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하나인 세상
청소년 불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속담에 '한 어미 자식도 오롱이 조롱이' 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식조차도 외모와 성격, 생활 방식이나 가치등이
서로 다르다는 말이죠 그럴진대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하겠어요.
지구상에는 수십억 인구가 서로 생각하는것, 생활하는것도, 사용하는
언어도, 믿는 종교도 다른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다 보니 몰라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으르렁대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의 이야기로만 들었던 집단 따돌림(왕따)
현상이 확산되면서 이 땅의 순수한 청소년들의 가슴에 멍울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왜 우리들은 투쟁과 대립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해야
그러한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요?
오늘을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싸우는가?
청소년 불자 여러분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나요?
어떤 사람을 친구라하고, 적이라고 하나요?
자기에게 잘 해주는 사람은 친하게 지내고 싶죠? 비슷한 생각, 취미,
습관등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동질감이나 동류의식을 느끼게 되고
자기가 좋아하는 요소를 갖고 있거나 자기에게 이로움을 주는
사람에게는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사람,
자기와 생각이나 생활방식이 다른 사람, 자기에게 해를 끼칠 것 같은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에게는 이질감이나 적대감이 생기기 십상입니다.
이로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하고, 해로운 사람은 멀리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이런 마음은 자칫하면 나와남을 나누게 되고, 내 편 네 편으로 나누게
되어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게 되는 것이지요.
일단 '나다' 혹은 '남이다' 라고 의식하게 되면 나의 이익을 위해서 좋은
것은 내것으로 만들고 싶고, 남들보다 많은 것을 갖고 싶고, 남들보다
앞서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게 됩니다.
아주 조그만 이권을 갖고서도 서로 으르렁거리는가 하면 재물, 지위,
사람등을 놓고 서로 질시하거나 중상모략, 인신공격 따위의 비열한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서로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다른
생명, 다른 존재의 가치는 부정되어도 좋다는 왜곡된 가치관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를 위해 모든 것이 존재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에고(ego)로까지 발전하게 되면 남을 지배하고 남의 것을 탈취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죽이는 것도 쉽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크게 전개
되었을때 종족 간의 혹은 국가 간의 분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싸움이나 갈들의 원인은 나와 이 세계에 대한 무지와 집착,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난 잘못된 욕망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무지와 욕망의 해결 없이는 대립과 갈등은 끊임없이 유발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나는 내가 아니고 너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계속해서 '나' 라는 의식을 형성하고, 나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나' 라는 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며, 지금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도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원래부터
나'라는 것은 없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만 '나' 라는
것을 고집하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자신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입니다. 다른 존재는
변할지라도 자기만은 변하지 않으리라는 착각과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자신만을 바라
보기 때문에 그와 같은 그릇된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보통 '나' 혹은 '자신' 이라고 부르는 존재는 보통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현상일뿐 그 실체는 없습니다.
육체적인것과 정신적인 것이 모두 무상한 것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과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누셨습니다.
"물질(색)은 무상한가, 아닌가?"
"무상합니다."
"무상한 것은 괴로움인가, 아니가?"
"괴로움입니다."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에 대해 이것은 나의 것이요, 이것은
나요, 이것은 나의 실체라고 말 할 수가 있을까 없을까?"
"말할 수 없습니다."
"정신작용 [수. 상. 행. 식]도 또한 그러하니라."
『잡아함경』 1권
왜 우리는 무상한 존재입니까?
여러 요소들이 원인과 조건에 의해 임시로 모여 있는 것이 우리들의
몸이고 정신작용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사랑 때문에 태어났고 엄마의 젖으로 , 여러가지 음식을
먹음으로 해서 지금의 육체를 갖게 되었다.
우리의 지식이나 생각들도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의 모든 것은 원래 나에게 갖추어졌던 것들이 아니라
다른 존재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음식과 생각들이 변화되어 나를 구성하게 한 것들이며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나인 것입니다.
나' 라는 존재는 하늘과땅의 은혜와 수많은 사람의 사랑과 눈물과 땀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존재의 도움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나, 그런 관계성 속의 나를 보지 못하고 오직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나밖에 모르고 좌충우돌 투쟁과 갈등을 일삼는 것은 수많은
나'와 다투느 셈이 됩니다.
내가 평화롭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너'와의 관계를 잘 맺어야
하고 모든 '너'들이 건강하고 안정되어야 합니다.
나만의 행복을추구하거나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 남을 짓밟는다면 결국
나의 행복도 완전해질 수 없고 괴로움 속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연기적 세계
나' 의 뿌리는 모든 '너' 이므로 나와 너는 결코 다른 존재가 아닙니다.
이를 불교적 용어로 자타불이(自他不二)라고 합니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뜻이죠
모든 존재는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서로 의지하여 존재하는
것이지요
모든 존재는 우리의 몸처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존재는 서로 사의상관 관계에 있기 때문에 다른 존재를 짓밟거나
해하는 것은 결국은 자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한 뿌리이고, 한몸(同根同體)입니다. 그러므로 나와 남을
나누고 자기 욕심에 미혹되는 삶은 자기를 파괴하고 사회를 부패시키는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나와남, 내 편과 네 편, 이익과 손해, 남자와
여자, 이지역 출신과 저 지역출신, 내 종교와 네 종교, 부처와중생,
성스러움과 추함 등의 벽을 허물고 한 생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즉 더불어 살고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너와 나를
비롯한 이 세상의 일체 존재가 생명과 체온을 함께 나누는 한 몸임을
깨닫고 모든 생명체에게 끝없는 사랑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동체대비(同體大悲)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의 벗으로
얼마전 어떤 선생님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반
한 여학생이 목에 칼을 매달고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중학교 다닐
적에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왕따)과 집단 구타를 당한 후로는 줄곧
그렇게 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순수하고 동정심이 많고 정의감에 불타야 할 청소년들이 심신 장애가
있다고, 소심하다고, 잘난 척 한다고, 좀 못났다고, 소위 왕따 현상이
사회문제화 될 정도로 이 사회는 점점 삭막하고 무시무시한 곳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인간다움이 사라지고 사람사이의 만남이 단지 순간적인
이익이나 욕망적 쾌락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사람 사는 맛이 나겠습니까?
살가운 정이나 진정한 행복은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온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거기서 생명이 살아 숨쉬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모든 존재는 한 뿌리요. 한 몸입니다.
『승만경』에 보면 '불청지우(不請之友)'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웃이 어려움을 보면 청하지 않아도 기꺼이 찾아가 친구가 되어 주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지요. '널리 중생을 위하여 청하지 않아도 벗이
되고, 중생을 위로하며 불쌍히 여겨 세상에서 진리의 어머니가 되어
주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 사람들 우리는 보살이라고 합니다.
우리 청소년 불자들은 바로 부처님의 아들이고 보살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불자들은 친한 사람이나 맘에 드는 사람에게만 관심과
사랑을 줄 것이 아니라, 누가 부르지 않더라도 너무마 힘들어 주저 앉아
버린 사람이 있다면 그의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그들을 일으켜
세워 주십시오.
그리고 친구(慈)가 되어주고, 한숨(悲)이 되어 주고, 기쁨(喜)이 되어
주고, 사심없이 두루 평등(捨)하게 대해야 합니다. 어머니처럼 그들의
곁에서 감싸안아서 힘이 되어 주고, 위로가 되어 주고, 용기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왕따'라는 말이 사라지도록
불자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다양성 속의 조화
그와 같이 벗이 되어 주고 보호자가 되어줄 때 울창한 숲처럼 서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고, 더불어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숲을 보면 큰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나무나 이름 모를
풀과 꽃들이 있습니다. 곧은 나무만 있은 것이 아니라 굽은 나무도
있습니다. 사람도 그와 같습니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세상은 물의 흐름과 같아 그 성질이 같지 않고, 바라는 것이 각기
다르며, 생각도 하나가 아니다. 내가 한량없는 세월동안 살펴보았지만
생각이 같은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
『증일아함경』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장점을 존중해줄 때 서로가 더욱 아름다워지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청소년 불자 여러분!
우리의 삶은 수많은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존재의 도움으로 이만큼 자랐고, 앞으로도 많은 존재들에게 빚을
지며 살아가야 합니다. 오직 나밖에 모르는, 그러면서도 나에 대한
무지를 벗어던지지 않는 한 우리는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을 지속하고
불안정 속을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는 잘못된 벽을 허물고 더불어 하나라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
곁으로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뎌 보십시오. 굳게 쥐고 있던 손을 펴서
조용히내밀어 보십시오. 경계심으로 딱딱했던 마음들이 부드러워져서
모두 친구가 될 것입니다. 내 마음 속에 적을 만들지 않으면 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한 몸이고 한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명들에게 끝없는 사랑과 관심을 가지는 것도, 그들의 좋은 벗이
되는 것도 결국은 나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대승적인 입장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 줄때 스스로도 귀해집니다. 다툼이 없는
더불어 하나인 세상, 정토를 만드는 데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서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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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