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법으로 바라본 호국 보훈
수많은 꽃과 새싹이 생명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봄이 어느덧 지나가고,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게 되는 계절입니다.
푸르른 나뭇잎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생명의 고귀함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
누군가의 역할 덕분에 이렇게 공기 맑고,
시원한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잘 살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는
6월이야말로 모든 존재에 대한 감사와
보훈을 생각해야 하는 필연적인 계절입니다.
이 나라 이 땅에서 우리가 잘 살 수 있도록 지켜준
수많은 호국 영령을 추모하고 감사해야 하는 때입니다.
우리 불자들도 6월을 맞이하여
오늘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게 해준 여러 선조들에 대한 감사와
호국 영령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여름의 시작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입니다.
‘왜, 6월이 호국 보훈의 달일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현충일이 있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 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봅니다.
부처님은
“사람으로 태어나되 좋은 국토에
좋은 시절 인연으로 태어나는
복덕을 지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우리가 좋은 인연,
좋은 국토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요?
그리고 이렇게 잘 살 수 있는 인연을 위해
수많은 호국 영령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요?
우리 주위에는 현실 생활의 굴레에 빠져
조상들의 호국 보훈 정신을 잊은 이가 많습니다.
6월 호국 보훈의 달과 현충일(顯忠日)을 맞으며,
다시 한 번 고귀한 희생과
나라 사랑 정신을 널리 알려야 할 때입니다.
한국 역사를 살펴본다면 수많은 외세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고귀한 희생을 하였습니다.
그들에게도 가정이 있었고 개인의 삶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라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희생했기 때문에
오늘의 국토와 민족문화가 보존되어 전승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땅에 사는 대부분의 후손들과 역사는
뛰어난 공적을 보인 위인만을 조명하고,
이름 없는 대부분의 호국 영령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님들이 나라 지키는 일에 뛰어들어
수많은 전쟁터에서 산화하였습니다.
역사는 이를 승군(僧軍),승병(僧兵)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승병은 삼국시대부터 기록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唐)나라 태종이 고구려를 침입하자,
스님 3만여 명이 승군을 조직해 출전하였다는 내용이
『고려사』「최영전(崔瑩傳)」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불교 교리상 살생을 금지하기 때문에
스님들은 전쟁에 참전할 수 없지만
나라와 힘없는 백성을 위해서
스님들이 기꺼이 나서게 된 것입니다.
그 사사상적 근거는
『금강명경(金剛明經)』,『인왕경(仁王經)』,
『약사경(藥師經)』등의 경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빠지고 백성이 고통에 빠지는 시기에는
승려라도 병사로 출전하는 것을 허용하였던 것입니다.
통일신라시대 이후 호국 신앙과 결부된 한국불교의 승병 활동은
외적 침범이 빈번해지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사명대사를 필두로 한 승군 덕분에
조선은 임진왜란의 국가적 위기를 이겨냈으며,
임진왜란 이후 전국 팔도 각처에 총섭(總攝)을 2인씩 두고
총지휘자로 도총섭(都總攝)을 두도록 하였습니다.
인조 2년(1624년)에는 3년간에 걸쳐 남한산성을 쌓아
국난에 대비하였는데 이때도 승군의 역할이 가장 뛰어나
산성 쌓는 일부터 수비까지 맡게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스님들이 기거할 절이 많이 건립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북한산성의 수비를 위해
11개 사찰을 중건·창건하여 승병을 주둔시키기도 했습니다.
동쪽으로부터 동림사·장경사·망월사·옥정사·
한흥사·남단사개원사·국청사·천주사·영원사 등의 사찰에
350여 명의승군이 주둔하였다는 기록이
『남한지 권3』「불우(佛宇)」조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폐허로 변했으나 한때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스님들이 활동한 호국 도량이었습니다.
경전에 보면 부처님 당시에도 전쟁이 있었습니다.
부처님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단신으로 나선 적이 있습니다.
부처님은 조국 카필라 국을 지키기 위해 나무 밑에 앉아서
조국의 중요성을 적장에게 깨우쳐 주셨습니다.
그 무렵 파사닉 왕은 천명대로 세상을 살다가
마침내 숨을 거두었고 곧 유리태자를 옹립하여 왕을 삼았다.
이때 호고 범지는 왕에게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옛날 석가 족에게 당한 치욕을 기억하소서.”
유리왕이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구나! 과거의 일을 잘 기억하고 있구나.”
유리왕은 갑자기 분노를 일으키며 여러 신하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나라 백성의 주인은 누구냐?”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지금 이 백성을 거느리시는 분은 유리왕이십니다.”
“너희는 속히 수레를 장엄하고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라.
내가 지금 석가 족을 정벌하러 가리라.”
모든 신하가 대답하였다.
“그리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네 종류 군사를 운집시켰다.
유리왕은 네 종류 군사를 거느리고
가비라월(迦毗羅越)로 떠났다.
그때 비구들은 유리왕이 석가족을 치러 온다는 말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이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곧 유리왕이 온다는 길목으로 나아가
가지도 잎사귀도 없는 한 메마른 나무 밑에 가부좌하고 앉으셨다.
유리왕은 세존께서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는,
곧 수레에서 내려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그때 유리왕이 세존께 여쭈었다.
“저 가지와 잎이 무성한 니구류(尼拘留)같은
다른 좋은 나무들도 많이 있는데
하필 이 메마른 나무 밑에 앉아 계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친족의 그늘이 그래도 바깥사람보다 낫다.”
그때 세존께서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친족의 그늘은 시원하여라.석가족이 부처를 내었다네.
저들이 모두 내 가지와 잎이니
그러므로 이런 나무아래 앉아 있다네.
이때 유리왕은
‘오늘 세존께서는 일부러 친족을 위해 이러시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본국으로 돌아가자.
저 가비라월을 정벌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였다.
유리왕은 곧 사위성으로 돌아갔다.
『증일아함경 26』「등견품」
위의 경전에 나오는 내용처럼 전쟁을 하지 않고,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지혜와 방법이 있다면
최고의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는 시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끊임없는 인간의 욕망이 전쟁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항상 힘없는 일반 백성의 몫입니다.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본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도
부처님과 같은 심정으로 외침으로부터 백성을 지킨 것입니다.
이처럼 승병의 의미는
살생유택보다는 백성을 구하려는 애민섭수
자비심이 먼저 일어나서 가능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누가 자신의 몸을 사르면서
나라 지키는 일에 앞장설까 생각해 봅니다.
수많은 호국 영령이 존재하였기에
오늘의 우리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조국이 없고서야 어떤 가치도 존재할 수 없음을
부처님께서 일깨워준『증일아함경』의 가르침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에 정복되어 수많은 백성이
목숨을 잃고 고통에 빠지는 모습들을 우리는 보아왔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그러한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으로 볼 때
호국 보훈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
바로 연기법을 잘 알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일이 현재의 일에 영향을 미치고
또한 미래의 일을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선조의 희생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의 삶은 존재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시대나 그 시대를 사는 세대들은
과거 역사에 있었던 희생과 역경 극복을 잘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지난날 선조의 고귀한 정신을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행복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연기법으로 살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