭐든지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리고 순간적인 즐거움보다는 그 행복이 계속 이어지길 기원할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그와 상반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을 못난 놈이라고 비하하거나 자학하는 사람,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자포자기하며 사는 사람,
속상하다고 마구 먹거나 무엇이든지 때려 부수는 사람,
무언가에 홀린 듯이 제 정신을 잃고 사는 사람 등이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이런 행동이 자기를 사랑하는 다른 표현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자기 사랑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파멸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더러워지면 깨끗하게 씻고,
아프면 병원을 간다거나 약을 먹으며, 어려운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미리 예방하고 준비를 합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좋은 옷 예쁜 신발로 자신을 예쁘게 치장하고,
즐겁고 편안하도록 하는 것 등도 자신을 사랑하는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면 됩니다. 그러나 방법은 같더라도 다른 의미의 사랑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사악하고 건전하지 못한 생활에 길들여져 왔다면
참회를 통해서 깨끗이 씻어내어 제거하고, 아직까지 더러움에 물들지 않았다면
그러한 것에 자신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방지해야 합니다.
아직 자신의 삶이 아름답지 않다면 선하고 건전한 마음으로 가꾸어나가야 하며,
이미 존재하는 선하고 착한 마음은 더욱 예쁘고 아름답게 개발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기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나쁜짓을 하지 말라.
나쁜 짓을 멀리하고 선행을 쌓으면
그 마음 항상 편안하리라.
진실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자기 지키기를
나라를 잘 지키는 임금이 국경을 지키듯
자기를 잘 지켜야 하느니라.
《잡아함경》

부처님의 당부를 들으며 우리는 지금까지의 자기 사랑법을 수정해야 합니다.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이기의 악마가 자신을 침노하지 못하도록,
중생적인 자아가 주인노릇하지 못하도록 항상 깨어 있으면서 스스로를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를 사랑하되 자기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라는 존재는 많은 인연으로 구성된 존재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것은 우주적인 수많은 존재들의 도움으로 유기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빚진 모든 인연에 감사하고 은혜에 보답하는 생활이 나를 사랑하는 길입니다.
또한 나의 삶은 내 자신만의 삶이 아니기에 우주적인 책임의식을 가지고
조금도 허투루 삶이 없이 순간순간을 간절하게 살아야 합니다.

청소년 불자 여러분!
여러분도 알다시피 부처님께서는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다.”는 탄생게를 외치며
우리들에게 오셨습니다.
부처님이 혼자 잘났다는 말이 아니라 모든 나는 그 어떤 것에도 지배되지 않는 존엄하고
주체적 존재임을 일깨워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그 분의 삶은 인간에 대한 신뢰와 인간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어떻습니까? 그렇게 중요하고 시급한 자신을 찾는 것은 뒤로하고
무엇을 더 소중하고 시급하게 여기고 있나요?
혹시 자기라는 소중한 보물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밖에서만 소중한 것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의 삶이 혹시 자기의 동냥그릇이 엄청난 가치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그 그릇으로 동냥하는 거지의 삶과 비슷하지는 않나요?

이제 우리는 ‘자기야말로 자기의 주인’이며,
'자신이 소중하다면 자신을 잘 지키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그동안 잊었던 자기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중생 노릇을 그만두고 원래의 우리 모습인 부처를 회복해야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조그마한 자신의 틀에 갇혀 순간 순간 괴로움의 씨앗을 심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지켜나가야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상한 존재로서의 나를 사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로 나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자기 사랑의 질적인 변화 내지는 확대를 수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성불이며, 성불이야말로 참된 자기 사랑입니다. 자신을 사랑합시다.

| 글쓴 날짜 | 2002-05-19 |

행복하십니까?

눈 뜨고 살아가기~! - 바른 믿음의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