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불자 여러분!
이제 가을입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라는 뜻입니다.
가을은 추수와 수확, 결실의 계절입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한 농사의 결실을 맺는 계절입니다.
그러니까 가을은 먹을 것이 더 풍족하기 때문에 말이 살이 찐다고 한 것이겠지요.
이제 우리 청소년들도 지난 여름 방학을 통해 충전한 체력을 바탕으로
가을과 함께 활기차게 시작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학교로 돌아가면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는 설레임으로 가득 차겠지요. 친구는 참으로 좋은 동반자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부부간에도 털어놓지 못할 사연을
마음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소중한 친구를 갖는 것은 큰 자산입니다.
이번 달은 그래서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친구는 오랫동안 가깝게 사귄 벗으로 하늘이 맺어준 친구인 붕우(朋友)와
오랜 친구를 뜻하는 구우(舊友), 고향 친구인 고우(故友)가 있으며,
불교에서는 불법으로 맺어진 친구인 법우(法友),
법우와 같은 뜻으로 함께 도를 이루기 위한 반려자를 뜻하는 도반(道伴),
올바른 도리를 가르쳐주는 선지식과 같은
훌륭한 친구인 승우(勝友)라고도 합니다.
군대에서는 같은 부대에 있으면서 공동의 승리를 위하여
전투와 생활을 함께 하는 벗으로 전우(戰友)라는 말을 씁니다.
동양의 성현 공자는 논어에서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얼마나 즐거운가”라고 했으며
서양의 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제2의 재산이다”라고 했습니다.
터키 속담에서는 “그 사람을 알고자 하면 그의 친구가 누구인가를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또 고사성어에서는 친구사이가 너무 친밀하여
그 사귐이 쇠보다 굳고 그 향기가 난초와 같이 짙다는 뜻으로
금란지교(金蘭之交)라고 하며,
어렸을 때 죽마를 타고 놀았던 허물없는 친구의 우정을 말하는
죽마고우(竹馬故友)와 삼국지의 명장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하여
제갈공명을 얻었으나 관우와 장비가 못마땅하게 여기자
“내가 제갈공명을 얻은 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얻은 것과 같다”고
한데서 유래한 수어지교(水魚之交)와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이 한실의 중흥을 위해
유비의 집 도원에서 형제 결의를 맺은 데서 유래한 도원결의(桃園結義),
제나라의 관중과 포숙의 우정을 그린 관포지교(管鮑之交) 등이 있습니다.
옛 성현들이나 고사성어, 명언, 속담을 보면
친구에 대한 수많은 미사여구가 가득합니다.
그 만큼 친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친구를 사귀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또한 친구에는 악우와 선우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선우와 악우에 대해 이렇게 비유하셨습니다.
땅에 낡은 종이가 떨어져 있었다. 이를 보신 부처님께서는 비구에게 이르셨다.
“이것을 집어라.”
비구는 시키는 대로 종이를 집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이르셨다.
“무엇에 쓰던 종이 같으냐?”
비구가 부처님에게 아뢰었다.
“이것은 향을 쌌던 종이 같습니다. 지금은 버려져 있지만 향기가 여전히 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길을 가시다가, 이번에는 땅에 버려져 있는 새끼를 보셨다.
그러자 비구에게 이르셨다.
“이것을 집어라.”
비구는 시키는 대로 새끼를 집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이것은 무엇에 쓰던 새끼 같으냐?”
비구가 부처님에게 아뢰었다.
“이 새끼에서는 비린내가 납니다. 물고기를 묶었던 것인 듯하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에게 이르셨다.
“무릇 중생은 본래 청정한 터이나 다 인연 때문에
죄악과 복덕을 일으키는 것이어서,
현명한 벗을 가까이하면 도의가 융성해지고,
어리석은 자를 벗하면 재앙이 이르게 마련이니,
마치 저 종이와 새끼가 향을 가까이하면 향기로워지고,
고기를 묶으면 비려지는 것과 같아,
점차 물들고 익숙해져 각기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게 되느니라.”
(법구비유경)
향을 쌌던 종이에서는 향기가 나지만 생선을 묶었던 새끼에서는 비린내가 납니다.
악한 친구를 가까이하면 자신도 악에 물들고,
착한 벗을 가까이하면 자신도 모르게 선한 인생길을 가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차라리 성남 코끼리와 함께 길을 갈지언정
악한 벗과 함께 어울리거나 길을 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성난 코끼리는 육신을 파괴하지만 악한 친구는 바른 삶을 파괴합니다.
성난 코끼리에게 밟혀 죽는다 해도 지옥에는 떨어지지 않지만
악한 친구는 악행을 저지르게 하므로 죽어 지옥에 떨어지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착한 이와 더불어 길을 가야 하며,
악한 사람인 줄 알았으면 절대로 더 이상 함께 가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과 타협하지 말라는 말씀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여 열심히 노력하다가
정법으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니까
편법을 써서 결관만을 얻으려고 타협하면 안 됩니다.
현명한 불제자들은 끝까지 정법을 향하여, 정법을 위하여,
정법을 통해서만 진리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대방편불보은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내가 죽음을 싫어하는 것처럼 세상의 온갖 생물체,
심지어 개미와 같은 미물이라고 할지라도
생명을 지닌 것들은 모두 죽음을 싫어한다.
수행자는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남의 생명을 빼앗지 않는다.
이와 같이 살생하지 않아야 불멸의 진리에 이를 수 있다.
그러기에 모든 생명 있는 것들에게 늘 편안함과 사랑을 베풀고
노여움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언제나 장수를 누리고 편히 잠들어 악몽을 꾸지 않을 것이다.”
2000년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점심시간에 졸업을 앞둔 3학년 교실을 순회하고 있는데
같은 동네의 평소 안면이 있는 학생이 어떤 학생과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의 얼굴색이 이상하게 창백하여
나중에 따로 불러 상담해 보고 알게 된 사연은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학생은 3년 동안 한 친구의 필통 속에 이삼일 간격으로
200원에서 500원씩을 꼭 꼭 챙겨 주었다는 것입니다.
가진 돈이 없는 날이면 그 친구의 잔심부름을 하거나 아니면 얻어맞았다고 합니다.
보복이 두려워서 그 동안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 학생의 고통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이제는 죽고 싶은 심경이라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를 괴롭혔던 상대 학생은 공부도 잘하고 집도 넉넉한 학생이었습니다.
조용히 그 학생을 괴롭힌 친구를 불러 상담을 했더니,
그 친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습니다.
“제가 장난 좀 쳤습니다.”
너무나 놀라 저는 할 말을 잊었습니다.
자기가 한 짓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 학생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너처럼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앞으로 사회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너는 분명히 성공할 거야.
그러나 네가 남을 괴롭게 하고도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나쁜 마음을
계속해서 갖고 살아간다면 설사 성공한다 해도
그 성공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엄마도 없이 자기가 손수 밥해 먹으며 학교를 다니는 그 학생이
너 때문에 괴로워 죽고 싶어 한다.
도와주지는 못할지언정 그런 아이를 괴롭혔다는 것은 정말 나쁜 짓이야.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그 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마음을 위로해 주고 앞으로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도와주기 바란다.”
그 이후 그 학생을 괴롭히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가끔 한번씩 만나서 우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요즘 학교 폭력의 양상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특히 여학생들의 폭력도 상당수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학생들을 시간을 가지고 상담해 보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거나 가정사정이 어렵다거나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교우관계로 인하여
가장 비뚤어진 사고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청소년기에 겪는 많은 고민거리들 가운데
부모님과의 세대차에서 생기는 견해차와 거리감도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친구 문제 때문에 겪는 갈등이 큽니다.
“그런 일은 대학가서 하라”고 하거나
“그런 친구는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 등의 부모님 말씀들···.
청소년기에는 대개의 부모님 말씀이 고리타분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친구를 사귀는 데도 나의 이익을 따져서 사귀라는 말씀처럼 들려서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사실 친구를 어떤 기준을 두고 사귄다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지금은 잠시 방황하다가도 어느 계기가 되면 정신을 차려
자기만의 개성을 살려 더 잘 된 인생을 만들 수도 있고
내가 대화를 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친구는 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불교에서는 동체대비정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해결 할 수 없을 정도의 친구를 계속해서 사귀면
나에게 큰 도움이 못 되고 중래에는 내 몸과 정신도 망가져 버리는 것입니다.
잡아함경 말씀에 “좋은 벗을 갖고 좋은 동료와 함께 있다는 것은
도의 절반이 아니라 그 전부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만큼 우리에게 도반, 즉 친구란 중요한 존재인 것입니다.
이 말은 계산적으로 친구를 사귀라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중요성을 깊이 새겨 보자는 것입니다.
나는 내 친구에게 어떤 존재일까?
내 친구는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존재일까?
나는 내 친구에게 향일까? 생선일까?
향을 싼 종이가 될 것인지, 아니면 생선을 싼 종이가 될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벗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좋은 벗이란 상대방의 잘못을 일깨워 주고 좋은 일을 보면
마음 속 깊이 기뻐하고 괴로움에 처했을 때 서로 버리지 않음이다.
(인과경)
좋은 벗이란 고락을 함께하고 이익을 나눠 갖고
상대방에게 직업을 갖게 하고 늘 어진 생각을 함이다.
(선생자경)
아난다야, 우리들이 좋은 벗을 갖고 좋은 동료와 함께 있다는 것은
이 성스러운 도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부인 것이다.
(잡아함경)
항상 무익한 사람을 피하고 어리석은 자와 가까이 말라.
어진 벗을 생각해 따르고, 뛰어난 사람과 가까이 지내라.
(법구경)
친구를 남의 말로 인해 버려서는 안 된다. 남의 말을 들었을 때는,
사실 여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근본비내야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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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