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는 잠시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것
출가는 거룩한 이의 성스러운 포기입니다.
그대가 출가하여 또 다른 이상의 아름다움을
영위하려 한다면 그대가 누리고 있는
지금의 영욕을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그것이 물질이든 정신이든 지금의 영욕을
버리지 않는 한 그대는 진정한 이상의
아름답고 거룩한 삶을 마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출가를 성스럽고
거룩한 포기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부처님 출가는 거룩한 포기였습니다.
기득권을 포기한 인류역사의 장엄한 행보였습니다.
그 누가 강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또 다른
고행의 발길을 걷겠습니까?
어떻게 얻은 보위인데, 어떻게 얻은 성곽의
존엄한 삶인데 그것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참으로 전대미문의 발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장 내일 죽음이 온다해도 버릴 수 없는
인간 최대의 삶, 영욕의 삶이 아니던가요?
야반에 차익을 앞세워 성곽을 넘을 때도
천하 사람들은 꿈에도 알지 못하고
바라지도 않았던 길입니다.
그러나 그 분은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축복으로 내리 쏟는 맑디 맑은 별빛과 은하의
빗살을 맞으며 길을 걸었습니다. 그날의
그 별빛은 유난히도 빛났습니다. 그 별이
어쩌면 6년 뒤 납월 8일 당신을 각오케 할
성스러운 성자의 별빛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거룩한 성자 고타마의 출가는 이렇게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출가는 이처럼 또 다른
행복을 위하여 세상에 함께한 인연들을
잠시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잠시 버릴 뿐
영원히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출가는 그 목적이 자기의 수행을 통하여
급기야 민중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출가는 자기의
안위와 이익을 위하여 세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하고 민중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려고, 세상을 잠시 떠나는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마치 청초한 시절에 먼 이국땅에서 각고의
시련을 감내하는 것은 먼 훗날 온 가족이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듯이 말입니다.
출가는 회향하기에 위대한 것
그대는 지금 행복하십니까?
그대는 생에 몇 번이나 행복을 느껴 보셨습니까?
가지면 행복할 거라고 가져보니 행복하던가요?
많이 배우면 행복할 거라고 배워보니 행복하시던가요?
황금 배지에 폼 나는 자가용에 정말로 그대는 행복하신가요?
백평, 이백 평의 호화주택, 호화 빌라에 매일같이
행복이 넘쳐나시는지요?
백평, 이백 평의 호화 저택에 살아도 이내 몸
누일 곳은 겨우 한 평 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금 저는 조건을 갖추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조건을 갖추고 보니 행복한가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물음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없어도 행복하고 호화 저택에 화려한 배움이
아니라도 행복 넘치고 빛살 넘치는 삶,
그런 삶이 출가자의 삶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삶을 고스란히 민중으로 돌려보내고
그것으로 참 행복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구도자의 삶의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가짐으로 행복을 기약하고
영원을 기약하는 것이 아니라, 버림으로
행복하고 놓음으로 영원을 기약하는 삶,
그 삶이 구도자의 삶이며, 그리하여
그 삶을 온통 갈등하고 시비하고 고뇌하고
번민하는 민중으로 돌려보내야 참 가치,
참 출가의 삶이라는 얘기입니다.
이것을 일찍이 대승불교에서는
상구불지도 하화중생도(上求佛之道 下化衆生道)
라고 하였습니다. 출가가 위대한 것은
자체가 위대한 것이 아니라, 출가를 통하여
처절한 구도의 길을 걷고 깨친 만큼
사회에 나누어주기 때문입니다.
육체와 마음이 함께 출가해야
출가는 위대한 포기라 말하였습니다.
첫째는 진정한 자기를 위하여 지금의 자기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고,
둘째는 민중과 사회를 위하여 지금의 자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인류 역사이래 모두들 앞다투어 하나를 위하여
목숨을 걸었고, 둘을 위하여 목숨을 걸었습니다.
작은 것을 위하여 목숨을 던졌고,
큰 것을 위하여 목숨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원하는 참삶의 가치,
참다운 행복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달나라에서 살아도 화성, 목성에서 살아도
진정한 삶의 행복은 오질 않습니다.
게놈지도로 미래를 다시 설계하고 줄기세포로
인간의 생명을 혁명적으로 바꾼다 하여도
생노병사(生老病死)는 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백년의 정명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나, 천년의 정명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인간의 욕망으로 행복을 찾으려 하는 것은
결코 지향하는 참다운 행복을 찾을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아무리 오래 산다 하여도
생노병사는 면할 수 없고, 생노병사의 긴
여정 속에 일어나는 번민, 갈등, 시기, 질투는
여전히 남아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백 년을 살던지 천 년을 살던지
우리들의 삶 속에 일어나는 행복의 저해 요건인
갈등과 시비, 반목과 대립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참 삶의 행복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참 행복은 시기, 질투, 반목,
갈등을 쉼으로써 비로소 이루어진다 할 것입니다.
출가는 소중하고 거룩한 것입니다.
그러나 육체는 출가하였으나, 아직 마음이
출가하지 아니하였다면 육체는 수도원에 있으나
마음은 오탁악세(汚濁惡世)에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참다운 출가가 아닙니다.
따라서 육체와 마음이 함께 출가하여야
참다운 출가인 것입니다.
출가자는 율법에 근거해야
출가는 현실의 도피가 아닙니다.
그리고 유희와 안락은 더욱 아닙니다.
내 한 몸 유희와 안락을 위하여 출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법률이 있고,
출가자는 출가자가 지켜야 할 율볍이
있습니다. 그 율법대로만 살면 당신의 영혼이
맑아지고 나아가 민중의 쉼터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율법은 겉으로 보면 엄청난 것 같아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엄청나거나
위압적이지 않습니다. 출가의 정신만 살아있으면
누구나 다 지킬 수 있고 이행할 수 있습니다.
250계, 348계, 5계, 10계 등 듣기만 하여도
도망갈 것 같지만, 그 모두는 5계, 10계에
귀결된다 할 수 있습니다.
죽이지 말고, 훔치지 말고, 욕정을 따라가지 말고,
허망한 말을 하지말고, 술을 먹지 말라 등
자세히 살펴보면 누구나 다 능히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대로만 살면 요사이 흔히 말하는
웰빙의 삶이 되는 것입니다.
천하의 영약은 광활한 산야에 널려있고,
풀 속에도, 가지나무에도 있습니다.
수행을 하다가 힘들어도 육체에 병마가 와도
그 치료의 약은 율법에 의하여 처방해서
먹어야 합니다. 아무튼 출가자는
소욕으로 만족하고, 천하를 버리고 또 다른
천하를 소유하며, 천하 민중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민중을 버리는 출가는 불조(佛祖)의 은혜를
저버릴 뿐만 아니라, 부모와 스승의 은혜마저
저버리는 불운의 출가가 되는 것입니다.
나무는 땅을 의지하고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하듯이 출가 구도자는 부처님의 율법을
근본으로 하여 처절한 수행을 하여야 합니다.
미련없이 힘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남의 것에 눈 돌릴
시간이 없습니다. 냉혹하게 처절하게 그대를 위해,
민중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발길을 옮겨야
합니다. 그것이 미래의 또 다른 삶의 가치로
행복을 노래하는 길이고, 세상을 아름답고
민중을 성스럽게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생명을 걸어라
세상 사람들은 출가자를 보고 웃고
출가자는 세상 사람들을 보고 웃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출가자를 보고 웃는 것은
무슨 재미로 사는가 하고 웃는 것이고,
출가자가 세상 사람들을 보고 웃는 것은
그것도 사는 것이라고 사는가 하고 웃는 것입니다.
출가자가 세상 사람들을 보고 비웃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부생의 삶에
무가치의 삶, 아침이면 아침마다
저녁이면 저녁마다 한시도 평안없이 돌고 도는
그 인생 어느덧 죽음 앞에 당도하나니,
그대는 아는가 하고 반문하였다면 그들이 잠시라도
내려놓고 자유의 삶, 행복의 삶,
참 가치로 돌아가게 하여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세상의 삶이 무가치하고 무상의
삶이라 비웃었다면 당당하게 참 가치의
길을 제시하여야 하고, 그들에게 버려도 또
다른 행복이 있다고 안내의 이정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출가할
이유가 없고, 출가하였어도 그들의 현실적
삶을 비판하거나 비웃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세상의 오욕의 삶이란
영원의 참 가치, 참 행복의 삶이 아니기에
당당하고 냉혹하게 무욕의 참 삶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오늘도 태양은 천연히 떠오르고
저녁나절 노을 내리며 사라져 갑니다.
가히 무섭지 않습니까?
아름다움 속에 무상의 신속함을 읽어보십시오.
출가의 시간, 출가의 삶이 무섭지 않습니까?
어느덧 세월은 구도자의 심정도 모르는 체
미련없이 사라져 사라져 가지 않습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내일이 없습니다.
오늘에 충실하고, 이 순간에 생명을 걸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대가 사는 길이요, 민중이 사는 길입니다.
청산에 숨어살고, 녹수에 발을 놓아 천년을
산다해도, 출가 구도자는 잘한 일이 아닙니다.
그대를 원하고 그대가 책임져야 할 민중이
있는 한 그대는 청산의 삶, 녹수의 삶을
저 민중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출가가 당당하고 의미있다 할 것입니다.
마치 청산은 녹수를 등질 수 없고,
녹수는 청산을 등질 수 없듯이 말입니다.
절대로 그렇게 하여야 하고, 그렇게 하여야 합니다.
민중을 등진 불교는 불교가 아니요,
민중을 등진 출가는 출가가 아닙니다.
냉혹하게 보아야 합니다.
출가자는 출가했던 그곳으로 돌아가야
출가는 또 다른 회귀입니다.
출가했던 그곳으로 그 민중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합니다. 집을 나온 것은 작은 출가요,
다시 민중으로 돌아가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은 큰 출가인 것입니다.
부처님은 결제가 되면, 전 대중을 정진케 하고,
해제가 되면, 전 제자들을 전법포교를 위하여
민중으로 보내었습니다.
출가자는 수행한 만큼 정진한 만큼
민중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법을 들을 민중도 언제까지나 구도자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들이 고민하고 번민할 때
자양분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그들이 기다리거나
떠나면 그 다음의 전법포교는 또 다른 무의미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힘 닿는대로 능력껏, 깨친 만큼 진리를 전하면
되는 것입니다. 모른다 말하지 마십시오.
깨치지 못했다 말하지 마십시오.
마승 비구는 "제법종연생 역종인연멸" 이라는
두 구절로 사리불과 목련 존자를 부처님께
귀의시켰습니다. 십년 이십년 구도 정진이면
엄청난 수행이요, 정진입니다.
한구절의 진리로도 천하를 바꿀 수 있고,
천하 민중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도있습니다.
가리사와 도중사(家裏事 道中事 ; 집안의 일과 집밖의 일)
가 둘이 아니듯, 속제와 진제는 결코 둘이 아닙니다.
분주히 엉켜 돌아다닐 시간이 없습니다.
시은(施恩)은 무섭고 부처님의 은혜는 무서운 것입니다.
출가는 또 다른 행복을 개척하는 것이요,
출가자는 또 다른 행복을 개척하는 사람입니다.
현대 물리와 현대 의학이 새로운 에너지와
새로운 의학을 개발하여 우주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듯이,
다시 말하면, 우주 생명의 연장술과
인간 생명의 연장술이 현대 물리와 현대의학
이라면 출가는 새로운 행복을 개척하는
길이라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출가는 거룩한 포기로 새로운 행복을
개척하여 민중으로 민중으로 회귀하는
존엄한 발걸음에 틀림이 없다 할 것입니다.
출가는 인생의 사업 중에 가장 성스러운 사업입니다.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