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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곁에 있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라고 한다.
다들 한번쯤 그 ‘네 잎 클로버’를 찾아
풀밭을 돌아다닌 적이 있을 것이다.
세 잎 클로버 사이에 숨어 있는
‘행운’이라는 이름의 ‘네 잎 클로버’를 찾아
책갈피 사이에 꽂아 두고
행복한 순간을 꿈꾼 나날들.
그런데 그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스쳐간
많은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녀도 봄을 찾을 수가 없어라,
롱두산 꼭대기 구름 덮인 곳까지 짚신이 다 닳도록 헤매었지만.
지쳐서 돌아와 보니 가득한 매화 향기에 미소를 짓네,
봄이 벌써 매화나무 가지에 가득히 차 있음을.
盡日尋春不見春 진일심춘불견춘
芒彗踏遍隴頭雲 망혜답편롱두운
歸來笑撒梅花嗅 귀래소살매화후
春在枝頭已十分 춘재지두이십분
이 시는 소중한 것은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진리는 곁에 있다’는 말이다.
‘지금 바로 여기’가 가장 소중한 순간이며
가장 소중한 곳임을 모르고 밖으로만
밖으로만 향하는 우리네 마음.
손에 잡히는 행복을 알지 못하고
행운만을 찾아다니는,
욕심에 눈 먼 우리이기에 때가 되면
내 마음에도 봄이 가득 차게 되는 것을 모르고
봄을 찾아 그렇게 먼 산을 헤매고 다닌다.
이쯤에서 《법화경》〈오백제자수기품〉에 나오는
‘옷 속에 든 보배에 대한 비유’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친한 벗의 집에 가서 술에 취해 누웠는데,
이때 친구는 관천 일로 길을 떠나게 되어서
값이 한량없는 보배 구슬을 그의 옷 속에
잡아매어 주고 그대로 떠났더이다.
그 사람은 취하여 자고 있어서
전혀 알지도 못하고 일어나자 다시 타국에 가서
옷과 음식을 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힘을 쓰나,
구하기에 그의 곤란이 심히 큰지라
조그마한 소득이 있으면 문득 족하게 여겼더이다.
먼 훗날 친구가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나
그런 모습을 보고 말하되
‘애달프다. 친구여, 어찌 옷과 음식을 위하여서
이 지경이 되었는가. 내가 예전에 그대로 하여금
안락을 얻어 오욕을 마음대로 누리게 하고자 하여
모년 모월 모일에 무가보주(無價寶珠)를
그대 옷 속에 잡아매었는지라.
아직 반드시 그대로 있을 것이거늘
그대가 알지 못하고 고생하고 근심해서
살 길을 구하다니, 심히 어리석구나.
그대가 지금 이 보배로써 구하는 바를 얻을지니,
언제나 뜻과 같아서 모자라는 바가 없으니라‘하였나이다.“
이 어리석은 친구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네 중생들이란 자기 욕심에 사로 잡혀
자기 안의 보물은 모르고 온 산천을 헤매고 다닌다.
우리 모두에게 불성(佛性)이 있고
‘지금 바로 여기’가 진리의 도량인데,
우리는 계속해서 저 멀리 무엇을 찾고 있으니,
이에 대해 경허 선사는 다음과 같이 노래하신다.
세속과 청산 어느 것이 옳은가
봄이 오니 성마다 꽃피지 않은 곳이 없다네.
世與靑山何者是 세여청산하자시
春城無處不開花 춘성무처불개화
즉 삼라만상(森羅萬象),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느 하나 부처님 도량 아님이 없는데,
우리는 세속을 떠나 청산을 동경하고,
안으로 나를 찾기보다는 밖으로 무엇을 구하고 있다.
어리석음에 눈먼 중생의 모습이라.
이러한 어리석은 중생들의 분별심을 없애주고자
유마거사는 ‘이 모든 것이 도량 아님이 없음’을 말씀하신다.
부처님께서 광엄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하여라.”
“부처님, 저도 적임이 아닙니다.
언젠가 저는 베살리 성문을 나가려하고
유마힐은 들어오고 있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저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거사님, 어디서 오십니까?’
‘저는 도량에서 옵니다.’
‘도량이란 어디를 말합니까?’
‘곧은 마음이 도량입니다.
거짓이 없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수행하는 것도 도량입니다.
사물을 구별하기 때문입니다.
공덕을 증가시키므로 마음 깊이 도를 구하는 것도 도량이며,
잘못에 떨어지거나 진리를 의심하는 일이 없으므로
보리심도 도량입니다.
보답을 바라지 않는 보시도 도량이며,
소원을 이루게 하므로 계를 지키는 것도 도량이며,
모든 중생을 대할 때 맞설 일이 없으므로
인욕도 도량입니다.
나태하여 물러서는 일이 없으므로 정진도 도량이며,
마음이 조화를 이루므로 선정도 도량이며,
모든 것의 본체를 보므로 지혜도 도량입니다.
모든 중생에 대해 평등하므로
중생에게 즐거움을 베푸는 따듯한 마음도 도량이며,
중생을 위해 괴로움을 잘 참아내므로
중생의 괴로움을 없애 주고자 하는 마음도 도량이며,
여래의 가르침을 익히는 것이 즐거움이므로
중생의 기쁨을 기뻐하는 것도 도량이며,
사랑과 미움을 넘어 선 것이므로
중생에 대해서 펑등함도 도량입니다.
마음의 동요를 버리게 하므로 해탈도 도량이며,
중생을 교화하므로 방편도 도량입니다.
진리는 세상을 속이지 않으므로 도량이며,
무명으로부터 늙음과 죽음에 이르는 모든 일에 관계하므로
연기도 도량이며, 온갖 번뇌까지도 진실을 알게 하므로 도량입니다.
무아를 알게 하므로 중생도 도량이며,
모든 존재가 공함을 알게 하므로 모든 법도 도량입니다.
이와 같이 보살이 온갖 바라밀을 힘써 닦고
중생을 교화하고자 하면 발을 들고 내리는 동작까지도
도량으로부터 와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알아야 합니다.‘
이런 일이 있기 때문에 저는 그를 찾아가
문병하는 일을 강담할 수가 없습니다.
〈유마경〉《보살품》
‘진리는 곁에 있다.’ 늘 듣는 말이다.
그러나 곧 잊어버리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는 말이다.
다시 그 말을 거두어 새겨야 하는 말이다.
기억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주리반특이
부처님 말씀대로 ‘빗자루로 쓸어’라는
말만 되새기며 마당을 쓸었듯이,
언제 어디서나 우리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유마거사의 말씀처럼 모든 것이
내 마음을 다스릴 도량이 된다.
그렇다고 할 때 봄이 왔다고 해서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다.
봄은 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도량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김없이 봄은 왔으니
내 마음의 봄맞이를 갈 일이다.
‘지금 바로 여기’가 바로
부처님 도량으로 늘 새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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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6-03-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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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