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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지금 행복한 사람인가?
여러 불자님! 새해 안녕들 하십니까?
어디 헌 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올 한해가 불기 2550년 병술년이라고 새로이 표기하게 되었고,
달력도 새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육신의 나이도 모두 한 살씩 보태졌고요.
이렇게 바뀌고 더해지고 빼지고 새로워지는 현상들을
우리는 무상(無常)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오늘 저는 무상한 흐름 속에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소위 속도의 시대 한복판에 살고 있으면서
잠시 행복한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삶에 대해서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나는 지금 행복한 사람인가?
나는 진정 행복한 사람이길 원하는가?’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해에 여러분과 함께 맞이하는
오늘의 법문 주제는 행복입니다.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고득락(離苦得樂),
즉 고통을 여의고 행복을 누리는 것입니다.
그것은 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희망이고 삶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과연 그렇게 간절한 염원처럼
그것을 원하는데도 왜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고통스럽고 소외되고 우울한 이웃이 많은 것일까요?
여러분은 한번 생각해 보셨습니까?
‘나는 지금 동쪽으로 가려고 하면서
서쪽을 향하여 걷기 시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행복할 수 있는 행위를 해야 합니다.
마음으로는 행복하기를 원하면서
말과 행동은 그것과 거리가 먼 행위를 한다면
마치 밥을 지으려고 하는 사람이
모래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내가 지금 행복한 사람이라면,
진정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는 생각, 말, 행위가 당연히 우선되어야 합니다.
지극하고 간절한 원력은 모든 장애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지나간 일들은 모두 접어두고 지금 이 순간부터
지극한 마음으로 그러한 말과 행위로부터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2. 행복은 무엇입니까?
부처님의 육성에 가장 가깝다고 하는
《숫타니파타》에는 부처님의 행복론을 이렇게 보여주십니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바라면서 행운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으뜸가는 행복’을 말씀해 주십시오“
라고 누군가 부처님께 정중히 여쭙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말고
어지 이와 가까이 지내며 존경할 만한 사람을 존경할 것,
이것이 으뜸가는 행복이다.
자기 분수에 알맞은 곳에 살고 일찍이 공덕을 쌓고
스스로 바른 서원을 세우는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결국 자기 분수를 지키는 것입니다.
먹는 일, 입는 일, 물건을 소유 하는 일 등,
일상적으로 자기 삶에 마을을 기울여 볼일입니다.
가진 물건이 많으면 정신이 분산되기 쉽습니다.
과식을 했을 때는 소화시키지 어렵습니다.
음식이 육신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지요.
음식뿐만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도
자신이 소화시킬 만큼만 받아들여야 합니다.
가장 행복한 것은 그 첫째가 자기답게 자기분에 맞게
소유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계속해서 《숫타니파타》에서 행복을 말씀하십니다.
“부모를 섬기는 것
처자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
일에 질서가 있어 혼란스럽지 않은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지식과 기술과 훈련을 쌓고 보시와 이체 맞는 행위
친족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
비난을 받지 않는 행위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악을 싫어해 멀리하고
술을 절제하고
덕행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존경과 겸손과
만족과 감사와
때로는 가르침을 듣는 것
참고 견디는 것
유순한 것
수행자들을 만나는 것
때로는 이치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세상일에 부딪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걱정과 티가 없이 안온한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부처님은 궁극적인 행복에 대해서
이렇게 쉬운 말씀으로 일러 주십니다.
최고의 행복이라고 해서 아주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부류의 사람들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3. 행복한, 행복해지려는 행위
지금 이 순간의 한 생각
이제 구체적으로 행복한 - 행복해지려는
삶의 내용을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단어의 이 말은
그냥 말이 아니라 나의 삶의 속에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의
나 자신의 생활 속에 녹아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주의 깊게 챙겨야 할 사항이
바로 지금 내가 일으키고 있는 생각이 어떠한 것인가,
자기가 보다 나은 삶을 살려고 하는
자기 의지에 알맞은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얼마나 팔정도(八正道),
즉 중도(中道)적인 이치에 합치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일입니다.
지금의 내 마음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과
지금 이 순간 내가 행하고 있는 행위는 어떠한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자기 마음의 흐름을 챙기는 것이지요.
꼼꼼히 자기 자신을 챙기는 일에 익숙해지면
어느 사이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까지도 잊혀질 정도로
완전히 하나인 내가 됩니다.
불행한 나, 분노했던 나, 외로운 내가 어느덧 희미해져서
주관적으로 나라고 생각하며 관찰한다고 하는 나의 주체도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나의 저편에서 항상 둘로 나뉘었던 사물들과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와 합치되어 둘이 아닌 영역이 되는 것입니다.
또 객체로서의 사물이나 또다른 상대가 아니라
내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바로 그 순간
가장 놀랍고 소중한 관계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에서 마명보살은
“여실히 진여법이 하나인 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무명, 번뇌, 불각심이 생긴다“고 누누이 일깨우십니다.
나의 마음 상태가 완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지금 내가 일으키는 한 생각이 어떠한가를
제대로 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외롭다거나 불행하다거나 분노했던 내가
어디로 따로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불쑥 변화하여 한 생각 일어났던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곧 연민심으로, 사랑과 자비심으로,
그래서 무한한 충만과 행복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이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늘 새롭게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늘 변화하는 나, 늘 새로워지는 나, 얼마나 다행입니까?
우리는 매순간 늘 변화합니다.
똑같은 사람을 두 번 본다고 해도
그는 이미 먼저의 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말
잘 아시는 것처럼 사람은 홀로 살 수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여럿이 더불어 살아갑니다.
그런데 사람은 서로 같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누구가 자기를 열어
다른 사람들이 알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를 여는 모습,
즉 자기를 드러내는 모습은 여러 가지입니다.
말, 언어, 이것 또한 자기를 드러내는 방법 중의 하나이고
가장 기본적으로 자아 간에 소통을 이루려는 매개입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을 살펴보려는 대목에서
저의 서두가 마치 언어학자처럼 거창해졌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언어 개념이 아니라,
우리 불자는 새해를 맞이하고
새 마음을 일으키는 데 있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팔정도에서 정어(正語)라고 표기된 내용을 말씀드리고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어느 날 부처님은 아란존자를 데리고 외출해서 돌아오는 길에
한 바라문의 집을 방문하십니다.
마침 그 바라문 집에서는 많은 수행승들이 논의를 하는 중이었고,
논의가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렸던 부처님이
“너희들은 여기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물으시니
“저희들은 조금 전에 법을 말했으며,
그 법을 듣기 위해 이렇게 모였습니다.“라고 답변을 합니다.
그때 부처님은 “너희들은 모여 앉으면 마땅히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하나는 진리에 대해서 말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침묵을 지키는 일이다.“
《중아함경》
세상의 모든 일이 말에서 시작이 된 것처럼
‘말’을 말하려고 제가 드릴 말씀이 유난히 많은 걸 보니
저는 역시 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옛 어른 스님들이 항상 경책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수행자는 말을 하려고 할 때
먼저 세 번 돌이켜 생각한 후에 말하라.
첫째, 자신 자신에게 이로운가?
둘째, 듣는 이에게 이로운가?
셋째, 전해 들은 제3자에게도 덕이 되는가?
모두에게 덕이 되지 않는다면 입을 열지말라.“
말을 하지 않아서 후회되는 일보다 말을 했기 때문에
후회하는 일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경험했습니까?
《숫타니파타》에서
“사람은 태어날 때 그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
어리석은 자는 말을 함부로 함으로써
그 도끼로 자신을 찍고 만다.“고 경고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참으로 많은 말을 하고 삽니다.
그 많은 말들 중에서 진정 유익했던 말,
기록에 남겨 두어도 좋은 말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는 이 여러 말과 말의 내용 중에서
어느 것이 더하고 덜하다고 단정해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부처님은 그 많은 법문을 남겨두시고도
녹야원으로부터 구시나가르성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에 한 마디도 말한 적이 없노라고 선언하셨겠습니까?
다양한 사회 구조 속에서
다양한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그 상황에 적절한 말,
즉 대화를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우리 불자님들은 가능하면 늘 마음공부에 관계되는 소재를 갖고
자기 마음 상태에 대해서 반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관계라면
서로의 정신세계를 살찌우게 할 수 있습니다.
유익한 관계가 되었을 때 좋은 인연이 될 수 있고
아름다운 삶이 되는 것입니다.
홍수가 났을 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식수입니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없고,
입에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뀝니다.
입은 재앙의 문이니 엄하게 지켜야 합니다.
승찬 대사의 《신심명(信心銘)》에는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진리에서 점점 멀어진다.
말과 생각을 끊어지면 어느 곳엔들 통하지 않으랴.“고 하셨습니다.
제가 말과 생각을 줄이고 살고 싶으면서도
오늘 이렇게 많은 말을 하게 되는 것은
본래의 뜻을 여러분은 잘 아실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행위
누구나 지금 하고 있는 행위가 바로 ‘나’입니다.
그리고 그 행위가 나의 삶이고 생활이고 살림살이입니다.
제가 지금 법문을 하고 있으니 법사가 ‘나’입니다.
지금 제가 고요한 선실(禪室)에서 좌선을 하고 있다면
제가 바로 선사입니다. 농사일을 하고 있다면 농부일 것이요,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행위를 하고 있다면 학생입니다.
살인 행위자라면 나를 ‘살인자’라 할 것이니,
행위가 바로 ‘나’입니다.
지금 여기서 내가 하고 있는 행위가 곧 나의 삶임을 인식할 때
손발을 무심히 움직이는 행동으로서의 내가 아니라
그 손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는 바람직한 삶의 실천 덕목 중
정명(正命)에 맞는 행위는 행복한 삶과 직결되는 소중한 움직임입니다.
그것은 생각과 말과 일치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것이고
그것을 업(業)이라고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업으로서
우선 베푸는 행위를 중심으로 간단히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준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저는 늘 말과 이론으로는 자신이 진정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익혀왔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깊이 반성해 보았을 때
과연 얼마나 베풀고 나눌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되지요.
참으로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나눈다고 하는 것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아름다운 방식이며
언제든지 실천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습니다.
미래의 아름다운 삶을 생각한다면
그 근거가 되는 원인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타인에게 무엇인가 베풀고 나누는 행위가
자신의 마음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좋은 씨앗이 될 수 있는 업을 짓게 해주는 일이니
받아주는 상대방에게 감사하게 됩니다.
결국 지금 하고 있는 나의 행위는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 나의 삶이며 모습이고
그것은 버리고 베풀지 않으면
얻어질 수 없는 귀한 행위입니다.
불자로서의 행위는 두말할 여지없이
5계를 잘 지키는 것이 기본이지만
오늘은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삶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4. 이 땅의 모든 생명이 행복하기를
먼 길을 가려고 하면 우선 짐이 가벼워야 합니다.
한평생 청정한 불자로서 살아가려면 불필요한 짐은 덜어야 합니다.
비단 가시적인 물건뿐이 아니라
생각도 가볍고 단순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변 환경이 단순해야 역시 생각도 단순해 질 수 있습니다.
버리기는 아깝고 소유하기에는 짐이 되는 것은
이미 내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주변에 이러한 많은 물건들은 당연히 생각을 분산시키고
정신을 흐리게 하기 마련입니다.
정신을 탁하고 집중시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없어도 되는 물건일진대
필요한 곳, 필요한 이에게 주는 것이지요.
물건과의 관계처럼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조로운 대인 관계는 자기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을 맑게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정화(淨化)되었을 때 자연히 나의 주변이 정화되는 것입니다.
지혜와 자비는 굳이 순서를 정하지 않더라도
이웃에게 따뜻하게 전해질 수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지혜를 바탕으로 한 자비일 것입니다.
순수한 자비심에서 또한 지혜가 싹트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지혜와 자비는 어느 것이 먼저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이 아름다운 계절이 될 수 있는 것은
따뜻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의 원력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이 땅의 모든 생명이 따뜻하고
아름답게 살게 되기를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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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6-01-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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