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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추모 의식 - 제사와 재의 의미
청소년불자 여러분!
산과 들이 서서히 새로운 세상을 향한 날개짓을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색채로 산과 들은 온통 아름다운 풍경화를 연상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구월은 팔월 한가위가 있었죠.
처서 전에는 벌초라 하여
조상의 묘를 다듬고 살피는 성묘를 하고
이번 달부터 11월까지는 5대조 이상 산소에
제사를 모시는 묘사(세일사제)를 거행합니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민간에서 지내는 제사와
불교적 재의 의미를 알아볼까 합니다.
특히 그 중에 조상에 대한 숭모의 정신이 담긴
제사에 대해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중앙일보 제사의식 설문조사에서 차례
또는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설문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약70%를 넘었습니다.
앞으로 자녀들이 제사를 지낼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도
50%를 넘어 제사는 당분간 그 전통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조상은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음식의 기운을 마신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계에서의 새로운 생활의 시작입니다.
지상에서의 제삿날은 영계의 생일날과 같습니다.
비록 육신은 소멸되지만 영혼은 우주법계에 존재합니다.
조상님들은 천상에서 영혼의 모습으로 늘 후손들을 보살피며
살아가시다가 제삿날이나 명절날이 되면 직접 찾아오셔서
후손들이 차려주는 음식을 드십니다. 이것을 '흠향(歆饗)한다'고 합니다.
사실 음식을 차리면 조상신은 제사 밥을 먹지 않지요.
제사의 축문을 읽을 때 "맛있게 흠향하소서"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조상신은 음식을 들지 않고 음식의 기운을 마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조상님이 돌아가신 날을 기일로 정해
해마다 제사상을 차려놓고 대접해왔습니다.
보통 우리 민족은 4대인 고조부모까지 제사를 모십니다.
돌아가신 조상님은 신(神)이 되어 4대까지는
후손들이 차려드리는 제사상을 받고,
그 이후에는 세일사(歲一祀)와 같은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제사는 결코 형식상의 예의만이 아님을 알아야겠죠.
조상님은 자손을 태워주는 삼신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조상님 제사는 내 생명을 내려주신 조상님께
감사의 뜻으로 올리는 보은(報恩)의 예법이기도 합니다.
우리 민족은 그 어느 민족보다도 조상님 대접을 극진히 잘 해왔습니다.
조상님뿐 아니라 천지만물에 깃든 모든 천지신명들을 잘 대접해왔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로 집을 짓거나 이사를 하면
그 집을 지키는 성주신에게 제사를 지냈고,
동네에서는 날을 잡아 당산제, 성황제를 모시면서
액을 풀어주시기를 기원했고, 바다에 고기잡이를 나갈 때는
풍어제를 지내며 용왕님께 고기를 많이 잡아 무사 귀환할 것을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시작하거나 어떤 행사를 준비할 때면
고사를 지내며 성공을 기원하는 모습을 아직도 많은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사에 대한 여러 종교의 견해
불교에서는 '재사'는 유교적 용어이며 불교에서는 '재'라고 합니다.
돌아가신 분을 기념하는 의례는 천도재로 여기에는 49재와 기제사 등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차례는 원래 다례이므로 술 대신 차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고
고기 대신 나물을 쓰는 게 불가의 전통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민가의 제사 형식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 정성을 다해서 조상을 모시면 된다고 봅니다.
유교의 본산인 성균관에서는 최근 제사를 현대적 의미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사음식은 정성이 담기면 간소하게 지내도 되고
장남이 아닌 딸이 지내도 무방하다고 했습니다.
제삿날을 마음대로 옮기는 것은 좋지 않고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것이 예법에 맞다고 합니다.
제사를 지낼 때의 마음가짐은 조상이 항상 옆에 계신 듯 모시고
신위는 한글로 써도 무방하며 신위 대신 사진을 놓아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가톨릭은 선교 초기에 제사를 우상숭배로 몬 적이 있지만
지금은 차례나 제사를 조상에 대한 예의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절하는 것을 포함해 일반적인 차례·제사 형식을 모두 인정합니다.
다만 가능하면 위패는 영혼을 모시지 않도록 권합니다.
그것은 영혼을 부르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개신교는 제사에 대한 입장이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공통적인 입장응ㄹ 찾아보면 가족끼리 화합하여
조상을 생각하는 것은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제사의 예식이 효도 차원을 넘어서 종교적 의미로 가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절은 부모와 조상에 대한 존경의식이 아니라 귀신에게 하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조상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나쁜 신이 아니라 영신이다.
최근 각 반의 학생들에게 큰집이나 자기 집에서나 제사지내는 학생들은
손을 들어 보라고 하니까 80%정도가 제사를 지낸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손을 들지 않은 학생들은개신교를 믿는 학생들입니다.
"왜 제사를 모시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은 답이 "하나님께서 나 이외의 신을 믿지 말라고 하셨고,
제사를 지내는 것은 귀신을 모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줍니다.
가령 교회를 나가서 조상에 대한 제사가
우리 집에서 안 지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 같지만
위로 올라가면 4대조 이상은 더 큰 종손이 제사를 모신다,
그 사람이 똑같이 제사를 안모시면 관계없지만
제사를 모시는 사람일 경우에는 같은 성씨의 조상이면서
어떤 조상은 제사상을 받고 어떤 조상은 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입니다.
종교적인 교리도 중요하지만 조상을 나쁜 신과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조상은 우리를 있게 한 축복의 신이며 영신인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먹지도 않는 것을 뭐하러 차리냐.
하지만 이것은 이웃의 유교권 국가인 일본과 중국과 다른
우리만의 독특한 조상에 대한 마음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들은 명절이나 제사 때 올리는 음식은
조상님 대접이라 하여 꼭 제일 좋은 걸로 구입해서 올렸고,
제수를 준비할 때도 목욕재계하고 정성을 다해서 준비했던 것입니다.
정성껏 제사를 모시면 조상님의 가호로
결국 그 집안이 발전하고 번성한다는 것은 부모님을 통해 많이 들었을 겁니다.
오늘날에는 명절이나 제삿날에 대해
오랜만에 가족이 한데 모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제사는 형식상의 예의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조상님은 지금도 내 행동 하나 하나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또한 조상님은 내 생명을 있게 한 근본이기 때문에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지그히 당연한 일입니다.
제사를 지낸 음식을 같이 동참한 가족과 나누어 먹는 것을 음복이라고 하는데,
이는 조상이 주신 복된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사는 지낼 때는 경건하고 엄숙하지만
제사를 지내고 음복하는 시간에는 화기애애한 가족화합의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가까운 이웃에게 제사 음식을 나누어주고
이웃 어른들을 모셔다가 대접하는 아름다운 풍속도 있었습니다.
제사는 우리 고대로부터 내려온 미풍양속이다.
중국의 유교적 영향을 받아 오늘의 제사격식이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중국인들은 우리처럼 정성을 다해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우리의 제사의 기원은 이보다 훨씬 오래되어
하늘의 자손인 한인천제께서 하늘에 제사지내던 데서 유래한 것이었습니다.
고대에 환인 환웅 단군 시내의 제사는 오늘날의 제사와는 정도와 규모가 달랐을 것입니다.
그 당시 자연의 변화와 재해의 모든 것은
하늘의 계시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환인 환웅 단군께서 주재하여 하늘에 지내는 제사는
전 국가적 행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화도에 있는 마리산의 첨성단은 서기전 2333년에 조선을 개국한
제1세 단군 임금이 환인 하늘님께 천제를 올렸던 곳입니다.
10월 상달에 한 해 동안 지은 햇곡식과 제물을 올리고
하늘에 감사의 천제를 지냈다는 것이
'동국세시기'나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자세히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사의 기원을 조선 유교의 산물로 여기는 것은 잘못입니다.
부여의 영고, 동예의 무천, 삼한의 상달이 모두 이런 제천 의식의 명칭입니다.
또 삼국시대로 오면서 하늘신과 아울러 나라를 건국한 국조신과
씨족사회 성씨를 만드신 시조 조상신에게 제사를 지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통은 지금도 맥이 이어져 가을이 되면
각 성씨의 발원 도시에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문중 자손들이
시조 묘를 참배하기 위해 운집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밧지국 사람들이 조상을 공경하고 제사를 지낸다고 들은 적이 있느냐?"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나라는 누구의 침략도 받지 않을 것이다."
『잠아함』「유행경」
아난다는 부처님 살아생전에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면
장례를 어떻게 모셔야 할지를 물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여래의 장례를 걱정하지 말아라.
여래의 장례는 신도들이 알아서 치러 줄 것이다."
『열반경』
부처님께서는 장래에 사람들이 포악해져
부모가 길러 준 은혜에 보답하지 않고 불효할 것을 아시고,
그들에게 모범을 보이고자 스스로 정반왕의 관을 메고 화장터로 가셨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전단향의 나무를 모아 화장을 하고,
유골을 모아 황금함에 담아 탑묘에 안치하셨다.
『불설정반왕 열반경』
재의 의미를 알아봅시다.
불교에서 재일(齋日)은 재를 올리는 날,
재계(齋戒)하는 날을 말합니다.
재는 본래 '삼가다'라는 뜻이자만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며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일정한 기간 동안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음식과 언행을 삼가며
부정을 멀리하는 것이 재의 본래 뜻입니다.
그리고 법회를 열러 승려와 신도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일,
불전에 올리는 공양, 죽은 이의 넋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법회나
명복을 비는 의식을 재라고 합니다.
성도재일(成道齋日)은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성취한
음력 12월 8일을 기념하는 행사입니다.
이 때에는 수행에서 성도까지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의식을 행합니다.
먼저 부처님의 경지를 찬탄하고, 참회한 다음 불보살에게 귀의하며,
성도를 위한 수행의 의지를 굳게 세운 뒤 발원하고 다시 참회합니다.
이어 입산게(入山偈) , 염불게(念佛偈), 출산게(出山偈)를 외운 다음
십바라밀정진이나 좌선, 염불 또는 1천배를 합니다.
십바라밀정진(十波羅蜜精進)이란 대중이 열을 지어 도는 열 가지 형태를 말하는데,
이 열가지 형태에는 모두 십바라밀의 각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 십바라밀정진 대신 의상의 법계도의 모양을 돌기도 합니다.
우란분재(盂蘭盆齋)는 음력 7월 15일에 지옥이나 아귀의 세계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영혼을 구제하기 위하여 불·법·승 삼보(三寶)에 공양하는 의식입니다.
우리나라는 고려 예종 때부터 시작되엇으며
성현(成俔)의 「용재총화」에서는 우란분재에 대하여
"장안의 사찰에서는 7월 15일에 백가지 꽃과 과일을 모아서 우란분재를 베푼다.
가정집에서는 부녀자들이 쌀과 곡식을 바치고 돌아가신 부모의 영혼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냈으며,
승려들은 거리로 나가 탁발을 하였다"고 기록하였고,
이능화(李能和)는 「조선불교통사」에서 "7월 15일 백중(伯仲)날에 각 사찰에서는
죽은 이를 위하여 위패를 불사르는데,
이 의식은 가정집에서 제사지내는 의식과 똑같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 각 사찰에서는 음력 7월 15일을 백중날이라고 하고
그에 따르는 법회를 행하고 있으나 민간에서는 소멸되었습니다.
결국 목련존자가 어머니를 구원하기 위해 베푼 우란분재가 현재는 백중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사찰에서 의식을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천도재(薦度齊)는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법회·독경·시식·불공 등을 베푸는 의식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십구재(四十九齋)인데
사십구재는 죽은 사람의 넋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천도재로서,
죽은 날로부터 7일마다 7회에 걸쳐 49일 동안 행하는 의식입니다.
불교의 내세관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의 49일 동안을 중음이라고 하는데,
이 기간 동안 다음 생의 과보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재를 지낸다고 합니다.
영산재(靈山齋)는 49재 중에 장엄하게 치러지는 영가 천도의식입니다.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영산회상을 재현하여
영가에게 장엄한 법식을 베풀어 극락왕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먼저 도량을 장엄하는데, 영산회상을 상징화하여 법당 밖에 괘불을 시설하고
의식에 불교 음악 등으로 장엄합니다.
단의 구성은 법당과 같이 상단은 괘불 앞에 설치하고
향, 차, 꽃, 과일, 등불, 쌀 등을 공양하고, 중단은 신중단,
하단은 그 날의 영혼에게 제사 드리는 영단입니다.
영산재는 우리나라 전통음악과 무용이 한데 어우러져 있고
민간신앙까지도 수용한 불교의식이자 우리의 무형문화재입니다.
수륙재(水陸齋)는 물과 육지에서 헤매고 있는 외로운 혼령들에게
법과 음식을 베풀어 구제하는 의식입니다.
이 의식은 중국 양나라 무제에 의하여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광종 21년에 처음 베풀었다고 전합니다.
수륙재의 내용을 살펴보면 재를 지내는 동기를 밝히는 소가 있고,
영혼들이 불보살님께 설법을 들어 깨달음의 마음을 일으키게해 주며,
다음으로 명부사자를 초청하여 분향공양을 하고 축원을 합니다.
이어 오방신장과 명부사자 호법선신께 공양하고
영혼을 목욕시킨 뒤 불보살게 나아가 법문을 듣고 불고 축원한 후
시식을 베풀어 유주무주 고혼을 천도합니다.
이 때 의식은 범패와 법무가 중심이 되고 태징, 요령, 목탁, 북, 피리, 젓대 등
다양한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예술성을 느끼게 합니다.
예수재(豫修齋)는 살아 있을 동안에 사후를 위하여 공덕을 쌓아서
지옥고를 받지 않고 극락 와생하도록 법의 공덕을 미리 저축하는 의식입니다.
원래는 중국 도교의 시왕신앙(十王信仰)을 불교에서 수용한 것이라 합니다.
단의 구조는 법신, 보신, 응신을 모시는 삼신불단(三神佛壇)은 법당 안의 중앙에 설치하고,
법당 안의 동쪽에는 지장단을, 서쪽에는 신중단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법당 밖에는 명부시왕단을 설치하는데,
이 전체는 밀교의 만다라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재에서는 각 단에 대한 공양, 예경을 한 다음, 보다 구체적인 절차를 치릅니다.
먼저 살아 있는 동안 갚아야 할 빚이 잇는데,
이는 불경을 읽어야 할 빚과 보시입니다.
불경에 대한 빚은 불경을 구입하여 불단에 올리는 것으로
빚을 갚는 형식을 취하고, 보시는 종이로 만든 지전을 현금으로 사서 시왕전에 헌납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마치면 징표를 주는데, 그것을 간직하였다가
죽은 뒤에 시왕전에 바치면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예수재는 어느 개인의 발원에 의해 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신도들과 함께 행하는 공동 의식입니다.
이 의식 중에는 범패와 불교 무용을 장중하게 펼쳐, 의식 도량은 축제 분위기를 이룹니다.
차례의 본래의 출발은 불교이다.
명절 제사를 차례라 하는데 이는 불교 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선원(禪院)의 규칙을 적은 원(元)나라 때
불서(佛書) 백장청규(百丈淸規)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한 솥에 끓인 차를 부처님께 바치고
또 공양드리는 사람이 함께 마셔 부처와 중생이 하나가 된다."
이런 불교적 전통인 차례가 제사에 도입됐고,
그 의식이 절이 아닌 가정에서 행해지다 보니 차가 술로 바뀌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차례의 유래도 불교와 연이 닿아 있습니다.
신라 경덕왕 때 충담 스님이 매년 설과 한가위 때
경주 남산 삼화령 미륵세존에게 차를 끓여 올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대는 누구인가?"
"충담(忠談)이옵니다."
"어디서 오는 길인가?"
"삼화령(三花嶺)에서 오는 길입니다."
"무엇하고 오시었소?"
"저는 매년 3월 삼짇날과 9월 중양절이면 차를 달여서
삼화령의 미륵세존(彌勒世尊)님께 드립니다. 오늘도 차를 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나에게도 한 잔 주겠소?"
"물론이지요."
스님이 차를 달여 왕께 드렸는데 맛이 신묘하고 그릇 속에 향기가 그윽하였다고 합니다.
"내 듣건대 스님이 기파랑(耆婆郞)을 찬미한 노래가 뜻이 깊다는데,
나에게도 백성을 다스려 편안히 살 노래를 지어줄 수 없겠소."
스님은 그 자리에서 「안민가(安民歌)」를 지어 바쳤습니다.
"임금은 아버지이고 신하는 사랑을 하실 어머니요,
백성은 어리석은 아이라고 할지면 백성은 그 사랑을 알리라.
꾸물거리는 물생(物生)에게 이를 먹여 다스린다.
이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는가 하면 나라 안의 유지됨을 알리라.
아아,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할지면 나라 안이 태평하리라."
그런데 여러 자료에서 충담 스님의 이야기를 소개하고는 있지만
모두들 '다도(茶道)' 또는 재주 예자를 써서 '다예(茶藝)의 효시'라고만 했지,
예도 예자를 쓴 '차례(茶禮)'에 주목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 차와 향을 올리고 절하는 것을 예불(禮佛)이라 하는 것처럼
충담 스님의 그것도 차례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충담 스님이 중요하고 좋은 날 부처님께 차를 올리고 나서 다른 일을 했듯이,
모든 후손들이 모여서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나서
다른 일을 하는 아주 중요한 행사가 차례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발전하던 차례가 고려 말기 제사 때 차 올리는 행사가 너무 번거롭고
사치스러워지는 등 폐해가 커졌다고 합니다.
결국 조선 개국 후 정도전이 금지령을 내리게 되면서
차를 올리는 풍속은 민간에서 사라지고 차례라고 부르던 습속만 그대로 남았습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의 전쟁으로 국가경제가 피폐해지고,
차가 기호식품으로 양반들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수탈이 심해지자
농민들이 차밭을 태워버리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임란 때 차 도자기 굽는 도공들을 다 끌어갔기 때문에
백성들의 생활을 걱정해서 영조(英祖)임금이 왕명으로
"귀하고 비싼 차 대신 술이나 뜨거운 물, 즉 숭늉을 대신 쓸 것"을
지시한 후부터 차례에 술이 등자아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차례에 차가 빠지고 대신 술이 쓰이게 된 것은
사회, 경제적 이유에서 영조 때부터 시적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정의 차례에는 이름에 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 대신 술을 쓰는 것이 당연시되고 보편화되었던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일반인의 뇌리 속에 차 없는 차례가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불교의 보기를 더 찾아보면 큰스님들의 탄신일에 지내는 제사를 다례(茶禮)라 하고,
아침에 올리는 예불에 차를 올리면서 하는 예불을 게송이라 하여 다게(茶偈)라 합니다.
또 낮에 올리는 불공에도 차를 올릴 때 하는 의식인 다게가 꼭 들어갑니다.
특히 4월 8일 스님 중의 큰스님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오신날 차를 올린다는 기록이
선원(禪院)의 청규를 담은 백장(百丈禪師:720-814)
청규(淸規) 권2 불강탄조 불강탄조(佛降誕條)에 나옵니다.
부처님오신날 향화, 등촉과 다과 진수를 올리고 공양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제 마루리를 하겠습니다.
집집마다 풍속이 다르고 제사를 보는 시각도 다르겠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소중한 의식이란 것입니다.
그것을 통하여 각박한 현실 속에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형성해
나가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가 바로 제사의식입니다.
불가에서의 재는 위대한 스승이신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고
불전에 공양을 올리고
죽은 이의 넋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법회나 명복을 비는 의식을 말하는데,
그 행사가 여법하고 장엄하여
죽은 이가 기쁘게 이승을 떠나게 하는 축제의 장이라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조상을 추모하고 조상의 덕을 사모하며
은혜와 음덕(陰德)에 감사하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제사나 재는 소중하게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문화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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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5-10-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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