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와 해제는 어떠한 시간이나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발심한 납자라면 발심을 해야 하며
가는 곳마다 자기 마음 속 깊이 선방을 차려야 하는 것이다.
- 원남대종사
대체로 결제라 함은 무엇을 가지고 결제라 하는가?
견성성불(見性成佛)하기 위해서 발심수행(發心修行)을
시작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결제이다.
그리고 해제라 함은 견성성불하여 생사의 대사(大事)를
요달한 이라야 비로소 해제를 하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석가세존께서 일찍이 생사를 초월하려고 발심하여
인간의 모든 환락을 버리고, 영산(靈山)에 들어가
6년을 고행 정진하셨다.
이것이 우리 불제자가 참으로 따라야 할 올바르고 진실한
결제이며 진정한 발심이다.
세존께서 납월(臘月) 8일 만상(萬象)이 고요하고 맑은 새벽,
하늘에 뜬 밝은 별빛을 보시고 도를 이루었다.
다시 말해서 자기의 본래면목을 깨달아 생사의
속박에서 해탈하여 영원한 자유의 선각자로서
부처님이 되시어 비로소 해제를 하였던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결제와 해제라 함은 대개
각 선원에서 연례행사로 음력 4월 15일에 결제하여
7월 15일에 해제하는 여름안거와 음력 10월 15일에
결제하여 다음해 1월 15일에 해제하는 겨울안거를 통해
각각 9순(旬) 동안 수선정진(精進修禪)을 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우선 선객들이 해제 날이 되기가 무섭게 걸망 보따리를 챙겨 메고
제각기 부산하게 오고가는 것을 쾌활한 운수납자(雲水衲子)의 해제
미풍(美風)으로 삼는 것을 해제로 알고 있으니,
비단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실한 발심선객(發心禪客)이라면 결코 이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돌이켜보건대 견성성불하여 생사대사(生死大事)를 마친 이,
그 누가 있는가?
있다면 몇 분이나 되는가?
각자 누구나 내 자신을
냉정하게 반성하여 과연 참으로 발심이 되었는가가
우선 중대한 문제다.
발심을 못한 사람이 어떻게 중이라 할 수 있으며,
발심을 진실로 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결제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으리오.
비단 승려의 수도과정을 떠나서라도 결제와
해제라는 의의를 응용해석할 수 있다.
인간만사의 모든 일들이 결(結)·해(解) 아님이 없다.
한 인생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바로 결제인 것이며,
한 인생이 살다가 최후의 임종을 맞이하면 이것이
곧 육신의 해제이며,
크고 작건 간에 한 개의 물건을 생산함에 만들어내기
시작할 때가 결제요,
그 물건을 완성한 때가 해제이다.
이런 뜻에서 본다면 선악을 막론하고 승속사회
전체를 합하여 최후의 완성과 목적의 승리가 바로
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선객이 최후의 완성과 목적의
승리가 아직 되어지지 않은 상태,
다시 말해서 성불의 완성인이 되기 전에
있다면 어찌 해제라 할 수 있으리오.
뜻있는 선각자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한
혹자들은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선방에 들어와서
동안거나 하안거 90일 동안을 온갖 망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혼미한 졸음으로 시간을
허송하다가 시은(施恩)만을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
목적도 모르고 아무 소득도 없이 해제를 하면 일
마친 것처럼 좋아하며 팔방으로 떠나가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으며,
한국불교의 선가에 있는 가장 슬픈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선객 모두가 스스로 반성해야 할 일이다.
현제의 나태와 혼미에서 새로운 재출가가 필요하고 때묻은 승려
생활관의 새로운 재각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옛적에 공부하던 큰스님의 행적을 보면 촌음도 생명같이
아껴 썼으며, 하루해가 지게 되면 두 다리를 뻗고 슬피 울면서
“오늘 하루도 헛되이 보냈으니 나의 일을 어찌 하면 좋은가” 라는
깊은 한탄과 경책을 하였다.
어떤 이는 졸음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송곳의 날을 세워 턱밑에 받치고
공부하였으며,
어떤 이는 망상 나는 것을 끊기 위해 바위를 짊어지고
밤새도록 산을 오르내리면서 몸의 습관을 조복받은 이도 있었으며,
어떤 이는 일대사를 마치기 전에는 내 어찌 편안히 누워 잠을
자라하고 등을 땅에 대지 않았다.
이분들은 자기 본분사를 밝히기 전에는 이같은 결행을 풀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성불하기 전에는 누구나 다 해제를 하였다’ 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며 모두가 결제 중인 것이다.
결제와 해제는 어떠한 시간이나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발심한 납자라면 자기 발심을 해야 하며,
가는 곳마다 자기 마음 속 깊이 선방을 차려야 하는 것이다.
부처란 자기 마음으로 지어 얻는 것이거늘
어찌 마음을 떠나 부처를 따로 찾으랴.
이 도리는 앞 부처님과 뒷 부처님이 다만 마음을 찾아
그 마음을 깨달으면 그것이 곧 부처라고 말씀하셨을 뿐이다.
이 마음 말고 따로 부처가 있다면
이것은 부처가 아니라고 천불만불(千佛萬佛)이
다 같이 말씀하셨을 따름이며, 조금도 다른 말씀은 없다.
만약 이 밖에 부처를 구하는 방법이 따로 있다면
천 가지 계교와 만가지 방편이 모두 다 허망한 일이며
자기가 스스로 자기를 속이는 일이 될 것이다.
모든 부처님과 조사들은 이와 같이 똑바로 말씀하셨건만,
중생이 제멋대로 전도(顚倒)되어 자기의 본체가 곧 참 부처인 것을
알지 못하고 밖으로 온갖 짓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곧 자기가 자기를 잊어버리고 부처를 등지는 일일 따름이다.
애달프다! 견성(見性)을 하지 못한 사람이 견성한 체 하는
딱한 사람이 근자에 혹 있다.
이런 사람은 죄 중에서 가장 큰 죄업을 짓는 사람이다.
자기도 속이고 다른 사람도 모두 속여 일체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삿된 함정으로 인도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울 일이랴.
불법의 바른 눈을 갖추지 못하고는 설사 부처님의 친설(親說)을
아무리 설한다 하여도 이는 모두가 악마의 말이요,
이 말을 믿고 따르는 자 모두가 악마의 권속을 면치 못 하리니,
불법에 흑백의 안목을 가리지 못하고 어찌 생사를 면할 수 있으리오.
다시 말해서 각자 자기의 성품을 바로 보아 깨달으면 곧 내가 부처요,
내가 내 성품을 보아 깨닫지 못하였다면 곧 내가 중생인 것이다.
나 말고는 부처가 따로 없고,
부처 말고는 내가 따로 없다.
그러므로 찾는 것이 곧 자기를 찾는 것이요,
자기를 찾는 것이 곧 부처를 찾는 것이다.
부처와 내가 둘이 아님을 깨달아 마칠 때에
비로소 생사대사(生死大事)를 마치는 일이요,
이것이 바로 결제와 해제를 뜻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