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극복하는 부처님의 지혜
불자 여러분!
어느덧 가을이 깊어 들에는 추수가 한창이고 산에는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온 산하 대지가 결실로 출렁이는가 하면
붉은 색 물결로 춤을 추고 있는 듯합니다.
바야흐로 참 좋은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오늘 불자 여러분에게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갈등! 어떻게 보면 학문적인 용어 같아 좀 딱딱한 말로 들릴지 모르나,
어느 한 순간도 우리는 이 갈등을 떠나서 살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떤 심리학자는 우리네 삶 중 70% 이상이 갈등상태에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을 해결해야 우리의 삶이
보다 행복해질 텐데, 부처님은 이러한 갈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결하라고 가르칠까요?
갈등이 넘치는 사회
오늘날의 사회를 여러 가지로 규정할 수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우리는 '갈등과 분쟁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갈등이 커지면 분쟁이 되고,
분쟁이 더 심화되면 전쟁으로 치닫는 것이 역사적인 필연 법칙이었습니다.
전쟁도 알고 보면 조그만 갈등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지요.
부부싸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간에 조그만 갈등이 씨앗이 되어
이것이 점점 커져 궁극에는 두 사람을 갈라 놓고야 맙니다.
그렇다면 갈등은 참으로 큰 문제입니다.
우리 마음속에 항상 도사리고 있는 독과 같고, 언제 타오를지 모르는
불씨와도 같은 것입니다. 모든 불행의 씨앗은 갈등인 셈이지요.
심리학에서 정의해 놓은 것을 보면, 갈등이란
'서로 대립되는 두 개 이상의 욕구가 동시에 만족될 수 없는 심리적 상태'
라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욕구가 있는데,
이것이 만족되지 않으니까 스스로 화를 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미워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갈등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개인적인 갈등과 사회적인 갈등이 있을 수 있어요.
개인적인 갈등은 순수하게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면, 돈도 벌고 싶고 놀러가고도 싶은 경우라든가,
출근하자니 몸이 아프고 결근을 하자니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받을 것 같은 경우라든가, 좋은 데 취직은 하고 싶지만
공부는 하기 싫은 경우 등 수없이 많습니다.
사회적인 갈등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직장 동료 사이의 갈등,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직장과의 갈등,
고구려 역사 왜곡을 놓고 중국과 우리나라와의 갈등 등 수없이 많습니다.
사실 이러한 갈등은 둘 이상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라서
사회적인 갈등이라고 하는 것이지, 그 근본은 사람 각자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또 갈등은 정치적인 갈등, 이념적인 갈등, 경제적인 갈등,
종교적인 갈등 등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적 갈등은 그 수위가 대단히 높습니다.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여야간에 격돌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념적인 갈등도 위험한 수준입니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놓고 진보와 보수세력끼리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그 좋은 예이지요. 경제적 갈등도 말이 아닙니다.
빈부격차가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서울 강남에서는 부자들을
시기하여 강도들이 활개를 칩니다. 종교적인 갈등도 심한 편입니다.
여러분은 다른 종교인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불자들은 그래도 다른 종교인을 미워하지는 않지만
어떤 타 종교는 불교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그들의 교리와 맞지 않는다고 하여 불교의 상징물을
파괴하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양에서처럼 종교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현대 사회로 올수록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대사회가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는 반증입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국가나 할 것 없이 누구나 나름대로의 목표와
이상을 가질 수 있는데, 이것들이 서로 충돌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현실 사회라는 것은 참 불안합니다.
그리고 괴로운 사회입니다. 어떤 일에 만족을 못하고 더 얻으려고만
하니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그런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다스려야
만일 부처님이라면 어떻게 불안하고 갈등 넘치는 사회를 보고
어떤 말씀을 하실까요? 다음은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의 이야기입니다.
옛날 인도에 어느 왕은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항상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보름달이 휘영청 뜬 어느 날 밤,
왕은 신하들에게 머리를 식히러 갈 곳이 없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한 신하가 말했습니다.
"폐하, 지금 제가 소유하고 있는 동산에는 부처님께서 와 계십니다.
그 곳으로 가시면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왕은 신하들을 거느리고 그 동산으로 향했습니다.
동산 기슭에 도착한 왕과 일행은 울창한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숲이 달빛을 가려 어둡기가 그지없었습니다.
"이렇게 어두운 곳에 부처님은 혼자 계시는가?"
왕이 묻자 신하가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이 숲에는 부처님과 천이백오십 명의 제자들도 함께 있습니다."
신하의 대답 왕은 매우 놀랐습니다. 부처님과 천 이백 오십 명이나
되는 제자들이 있다는데도 기침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마쯤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훤히 트인 곳이 나왔습니다.
과연 그 곳에는 부처님과 수많은 제자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고요한 달빛 아래 꼼짝도 않고 선정(禪定)에 들어 있는 모습이
그지없이 아름답고 엄숙했습니다. 그리고 너무도 평화스러웠습니다.
그 광경에 감동한 왕은 조심스럽게 부처님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한 나라의 왕이지만,
어느 한 순간도 이토록 많은 사람을 조용하고 평화롭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어떻게 이 같이 할 수 있습니까?"
왕의 물음에 부처님은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사람의 겉모양만을 다스리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겉모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나와 마음으로 돌아가지요.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화에서 보듯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입니다.
『법구경』에서도
"마음은 들떠 흔들리기 쉽고 지키기 어렵고 억제하기 어렵다.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 갖기를 활 만드는 사람이 화살을 곧게 하듯 한다."
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의 마음 속에 세가지 독이 있다고 했습니다.
탐욕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입니다.
탐욕은 지나친 욕심이요,
성냄은 욕심이 채워지지 않아 일어나는 분노의 마음이요,
어리석음은 분노의 마음으로, 이 세가지로 인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릇된 행동을 저지르게 됩니다.
갈등과 분쟁, 그리고 전쟁의 점진적인 단계를 보면
부처님이 말씀하신 이 삼독의 이치와 같습니다.
사람에게 지나친 욕심이 없다면 갈등이 일어날 리가 없지요.
갈등이 지나쳐 결국은 감정이 복받치고 싸움이 일어납니다.
서로 말다툼이나 치고받는 싸움 정도야 그래도 봐줄만 합니다.
문제는 전쟁입니다. 전쟁이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행위입니다.
가장 어리석은 행위이지요. 전쟁은 끝을 보려고 합니다.
어느 쪽이 항복을 해야 전쟁이 끝납니다. 전쟁은 참으로 참혹한 일이지요.
이 전쟁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잘 아실 겁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곱 가지 법
『장아함 유행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이러한 전쟁을 막은 일이 있습니다.
고대 인도 마가다국의 왕인 아자타사투르가 이웃 나라인
'밧지국'을 치려고 하다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전쟁을 포기한 일입니다.
부처님이 왕사성 영취산에 계실 때의 일이었습니다.
막다가국과 밧지국은 평소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마가다국의 왕이 신하들에게 말했습니다.
"밧지국은 나라가 부강하고 백성이 많으며 땅이 기름지다.
해마다 풍년이 들고 진기한 것이 많이 나는 것만을 믿고 나에게
굴복하지 않으니 쳐들어가 정복하고야 말겠다."
이에 왕은 어진 신하를 시켜 부처님께 가서 가르침을 받아 오도록
분부했습니다. 참 다행인 것이 경전에 보면, 아자타사투르 왕은
자기 아버지인 빔비사라 왕을 유폐시켜 죽게 한 불교 막급한 사람이지만,
나중에 부처님께 귀의하여 불자로 다시 태어난 것으로 유명합니다.
신하가 부처님께 다가가 밧지국을 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자,
부처님은 제자인 아난에게 밧지국의 상황을 불어보고는
불가하다고 판정을 내리십니다. 부처님이 한 때 밧지국에 머무르실
그들을 위해 나라를 다스리는 일곱 가지 법을 가르쳐 준 적이 있었습니다.
이 일곱 가지가 그 때까지도 잘 지켜지고 있는지 아난에게
물어보았더니 아난은 이 일곱 가지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밧지국의 사람들은
첫째, 자주 모임을 갖고 바른 일을 서로 의논하여 몸소 지키고 있으며
둘째, 임금과 신하가 화목하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공경하고 있으며
셋째, 법을 받들어 삼가야 할 것을 알고 예의를 어기지 않으며
넷째,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다섯째, 조상을 공경하여 제사를 지내며
여섯째, 부녀자들이 정숙하고 진실하며 웃고 농담할 때라도 그 말이 음란하지 않으며
일곱째, 수행자를 공경하고 계행이 청정한 이를 존경하여 보호하고
공양하기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다국의 신하가 부처님의 말슴을 듣고 말했습니다.
"밧지국 사람들이 이 일곱 가지 중에서 하나만을 지닐지라도
치지 못할 것인데, 하물며 일곱 가지를 다 지킨다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나랏일이 많으므로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보면, 부처님은 아무리 힘 센 나라일지라도 서로
화합하고 공경하며 청정한 계를 지키는 나라는 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나라를 치다가는 오히려 당할 뿐 아니라,
큰 죄를 지을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적을 막으려면 자신부터 평화로워 한다는 것입니다.
개개인이 평화로우면 집안이 평화롭고, 집안이 평화로우면 온 나라가
평화로운 것입니다. 이럴 때는 갈등으로 인한 분열이 없기 때문에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가 없습니다.
마음을 조복받아야
부처님은 『장아함 반니원경』에서 이렇게 말씁하십니다.
"마음을 조복받아 부드럽고 순하고 스스로 텅 비어야 한다.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마음 가는 대로 한다면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도를 얻는 것도 또한 마음이다.
마음이 하늘도 만들고 사람도 만들며 귀신이나 축생 혹은 지옥도
만들므로 모든 것은 마음에 달린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따라 온갖 법이 일어난다."
갈등이란 결국 마음을 조복받지 못해 일어나는 분별 망상인 것입니다.
이것은 좋다, 저것은 싫다, 저 사람은 나쁜 놈이다,
저 사람보다 내가 더 많이 가져야 한다, 저 사람이 나에게
욕을 했으므로 나도 언젠가 이를 갚아야 한다 등
우리는 쉴 새 없이 분별을 일으킵니다.
이러한 분별심은 모두가 실체가 없는 망상임을 알아야 합니다.
집단간의 갈등도, 나라간의 갈등도 모두 이 분별 망상에서 나옵니다.
불자 여러분!
이와 같은 분별 망상을 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을 관찰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마음 속에 무엇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지 잘 알아차려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명상한다고 합니다.
명상은 자신의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일입니다.
부처님도 이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조복받았습니다.
자신의 마음 속에 타오르는 세 가지 독,
즉 탐욕의 불, 성냄의 불, 어리석음의 불을 끌 수 있어야 합니다.
탐욕의 불은 5계를 지킴으로서 끌 수 있을 것이요,
성냄의 불은 명상이나 염불, 기도를 함으로써 끌 수 있을 것이며,
어리석음의 불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실천함으로써 끌 수 있을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모두 성불 인연 맺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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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