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불자님들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요즈음 신문을 읽거나, TV뉴스를 시청하기가 솔직히
겁납니다. 실직한 가장이 목을 매어 죽었다거나
투신자살했다는 등의 보도를 자주 접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거리를 방황하는 실직자의 뒷모습이라든가,
집을 나와 부랑자들과 함께 지하철 역사 같은 데서
밤을 지새는 실직자들의 모습을 보는 일은
참으로 가슴 아픕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돌아본다
요즘은 새벽녘에 예불을 올리기 위해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오늘은 가난과 배고픔과
절망으로 차디찬 영혼이 되어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제라도 조금씩 가난을 벗어덜질 수 있는 지혜를
깨닫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난 때문에 절망하여 살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의 지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고통은 누구나 조금씩은 다 갖고 있습니다.
자식이 있는 사람은 있어서 고통이요
없는 사람은 없어서 고통이듯이
재물이 있는 사람은 재물을 지켜야 하는 고통이 있고
재산이 없는 사람은 없어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학식이 있는 사람은 먹고 사는 걱정이 없을 것
같지만 실업자가 되고 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당장 먹고 살길이 없어도 막노동은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버티는 사람이 많고, 막노동하며 근근이
살았던 사람보다 오히려 삶에 대한 용기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고통에 대한 문제는 물질적으로 무엇을
갖고 있느냐, 학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가 있느냐 없느냐에 있는 것입니다.
즉 지혜로운 사람은 재산이 있건 없건 고통이 없습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행복을 위해
지혜롭게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흔히 극한 상황이라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게 되는데 고통은 간직하고 있는
사람에 따라 괴로움의 깊이가 다른 것입니다.
『출요정』「무상품」에 보면 어느날 부처님 앞에
한 여인이 죽은 자식을 끌어안고 와서 살려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녀에게
'마을에 가서 불을 얻어오면 살려주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의 불을 얻어 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여인은 곧 부처님의 말씀대로 마을로
내려가 불씨를 얻으려 돌아다녔지만 죽은 사람이 없는
집은 한 집도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자기의 아들을 잃은 슬픔이 자기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크게 깨닫고
여인은 해가 져서야 기원정사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여인은 부처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고
즉시 출가했습니다. 인생무상의 도리를 깨달았기에
이 여인은 번뇌가 사라졌던 것입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실직과 경제파탄으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러한 고통도 인생무상의
도리를 깨달으면 크게 번뇌될 것이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재산은 왜 잃어버리는 것이며,
어떻게 무상의 도리를 깨달아 번뇌를 여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원시 불교에서는 재산을 잃어버리는 것이
여섯 가지 요인에 의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술과 같은 게으름의 원인이 되는 일에 열중하는 것이고,
둘째는 때 아닌 때에 길거리를 배회하는 데 열중하는 것이고,
셋째는 제례나 무용을 보기위해 사람이 모이는 곳에
찾아다니는 데에 열중하면 재산을 잃어버린다고 했으며,
넷째로는 도박 같은 놀이에 열중하거나,
다섯째로는 나쁜 친구와 사귀는데 열중하는 것,
그리고 여섯째로는 게으름이 재산을 잃어버리는
첩경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직무에 대한 노력과 근면을 강조하고 있으며,
게으름과 여자, 술, 노름에 빠지는 것이 생활을
궁핍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재산을 잃고 가난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일지라도 남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그 탓을 돌릴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지혜는 어떻게 열리는가
『잡아함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진 재산 가운데 믿음이 제일이요,
법을 수행하는 사람이라야 즐거움을 누릴 것이며
거짓 없는 진실한 말이 가장 아름답고
지혜의 수명이 목숨 가운데 제일이로다."
그러시면서 또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믿음이 있어야 거센 물결을 건너고
게으로지 않아야 바다를 건너며
수행에 힘써야 고통을 떠날 수 있고
지혜로워야 청정함을 얻느니라."
지금 경제문제로 궁핍한 살림을 면할 길이 없다고
발을 동동 구르기보다는 다시 한번 자신을 조용히
돌아보면서 진실하게 살아왔는가를 생각해보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떠한 삶이 지혜로운 인생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 고통의 바다를 건너갈 수 있는
굳은 믿음을 갖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사업에 실패한 것이 인생의 전부를 실패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 직장 잃은 것을 모든 재산을 잃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 재산을 잃고도 분수껏 생활하지
못하는 사람, 바르게 구하고, 바르게 쓰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사는 사람은 결코 가정경제를 다시
회복하지도 못하고 사회에서 성공할 수도 없습니다.
좋은 가문에 때어나 건강하고 안락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태어날 수
있었던 행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행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은 사람들의 행위에 의해 존재하고,
사람들의 행위에 의해 관계 지워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농부가 되고, 상인이 되고,
의사가 되고, 교수도 되고, 도적이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은 바에 따라 무엇인가로 되는 것입니다.
행위, 즉 업에 의해 존재하고 관계 맺어지는 것이지요.
훌륭한 농부는 처음부터 된 것이 아니라 훌륭한
농부가 될 수 있는 행위를 통해 되는 것이고,
도적도 처음부터 도적으로 태어나게 된 것이 아니라
도적질이라고 하는 행위를 통해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가난이라든가, 파탄이라든가 하는
괴로움도 업으로 생기는 것이므로 몸과 마음의
행위를 통해 극복될 수 있습니다.
지금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지만,
다시 풍요롭고 다복하게 이끌어 가고 싶다면
그런 인연을 자꾸 지어나가야 하는 것이며, 살면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신념과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진리에 의지하여 신념을 키우고,
바른 가르침대로 자신의 행위를 이끌어 나갈 때
어려움을 극복하고 고난의 벽을 허물어 갈 수
있는 지혜가 열리는 것이지요.
부처님께서 알려주신 가난의 지혜
그렇다면 부처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떤 방법을
알려 주셨는지 『잡아함경』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습니다.
어느 날 천자가 문안드리고 여쭈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어떻게 하면 지혜가 통달하여
온갖 재물과 이익을 누리겠나이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온갖 기술을 먼저 배우고 그 다음에 자기의 재물을
모으되 모은 재물을 4등분하여 한 몫은 살림을
꾸려나가고 두 몫은 사업에 쓰고 나머지
한 몫은 저축하여 어려운 때를 대비하라.
밭에 씨앗뿌림이 첫째이고 장사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소나 양을 길러 번식시키고 집을 세놓아 이자를 얻어라.
아들에게 며느리를 얻어주고 딸과 자매는 시집을 보내라.
이 모든 것이 순조로우면 즐겁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괴로우니라. 일을 시작했으면 끝을 맺게 하고
중도에서 쉬거나 그만두지 말라. 지혜로운 사람은
이익과 손해됨을 잘 따져서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잘 알아서 행하기 때문에 바다에 강물이
끊임없이 모여들 듯 재물은 나날이 늘어나리라."
여기에서 중도에 쉬거나 그만두지 말고 꾸준히 하라는
말씀은 새겨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부처님께서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벌이 온갖 꽃을 부지런히 찾아 벌집에 꿀을
쌓아가듯 자기 사업에 나날이 힘쓰면 재산은 점차
쌓여 가리라. 애써 모은 재물을 잘 관리하되 늙어
노쇠한 이와 멀리 변방에 있는 사람, 믿음 없는
간사한 사람과 비겁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
권세를 휘두르는 사람에게는 주지 말라.
그런 사람에게 빚을 주면 받을 때에는 다투고
싸우게 되다니 자칫하면 빌려준 재물 때문에
사람 잃고 재물까지 잃느니라. 재물을 모으되
법답게 하고 법답지 않은 일은 하지 말라.
자신이 모은 재물일지라도 사치하지 않고
남들에게 베풀되 잃지 않으면 살아서 행복하고
죽어서 천상에 태어나리라."
부처님께서는 법답게 부지런히 일을 해서 재산을
얻되 그 재산을 검소하게 사용하고 남에게
베풀어서 복을 지으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즉 부지런함과 검소함, 그리고 베푸는 행위가
바로 가정 경제를 회복하고 나아가 천상에 태어나는
복임을 일깨워 주시는 가르침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를 가난에 빠뜨린 것이 외부에 원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것에 원망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가는 이겨내는 것에도 만족해 할 줄 아는 것이 덕이며,
적게 가졌어도 남을 위해 베풀 줄 아는 마음과
행위가 선입니다. 비록 지금은 당장 하루 먹을 양식을
걱정해야 하고, 아이들 학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일지라도 덕과 선으로 가난을 떨쳐버리겠다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욕심에 재앙이 깃들어
있음을 알고, 오로지 적은 것에 만족하면서
절약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이 욕심에서 벗어나
지혜롭게 가난을 이길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가난은 이 추위보다 더 혹독한
고통으로 살을 에이고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믿음의
불로 추위를 이기고 베풂의 불로 이웃의 고통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불자가 됩시다. 그 행위로
인하여 반드시 가정경제를 회복하게 될 것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이나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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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