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과 불교

불교는 보름달과 상당히 깊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경전을 보다보면 마음 가운데서 저절로 커다란 보름달이

훤하게 밝아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것은 부처님 당신의 말씀 중에서 자주 보름달의 비유가

등장하는 까닭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전의 배경이 되는 날이

보름날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 사위성의 기원정사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날 상카라(僧迦羅)라는 젊은이가 찾아와 질문을 드립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부처님은 달을 비유해

그 원인과 결과를 설명해 주십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 가운데서도 어떤 사람은

훌륭하고 어떤 사람은 훌륭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왜 그러합니까?

또 어떻게 훌륭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습니까?“

“상카라야, 보름달은 처음에는 비록 조그맣지만

날이 갈수록 광명이 더해 마침내 둥글고 원만해져서

세상을 환하게 비춘다.

그러나 그믐달은 처음에는 둥글고 환하지만 한번

기울기 시작하면 밤낮으로 줄어들어 나중에는

완전히 빛을 잃고 만다.

나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도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가르침을 받고 바른 믿음과

고요한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고 하자.

그는 바른 소견으로 깨끗한 계를 치키며,

착한 벗을 가까이하고,

바른 법을 알고,

남에게 은혜를 베풀고 보시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보름달처럼 얼굴도 환해지고

인격도 훌륭해질 것이다.“    『잡아함』「승가라경(僧迦羅經)」

이렇게 부처님께서는 당신의 가르침을 통해 완성된 인격을

보름달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근본경전뿐 아니라 대승불교의 가장 대표적인 부처님인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극락전의 기중에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주련이 붙어있습니다.

극락당전만월용 極樂堂前滿月容

극락세계 보배궁전의 보름달 같은 아미타 부처님,

옥호금색조허공 玉毫金色照虛空

금색의 몸과 옥빛 백호광명이 온 세계를 비추시네.

약인일념칭명호 若人一念稱名号

만약 어떤 사람이 일념으로 그 이름을 외우면,

경각원성무량공 頃刻圓成無量功

잠깐 사이에 무량한 공덕을 이루리라.

부처님과 부처님의 깨달음을 태양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보름달에의 비유는 태양의 비유보다 더욱 충만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곤 합니다.

보름달이 떠오르는 밤의 포살과 자자

승가의 중요한 행사인 포살(布薩, uposadha)을 행하는 날도

그믐과 보름날이었고, 우안거의 마지막 포살일에 행하는

자자(自恣,pavarana)일도 보름날입니다.

경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부처님 당시의 포살 풍경입니다.

음력 15일 포살 날, 해가 지면서 대중이 다 모이면 소임을

맡은 장로비구가 일어나서 소리를 내어

포살을 진행해가기 시작합니다.

“대중들이여, 들으십시오.

오늘은 15일 포살일이니,

만약 대중에게 지장이 없다면 교단은 포살을 베풀고

계본(啓本)을 외우겠습니다.

무엇을 교단의 첫 행사라고 하는가?

여러 대덕이 몸의 청정함을 고백함이니,

나는 이제 계본을 외우리라.

대중은 여기에서 잘 듣고, 잘 생각 할지어다.

만약 스스로 허물이 있음을 자각한 사람은 나서서 드러내라.

또 죄 없는 이는 잠자코 있을지니,

잠잠하면 여러 대덕의 청정함을 알리로다.

만약 누가 무을 때에는 마땅히 대답해야 하리니,

이같이 비구는 이 대중 속에서 세 번까지 질문 받을 것이며,

세 번 질문을 받고도 죄가 있으면서 고백하지 않은다면,

고의적인 망어죄(妄語罪)를 얻으리라.

고의적 망어는 도에 장애가 된다고 붓다께서는 설하셨나니,

그러므로 죄 있는 것을 기억하는 비구로 청정하기를 원하는

이는 그 죄를 드러내라.

드러내면 그는 안락함을 얻으리로다.“     「율장 대품 포살건도」

이렇게 시작된 포살계의 낭송이 시작되고,

어둠이 짙어지며 달은 더욱 밝아집니다.

또 어느 해, 자자(自恣)의 풍경에 대한 생생한 모습이

『아함경』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의 동쪽 녹자모(鹿字母)강당에

있었을 때의 일로 7월 보름,

우안거가 끝나는 날 정해진 감동에 넘치는 것이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달이 뜨자,

도량에 몽니 비구의 수효는 대략 오백 명은 되었습니다.

부처님과 수제자인 사리불존자도 함께였습니다.

자자의 규칙에 의하면 윗사람부터 하게 되어 있으니까.

부처님께서 제일 먼저 자자를 해야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합장한 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

비구들 앞에서 자자의 말씀을 외우십니다.

“대덕들이여, 나는 이제 자자를 행하노니,

대덕들은 내 행위와 내 언어에서 무엇인가

비난할 만한 것을 보고 듣고

 또는 미심쩍은 생각을 지니지 않았던가?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나를 가엾이 여겨 부디 지적해주오.“

엄숙한 침묵이 장내를 뒤덮었습니다.

참으로 진지하고 거룩한 광경입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대중 가운데 사리불존자가

고개 숙여 엎드리며 말씀을 합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누구도 세존의 행위와 언어에서

비난할 점을 발견한 이는 없나이다.“

다음은 사리불의 차례였습니다.

사리불도 합장한 손을 높이 들고 감동에

떨리는 목소리로 자자의 발언을 외웁니다.

잠시 엄숙한 침묵이 그의 청정을

증명해 주었다.

이번에는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칭찬을 하십니다.

이렇게 하여 오백 명의 비구들이 차례차례 자자를 행했고,

그날 밤 누구 한사람

비난의 말을 들어야 했던 사람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법사스님께서 권해주신 책에서

처음 이러한 포살과 자자의 광경을 접했습니다.

책을 읽는 바로 그 순간 보름달 아래 둥글게 모여 앉은

부처님과 제자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부처님과 사리불을 비롯한 제자들의 모습이 한 분 한 분,

생생하게 나타나고,

고요한 가운데 오백 명 모두가 함께 들었을

음성들이 귓전에 들리는 듯 했습니다.

평소에 무심하게 바라보았던 그 빛바래고

먼지가 쌓인 탱화속의 부처님과 제자들이

그렇게 깨어나고 함께 호흡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왈칵 눈물이 쏟아 질 것처럼 가슴이 메어왔습니다.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큰 기쁨이 밀려왔습니다.

이때 이후로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늘 부처님과 그 제자들의 포살과 자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곤 합니다.

탁자 위의 금빛의 엄숙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부처님이 할아버지와 같은 따뜻함과

친근함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처님 열반과 보름달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승불교권에서는

모두 음력으로 따져서

부처님 오신 날은 4월 8일,

성도일은 12월 8일,

열반일은 2월 15일입니다.

하지만 남방불교에서는 위의 세 기념일인

웨삭데이(Wesak Day)라고 해서

모두 음력 4월 보름날입니다.

남방불교에서 보름날이 지니는 의미가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는 증명입니다.

이 날은 1999년 유엔에서도

‘유엔 웨삭데이’로 지정하였습니다.

웨삭데이는 크리스마스와 함께

세계의 성스러운 날인

홀리데이(Holy day, 聖日)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 세계불교국가들이 이런 기념일의

일치를 위한 합의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비록 기념일이 다르지만 열반일은

보름날이라는 일치를 보고는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자신의 생애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아난다여, 나는 이제 노쇠하였다.

낡은 수레가 가죽끈의 힘으로 억지로 움직이듯이

나의 몸도 그러하다“고 설하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지나간 일을 쫓지마라.

과거는 이비 버려진 것.

사랑하는 사람과는 언젠가는 헤어져야 함을 알라“고

거듭해서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의 마지막 밤을 넘기시면서

제자들에게 당부합니다.

“나는 이제까지 그대들을 위해

계를 정하고 법을 설했다.

내가 멸도(滅度)에 든 다음에라도

이 계를 지키고 법을 받들어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나듯,

가난한 사람이 보물을 얻듯이 존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법과 계를 스승으로 삼아 내가 세상에 있을 때와

똑같이 지켜라.

모든 것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노력하라.“

이렇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이때가 부처님 당신의 나이는 여든 살,

음력 2월, 보름날, 둥근달이 대지를

밝게 비추던 때였습니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부처님은 길에서 태어나셔서,

길에서 사시다가,

길에서 돌아가셨다고 표현합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은 중생들의 행복과 해탈을 위해

길에서 일생을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일생이 결코

외롭거나 쓸쓸하지는 않았습니다.

항상 많은 제자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그 길에 함께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이

부처님을 비춰주었던 것입니다.

깊어가는 밤,

달은 더욱 휘영청 높이 솟아오르고,

부처님께서는 늙고 지친 몸을 추스르며

여한이 없는 마지막 가르침을 전하십니다.

지상에서 소멸되어가는 당신의 육신과 정신이

보름달로 변화하여 영원토록 온 세상을

다 비추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 당신의 일생이 이렇듯 보름달과 함께하였고,

마침내 보름달과 하나가 되듯 완전한 열반에 드셨습니다.

비록 2500년의 시간을 건너서

우리가 부처님을 뵙고 있지만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불자들은 이렇듯 보름달과 끊을 수 없는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것입니다.

추석과 우리 불교의 첫 인연

한국불교는 372년에 처음으로 고구려를 통해

전해진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가락국으로

불교가  전파되었다는 유력한 설이 있습니다.

중인도에 있던 고대 왕국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은 상제로부터 명을 받고

가락국으로 와서 김수로왕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왕과 공주는 결혼을 하고,

태자 거등과 9명의 왕자를 더 낳았습니다.

큰아들 거등은 왕위를 계승하고

김씨의 시조가 됐으며,

둘째와 셋째는 어머니 성을 따라 허씨의 시조가 됩니다.

나머지 일곱 왕자는 가야산에 들어가

3년 간 수도했습니다.

이들에게 불법을 가르쳐 준 스승은 왕후와 함께

인도에서 온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이었습니다.

왕후가 아들들이 보고 싶어 자주 가야산을 찾자

장유화상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왕자들을 데리고 지리산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들들의 모습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지만,

몇 번이나 마음을 달래던 왕후는 더 참지 못하고

지리산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8월 보름달 빛이 휘영청 밝은 산문 밖에서

장유화상은 전과 달리 미소를 지으며 반가이 맞았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다.

네 아들들이 이제 성불했으니 어서 만나 보거라.“

왕후는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으나

아들들은 기척이 없었고,

문득 “어머니, 연못을 보면 저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라는 소리가 들렸다.

달빛이 교교한 연못 속에 황금빛 가사를 걸친

일곱 아들이 공중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그 후 김수로왕은 크게 기뻐하며 아들들이 공부하던

곳에 대가람을 이루니 그곳이 바로

오늘의 경남 하동군에 위치한 칠불사입니다.

일곱부처님의 이름은 금왕 광불(光佛), 당불(幢佛),

상불(相佛), 행불(行佛), 향불(香佛), 성불(佛性),

공불(空佛)로 전합니다.

이 절은 한 번 불을 때면 49일 간 따뜻했다는

아(亞)자방으로도 유명합니다.

우리나라 불교 전래의 가장 오래된

칠불의 설화에서는 지금의 추석(秋夕)날인

팔월 보름날에 일곱 분의 부처님이

성도하는 것으로 전해옵니다.

불교와 추석에는 이렇게 깊은

인연과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추석의 차례(茶禮)와 불교의 다례(茶禮)

일반적으로 명절이나 어른들의 기일에

지내는 제사를 속가에서는 ‘차례’라고 하고

사찰에서는 ‘다례’ 라고 합니다.

그런데 차례나 다례나 같은 말을 두고 소리만

다르게 내는 것일 뿐 본래 내용과 뜻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차(茶)를 올리는 제사가 차례(茶禮)입니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차례가 조선시대의

유교적 환경에서 생겨난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내는 차례(茶禮)의 뿌리는

불교 의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나라의 선승 백장 회해(百丈懷海749～814)스님의

백장청규(百丈淸規)에는 ‘한 솥에 끓인 차(茶)를

부처님께 올리고 또 공양드리는 사람이

더불어 마심으로써 부처와 중생이 하나가 되고,

사찰의 스님과 신자가 같은 솥에 끓인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일심동체 원융회통 하는

의례가 차례이다‘ 라고 적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차례의 근거는

신라 경덕왕(景德王 24년, 765)충담 스님이

차를 끓여 남산 삼화령(三花嶺)의

미륵세존님께 올렸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있습니다.

실로 우리가 지내고 있는 차례의 역사는 천년을 넘어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전통을 지닌 것입니다.

차는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차를 마시고 차를 대접한다고 하는 것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름은 차례라고 하면서 차례에

술을 올리는 것이 당연한 줄 알고들 있습니다.

심지어는 생전에 술을 마시지 않던 분들이나

어린 아디들의 상에도 술을 따르는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

이것은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조선 중기까지는 본래 의미의 차례가 잘 전승되어왔다고 봅니다.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 국가 경제가 황폐화되고

차를 올리는 차례를 지내기 어려웠기 때문에

부득이 하게 된 일입니다.

영조임금이 왕명으로 ‘귀하고 비싼 차 대신 술이나 뜨거운 물,

즉 숭늉을 쓸 것‘ 을 지시한 데서부터 술이 차 대신에

제사상을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정은 사찰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사찰에서는 차를 대신해서 술을 쓰지 �方�

청정한 물[淸淨水]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새벽예불 때 올리는 다게(茶偈)에

“내 이제 청정수를 감로차로 삼아서 삼보(三寶)님께

올리니 원컨대 가엾게 여겨 받아주소서

[我今淸淨水 變爲甘露茶 奉獻三寶前 願垂哀納受]“ 하는

내용이 생겨나게 됩니다.

차를 올리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부처님께

향기로운 차를 대신하여 맑은 물로 차를 삼게 된 것입니다.

근래에 다시 차문화가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찰을 비롯해 일반에서도 어렵지 않게

차를 구할 수 있고,

다도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차례와 다례에서 술과 청정수를

대신해서 본래의 차를 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육법공양 등 공양의식이 발달하면서

특별한 법회 때에 차를 올리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화 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본래 차례와 다례의 의미와 뜻을 되찾아

속히 차례(茶禮)가 본래의 내용과 형식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추석 차례상과 불교식 음식차림

불자들의 명절 때 차리는 차례상을 보면 대부분

고기와 생선 등 육식을 올리는 상차림으로

저래의 유교식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사찰에서 지낼 때에는 경험이 많은 원주스님과

기도법사가 준비를 해서 여법한 격식과 내용을

각춘 불교식 상차림이 됩니다.

하지만 일반 불자들은 지식과 경험도 부족하고

집안에 전해오던 방식을 바꾸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쓰면

절에서 차리는 전통적인 상차림과 불교식

차례를 지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특별한 격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비린 음식을

피하고 떡과 과일 등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물과

같은 종류의 음식을 적당히 준비하면 됩니다.

돌아가신 조상께 올리는 효성과 정서으로

올리는 맑은 음식이 차례음식인데.

살생을 피할 수 없는 비린 음식과

정신을 흐리게 하는 술을 굳이

써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사찰에서의

예불의식에 비추어 간결하고 정성스럽게

차례를 지내면 되는 것입니다.

추석은 가족과 이웃과 함께하는

       이웃과 함께 즐거운 법회가 되어야

음력 7월 보름 우란분절에 선망부모를 위해

정성껏 재를 지내고 한 달이 지나면 추석입니다.

여름안거를 계기로 부처님과 스님들께 올린

공양의 정신을 가족들에게로 회향하는

좋은 시기가 추석입니다.

근래에는 추석이나 설 명절에 사찰에서

지내는 합동 차례의식도 조금씩 늘고 있지만.

그래도 명절 차례의 원칙은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 지내는 것입니다.

불자들 가정에서는 서툰 솜씨라도 차를 우려서

술을 치우고 차례의 본래 뜻을 찾고,

맑은 음식을 준비해서 편하고

즐거운 명절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아침부터 음복을 핑계로 술을 마셔서

흐린 정신이 되거나,

화합과 화목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도박 행위로

날을 지내선 안될 것입니다.

가족과 함께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맞으러 나가볼 일입니다.

2천5백 년 전,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둥근 달 아래 모여

포살과 자자를 행했듯이 가족의 화합과

결속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가락국의 일곱 왕자가 추석날 보름달 아래에서

깨침을 얻어 황금빛 일곱 부처님으로 화현했듯이

달빛 속의 부처님을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하늘에 뜬 둥근 달을 보며 마음속에도

밝은 달을 하나 띄어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