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를 찾아가는 수행(修行)
신년입니다. 1월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또 많은 분들이
1년의 계획을 세우실 것입니다.
우리가 비록 기억은 못하지만
수없는 생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발원을 하고 얼마나 많은
맹세를 하였을까요?
그중에서 어떤 것은 이루어 내었고
어떤 것은 아직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신년의 계획을 이루지 못했으면
다음의 1년이 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작심삼일일 망정
또다시 똑같은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한 번 가고 나면
언제 다시 사람몸을 만날지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참으로 귀중한 것이 이번 생에
사람몸 받은 것이요.
더더구나 불법을 만난 인연입니다.
여러분도 이미 아시겠지만
‘눈먼 거북이의 비유(盲龜遇木)’ 는
참으로 절묘하게 사람 몸받는 인연의
희유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물어 보셨다.
“가운데에 구멍이 뚫어진 널빤지가
바다에 떠나니는데 그 바다에
거북이가 있어 백년에 한 번
머리를 물위로 내민다.
그렇다면 우연히 거북의 머리가
널빤지의 구멍으로 나오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제자들이 대답했다.
‘그럴 수는 있겠지만
참으로 희유한 일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연 그렇다, 그러나 한 번 악도에 떨어진
사람이 다시 사람몸받기는 이보다
훨씬 어려운 것인줄 알아야 하느니라.”
<남전상응부경>
이렇듯 귀중한 사람몸을 우리는 이미 받았고,
더구나 전생의 선근복덕으로 부처님법까지
우리는 만났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1년이 가면
다음 1년이 오지만 인생은 한 번 가면
언제 사람몸 받을 줄 모르고
과연 지금처럼 부처님법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더더욱 알 수 없는 일이니
불법만난 현생의 시절인연에
열심히 분발정진하여 생사의
일대사를 마쳐야겠습니다.
불법을 쓰는 길
우리가 불법을 만났다가 하지만
이것을 쓰지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마치 금덩어리가 있다한들 그것을 귀중하다고만
여겨 쓰지 않고 방 한가운데 모셔만 놓고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어찌하는 것이 불법을 쓰는 길인가?
부처님을 대의왕(大醫王)이라고
치하는 것처럼 불법은 의사인 부처님께서
환자인 중생들에게 쓰는 약(藥)입니다.
중생들은 전도몽상(顚倒夢想)이라는
병에 걸렸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있지도 않은
고통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어
괴로워하게 됩니다.
마치 ‘건강염려증’이라는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이 걸리지도 않은 병에 걸렸다고
생각해서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면서
괴로워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답답한
일이지만 일단 이 병에 걸린 사람은
그 사람대로 미칠 노릇입니다.
분명히 괴롭기는 괴롭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의사는 먼저 괴롭다는
환자의 증상을 인정하고,
서서히 치료하면서 마침내는 원래 병이
없다느니 사실을 환자가 자각하게끔 해줍니다.
바로 그런 약방문이
부처님의 8만 4천법문인 것입니다.
그러나 사후약방문이라는 말이 있듯
이런 뛰어난 처방도 쓰지 않으면 아무런
필요가 없습니다.
비록 그 약맛이 쓰더라도,
약재가 구하기 힘들더라도 열심히 약을 구하여
먹을 때만이 비로서 병은 치료가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렇게 열심히 약을 구하여
먹는 것이 수행이고,
이 수행이 바로 불법을 쓰는 길인 것입니다.
천차만별인 수행법
요즈음 세월이 참 좋아서 지구가
한 마을처럼 되어 지구촌이라고도 합니다.
시절이 이렇다보니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한 수 많은
정보가 우리 주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수행법도 천차만별로
많은 종류가 나와있습니다.
불교 집안 내에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수행하면
화두참선과 염불이 대표적 수행법이요
그 외에도 기도, 절, 사경, 독경,
진언같은 수행법들이 있습니다.
또 요사이는 남바의 위빠사나선법이
유행하고도 있습니다.
불교 외적으로는 단전호흡이니
요가니하는 수행법이 있고,
근자에는 미국에서 들어온 아봐타,
마인드콘트톨같은 수행법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수행법이냐
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수행의 요체가
무엇인지를 아느냐하는 것입니다.
이 수행의 요체를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면 참선을 하던,
염불을 하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것을 모른다면 천하의 그 어떤
수행법을 하더라도 이것은 모래를 쪄
밥을 하는 일과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참으로 수행법이란 피안의 저 언덕에
이르는 하나의 뗏목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비록 초특급페리호를 탔다고
하더라도 동서남북을 모른다면
그 배는 피안의 저 언덕이 아니라
지옥의 저 언덕으로 직행할런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금강경》<정신희유분> 제 7에서
‘너희들 비구는 나의 설법을 뗏목처럼
알아야 하느니 법도 마땅히 버려야 하거늘
어찌 법이 아닌것이랴.’ 하신 것입니다.
수행(修行)의 요체(要諦)란?
그러면 과연 수행의 요체는 무엇인가?
우리는 이것을 인천의 대스승이자 대의와이요,
모든 수행자의 표본이신 석가모니부처님의
수행과정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처님은 처음 출가하시고 당대의 최고
선인(仙人)이었던 ‘알라라카라마’ 와
‘웃다카라마풋타’ 문하에서
선정을 수행하게 됩니다.
재능이 출중했던 부처님은 곧 그들과
동등한 삼해를 체험하시게 되는데
그 선정을 각각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이라 합니다.
‘무소유처정’ 이란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이
다 사라져버린 마음상태요,
‘비상비비상처정’ 이란 생각이 없다거나
생각이 없음도 없다라는 생각도 사라져
버린 마음상태를 말합니다.
참으로 일반인은 짐작키 어려운
깊은 선정의 체험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런 경지를 경험하신
후 곧 실망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선정에서 깨어나면 현실의
온갖 번뇌가 다시 발생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선정법에 만족하지 못하시고
다른 수행법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우리가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무리 깊은 선정을 체험했다하더라도
번뇌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는
궁극적인 경지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계, 정, 혜를
3학이라하여 불교공부의 기본으로 하는데
비록 아무리 선정을 깊이 연마했다하더라도
혜가 깨이지 않으면 이것은
완전한 공부가 아닌 것입니다.
간혹 수행하는 분들 중에는 깊은
선정체험을 한후 이 경지에 집착하여
편안한 그 상태에만 머물려는 분들이 있는데,
번뇌의 실체를 철견하는 지혜가 생겨
이를 물리칠 수 있을 때까지는
더욱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부처님께서 찾아간
이는 고행자들이었습니다.
이는 아마도 당시에 유행하던
자이나교의 영향이 아니었는가 합니다.
자이나교에서는 모든 고통과 번뇌의
원인을 업으로 보고 이 업을 제거하기
위해 업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육체에 고통을 줌으로서 업을 제거하여
해탈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6년간을 각고의
고행으로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마침내 육체를 괴롭히는
고행만으로는 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시고 고행의
수행도 버리시게 됩니다.
마침내 부처님은 모든 수행법들을
포기하고 보리수좌에 앉으셔서
죽음을 각오하시고 자신의 내면에
깊이 침잠하게 됩니다.
이때의 일은 여러 경전에
상세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 부처님의 내면에 일어났던
일을 상징화한 것이 ‘항마의 설화’입니다.
온갖 유혹과 위협으로 부처님을 시험하던
마왕은 기실 부처님의 잠재의식 깊이
숨겨진 업식의 드러남인 것입니다.
이런 내면의 업식을 이렇게 꾸짖어 조복합니다.
마왕이여 너의 첫째 군대는 욕망이고
둘째 군대는 혐오,
셋째 군대는 기갈,
넷째 군대는 애착이다.
다섯째 군대는 권태와 수면,
여섯째 군대는 공포,
일곱째 군대는 의심,
여덟째 군대는 겉치레와 고집이다.
나는 너에게 패해 사는니
차라리 싸워서 죽으리라.
<<불설보요경>><항마품> 한글대장경 본연부
모든 업장이 소멸되자 부처님은 마침내
천안통, 숙명통, 누진통의 3명이 발생하여
일체 존재가 연기되어 실체 없음을 아는
지혜가 밝아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불교 수행의 궁극적
목적은 지혜를 열어 일체 존재의
실체없음을 철견하는데 있습니다.
이런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업장의
소멸이 필수적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성도과정을 다시 정리해본다면
결국 우리의 현실적 고통은 업으로 인한 것이고
업이란 과거 경험의 총합으로서 이 업을
다 소멸함으로써 지혜가 밝아져
일체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업을 소멸한다는 것은
단순히 몸을 괴롭힌다거나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업이 원래 실체없음을
철견할 때만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혜는 그냥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선정력을 바탕으로하여
나의 내면 깊숙이 침잠하여 일체의 생각과
분별망상을 끊어냈을 때 비로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는 계, 정, 혜 3학의 조화로운
공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업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육체에 고통을 주는 것만으로는 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업(karma)' 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업이라는 용어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힘이들지만 억지라도 간단히 말하자면
‘과거기억의 총합’ 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천수경》의 <참회게>를 보면
내가 전에 지은 모든 악업은 (아석소조제악업)
모두 다 시작없는 탐진치로 인해 (개유무시탐진치)
몸과 입과 뜻을 따라 생긴 것으로 (종신구의지소생)
일체를 내가 지금 참회합니다. (일체아금개참회)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서는 비록 악업만을 이야기했지만
선업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경계에 부닥치면
좋거나, 싫거나, 좋지도 싫지도 않는
세가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경계에 대해서는 우리는
탐심을 내게 되고 싫은 것에 대해서는
진심을 내게 되고 이도 저도 아닌 경우에는
무덤덤한 마음상태가 됩니다.
이런 마음경계에 따라 우리는 몸, 입, 뜻으로
여러 가지 행위를 하게 됩니다.
이런 행위는 다시 우리 기억에 쌓이게 괴고
이 기억에 따라 다시 일정한 경계를
만나게 되면 마음을 내고 행위를 하게 됩니다.
이런 일이 끊임없이 돌아가는 것을
윤회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윤회를 꼭
죽어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경계를 만나 마음을 내고
행위할 때마다 윤회하는 것이지요.
이렇듯 우리의 모든 행위는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여 다음 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바로 이런 차곡차곡 쌓인 기억이 업입니다.
우리 각자는 쌓인 기억이 다 다르기 때문에 즉,
업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경계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은 괴로워하고,
어떤 사람은 즐거워하고,
어떤 사람은 덤덤한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 속에서 희로애락하면서
살아가는 나를 ‘진짜 나’ 라고 여기지만
사실 인생의 희로애락은 단지 우리의
업식이 만들어 낸 것일 뿐
‘진짜 나’ 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죄는 자성없이 마음에 따라 일어나니 (죄무자성종심기)
마음이 멸하면 이에 따라 죄도 역시 사라지네. (심약멸시죄역망)
죄도 없어지고 마음도 멸하여 모두 공해지면 (죄망심멸양구공)
이를 이름하여 진짜 참회라 하네. (시즉명위진참회)
《천수경》의 위 구절처럼 우리의
모든 행위는 과거 기억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우리의 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
러나 기억이 쌓여있는 마음이라는 것은
또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과거기억이 쌓여있는 그것을 이름하여
마음이라할 뿐 마음이라는 것도
원래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그저 한 생각이
인연따라 일어났다 인연따라 사라지는 것일 뿐이니,
그저 집착없이 그것을 바라볼 뿐 그 생각을
내가 만든 생각이라고 집착하여
희로애락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업의 이치가 이러한 것이고
고통이라는 것이 원래 실체가 없는 것인데
부처님이 고행하시던 그때까지도 업이라는 것이
실체가 있어서 제거해야될 그 무엇으로
생각하여 육체를 학대하여 고행을 하셨으니
업이 완전히 사라질 리 만무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기억해야될 것은 비록 업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마음이 실체가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또한 그것이 분명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마치 건강염려증환자가 원래 병은 없지만
환자 그 자신은 분명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런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고행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일정 정도 자신의 욕망과 육체를
제어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계율이 필요한 것이지요.
앞에서도 말씀드린 계, 정, 혜 3학은
전도몽상이라는 병을 낫게하는
3가지의 묘약입니다.
이중 하나라도 소홀하면 병은
완치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교 수행의 뜻을 깊이
이해하신다면 어떤 수행법을 사용하더라도
그 결과는 동일할 것입니다.
비록 시절인연에 따라 돛단배에 탔다하더라도
끊임없이 정진노력하면 그 복덕으로
언젠가는 반야용선에 올라타서 피안의
저 언덕으로 쾌속순항할 날이 오리니,
퇴굴심 내지마시고 더욱 열심히
정진하여 모두 다 해탈 성불하시길 발원합니다.
새로운 한해에는 더욱 수행을 .....
자! 새로운 한해입니다.
비록 처음에 한해가 가면
또 새로운 한해가 온다고
말씀드렸지만은 그러나 그 새로운
한 해가 지나가버린
한해는 아닌 것입니다.
한해 한해가, 하루하루가
그 날로 완전한 날입니다.
헛되이 보내지 마시고 더욱
발심정진하는 한해가 되십시요.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