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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春, 봄을 맞이하여
동지(冬至)가 지나고 나면 음의 기운을 지니던 대지가
양의 기운을 갖기 시작하며 모든 사물이 왕성히 생동하기 시작합니다.
해가 바뀌고 첫 번째 드는 절기가 바로 입춘입니다.
2월 4일 혹은 5일이 대게 입춘일인데,
양력으로는 새해 무자년이지만 음력으로는 정해년이예요.
그래서 어떤 이들은 동지를 새해로, 혹은 입춘을 새해로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주역을 하는 역경파들은 음양으로 따지면
동짓날부터 양(陽)의 기운이 길어지기 때문에 동지부터 새해라고 하구요.
명리학 관점으론 날씨가 따뜻해지는 입춘부터 새해라고 하는 겁니다.
새해를 언제부터로 봐야 하는가 하는 관점은 바로 시간의 문제이죠.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잎이 떨어지듯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시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시간이란 개념은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 관점으로 말하려면
공간개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간 개념의 도입이 필요해요.
변화가 있는 경우는 과거, 현재, 미래로 구별하니까 시간이란 것은
두 사건 사이의 시간상의 간격을 말하는 겁니다.
공간과 달리 시간은 거꾸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시간 측정은 반복 현상을 이용하여 수행합니다.
시계는 해당 주기를 단위 시간으로 측정합니다.
60초를 1분으로, 60분을 1시간으로, 다시 24시간을 하루로,
365일을 1년으로 말입니다.
연/월/일이란 지구와 달의 주기적 운행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단위시간입니다.
우리들은 오래 전부터 이들 단위시간을 측정하여 다양한 역법을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천문학적으로 1태양년은 춘분부터 다음 춘분까지의 기간입니다.
천체의 운동이 일정하지 않은 까닭에
가장 정밀한 표준시계인 원자시계로 구한 시간과는 달라서
윤초(閏秒)를 도입하여 원자시계의 시간을
전체 운동의 시간에 맞추어 사용하는 것입니다.
혹시 생각해 보셨어요?
시간의 시작은 어디인가, 불교철학과 가장 근접한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은 시공간으로 결합되어 있으니,
시간의 시작은 공간의 존재로부터 출발하니까 우주의 탄생과 더불어
시간은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의한 한 해나 하루의 시자의 시작점은 어디일까요?
달력, 그레고리력은 특별한 의미 없이 1월 1일을 기준점으로 잡고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아까 말한 동지나 입춘으로 한 해의 시작점을 잡고 있죠.
하루의 시작도 어둠이 깊은 자시를 기준점으로 잡아 날짜를 구분합니다.
역법(천문학)에서는 한 여름이나 한낮을 기준점으로 잡지 않습니다.
사회, 경제활동이 많이 않아 변경이 쉬운 일자나 시각을 기준점으로 삼아
변경하는 것이 실용적이기 때문이지요.
불교에서 말하는 시간관
여러분들 요즘 들어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는 생각이 들지요?
정확한 시간의 측정을 통해서 보다 빠른 통신을 사용하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요?
과거 농경사회나 산업화 사회와 달리 현재의 정보화 사회는
그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져 있습니다.
동일한 물리적 시간 동안 사회의 변화가 과거에 비해 빠르다는 것은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인 시간이 빠르다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오래 편하게 살기 위해서
이렇게 멋진 정보화 사회를 만들었는데
결국엔 가장 빠른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심리적으로 이렇게 빠른 시간의 흐름속에서 여유를 찾지 못한 채
삶이 지나다 보니 어느새 한 해가 가고 다시 새로운 해가 돌아온 것입니다.
불교에서의 시간의 개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우리들이 독송하는 「법성계」에 아주 잘 나와있습니다.
다함께 「법성계」한 편 독송해 볼까요?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 무량원겁즉일념
일념즉시무량겁 구세십세호상즉 잉불잡란격별성
한 티끌 그 가운데 시방세계 머금었고
일체의 티끌 속도 또한 다시 그러해라
한이 없이 머나먼 무량겁이 일념이요
일념이 한이 없는 먼나먼 겁이어라
구세도 십세도 서로서로 즉했으니
그러므로 잡란없이 따로따로 이루어라 (광덕스님 번역)
잘하셨습니다.
『화엄경』의 사상을 가장 간략하게 표현한 이 의상대사의
「법성계」는 불교적 시간관을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일념즉시무량겁’이며 ‘구세십세호상즉’은
일념과 무량겁은 극소와 극대의 상반되는 세계이지만
둘이 아닌 하나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9세(九世)란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세분한 것입니다.
즉 과거를 과거의 과거.현재.미래로 나누어 3세,
현재를 과거.현재.미래로 구분하여 또 3세,
그리고 미래를 과거.현재.미래로 나누어 3세,
모두 합하여 현실계의 시간을 9세로 보고
이것을 인식하여 깨닫는 일념이 더하여
10세가 되면 서로 맞닿아 하나가 된다는 것입니다.
넓은 우주(매크로 코스모스)와 작은 세계(마이크로 코스모스)는 하나입니다.
작은 세계가 사라져 없어지면 우리 눈에 보이는 이 커다란 우주로 사라집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시간과 공간 안에 있습니다.
우리들도 시간과 공간 안에 있습니다.
나도 시간과 공간 안에서 서 있습니다.
눈을 감고 생각해보세요.
우주에 서 있는 나를, 그리고 과거와 미래로 이어지는 아득한 시간들,
상화좌우로 뻗어 나가는 아득한 공간들을 생각하면
내가 앉아 있는 법당이 이 자리가 시간과 공간의 중심입니다.
그 주인공은 당연히 내가 되는 것입니다.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을 일즉다 다즉일이라 하는데,
이 하루가 중중무진의 시간을 담는 것입니다.
하루가 한 달이고 한 달이 일년이니
하루가 전체이고 전체는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이지요.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지 않으면 우리는 평생을 못사는 것이니
지금 못하면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으니 서둘지 말자고 하는 생각은
불교인의 자세가 아닙니다.
불자는 반드시 오늘 이 순간을, 찰나를 잘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잘 세워야 잘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누구나 합니다.
새해가 밝아옴과 동시에 일 년의 계획이 마구 생겨나잖아요?
하지만 항상 마음이라는 것이 잘 변하기 때문에 작심삼일이 되고 말지요.
초발심시변정각, 목표를 정하고 처음 하고자 했던 생각이
세월이 지나 지금 이 순간까지 변하지 않았다면
바로 성취된 것이라는 말입니다.
매순간 그 목표를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참 쉬운데 유혹을 만날 때마다
매번 어렵기만 한 것은 나약해서 일거예요.
그 나약한 마음을 강하게 하고 싶지요.
그래서 모든 것들을 다 이루고 싶은 것이 여러분들의 소원일 테니까요.
부처님께 꽃을 바친 정신공주
부처님 당시에 코살라국 파사익왕과 말리부인이 있었습니다.
파사익은 부처님과 생년월일이 같았고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실 때
왕위에 오른 분으로 훗날 부처님께 구의하여 진실한 불자가 된 분입니다.
여러분 잘 아시는 승만부인과 기수급고독원의 제타태자가 파사익왕의 자녀들입니다.
또 파사익왕에게는 정신이라는 어린 딸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여서 왕과 왕비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보고 싶어하는 공주님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사춘기가 찾아왔어요,
모든 사람들은 다 자기를 사랑해 주는데
정작 자신은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들이 밉고
어떤 때는 사람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지는 이런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왜,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대하는 마음이 자꾸만 사라지는 걸까?’
그런 혼란에 빨진 자기 자신이 싫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자기를 너무 믿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현재의 자기 모습을 보이기가 싫어 아무에게도 맘을 열지 않고 고민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고민에 빠지면 어떻게 해결하나 살펴보니,
모두들 부처님을 찾아가서 가르침을 받고 깨달음을 얻어 오는 것을 봤습니다.
정신공주는 자기도 존귀하신 부처님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백 명의 소녀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황금빛 자스민꽃을 가지고
사위성을 나와 기타림으로 갔습니다.
부처님 앞에 이르러서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 앞에 합장하고 서서
어린 소녀들과 함께 합창을 했습니다.
“복과 선과 청정한 업을 오래 쌓아 다함없는 공덕의 바다를 채우고
중생들에게 즐거이 기쁘게 하시니 저희는 조귀하신 부처님께 머리조아립니다!
항상 부처님을 다라 배우고 지혜롭게 용맹정진하고 싶습니다.
자비로써 중생을 이롭게 하는 그런 올바른 수행을 저희들에게 가르쳐 주옵소서!
어떻게 하면 마음이 강건하여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땅과 허공 같고 바람과 물과 같이 자유롭고 당당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미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을 멀리 여의고
깨끗한 뜻으로 정직하면서 어첨하지 않으며
6바라밀을 수행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견고한 힘을 얻어서 아름답게 살고 싶은
내 마음이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며,
어떻게 하면 평등한 법을 얻게 되고,
어떻게 하면 모든 중생들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습니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간절히 바라옵건대 바른 길을 저를 위해 널리 말씀하여 주소서!?
쉴새없이 종알종알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하고 질문해서는
정신공주를 웃으면서 바라보던 부처님은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찬찬히 답을 하십니다.
“뜻하고 좋아함이 용맹스러우면 모든 아첨과 속임수를 여의며
항상 순수하고 정직한 일을 행하면서 바르게 깨달음에 나아간단다.
훌륭하게 아는 힘으로써 많은 악을 멀리 여의며
순수하게 착한 행동을 계속하면 바른 노력에 이른단다.
깨끗하게 믿는 힘 때문에 업보를 분명하게 알면
부처님의 지혜를 믿어 세간 중생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단다.
인자한 마음의 갑옷을 굳게 입고 모든 것을 가엾이 여기며
평등한 마음에 편안히 머무르면 미움이나 사랑이 생기지 않으니라.
지혜 있는 사람은 이익을 행하여 항상 다른 이에게 안락을 베풀며
이로움을 얻어도 않고 업신여김을 받더라도 남을 원망하지 않느니라.
항상 계율을 지키고, 인욕으로 성내는 마음을 다스리고,
정진으로 게으른 마음 다스리면서 다른 이의 허물을 말하지 말고,
열심히 삼보께 귀의하고 청정한 행을 하여
모든 사람들을 교화시키고 불상을 조성하여
연꽃자리에 모시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고,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중생의 고통을 없애 주려 한다면
반드시 부처님의 연화대 앞에 태어나게 된단다.“
이 말을 들은 정신공주님과 500동녀들은 너무 기뻐서
부처님께 달려가 들고 있던 자스민꽃을 뿌렸습니다.
하늘에 아름다운 꽃비가 내리는듯했어요.
부처님은 이들을 위해 신통력으로 꽃들이 공중에서 멈춰 있게 했어요.
꽃들은 갑자기 아름다운 보석들과 아름다운 궁전과
나무와 새들로 변하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자 정신공주와 500명의 동녀들은 탄성을 지르며 너무 좋아했지요.
그들은 모두 부처님께 오늘 들려주신 이 가르침과 멋진 광경들을 잊지 않고
세세생생 가르침을 따라 수행할 것을 맹세하고 떠났습니다.
그들이 떠난 뒤에도 부처님은 환한 미소를 거두지 않고 있자
아난이 왜 아직도 웃고 계시냐고 묻자.
부처님께서 아난을 돌아보면서 이렇게 말씀하시죠.
“너는 저 정신동녀와 아이들을 보고 있었느냐?
참 예쁘고 사랑스럽구나. 저 아이들은 이제 이 세상에서 수명이 다하면
도솔천에 태어나 미륵부처님 회상에서 수행하다
팔만 사천억 나유타 겁을 지나 전광세계에서 부처님이 될 이니
그 이름이 광명장엄왕이란다.
500명의 동녀들은 그 때 그 부처님을 따르는 수많은 대중 가운데
으뜸가는 우두머리가 되어 동생들을 교화하게 될 것이다.
마치 지금 우리 육십 명의 보살들 가운데 문수사리가 으뜸인 것처럼 말이다.”
겨우 열 살 남짓한 아이도 부처님에게 가르침을 묻고
훗날 부처가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오늘 입춘일을 맞이하여
불교의 시간관을 통해 무엇을 인생의 목표로 정하고
그 목표를 흔들리는 유혹 속에서 항상 변함없이 간직하고
살아갈 것인지를 살펴보셔만 합니다.
여러분들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재산의 증식, 가문의 영광, 자녀의 학업성취,
건강한 몸, 장수하는 것 등 여러 가지로 정하셨나요?
게다가 오늘은 삼재자들이 부처님 앞에서 재앙이 소멸되고
즐거움만이 있기를 바라는 민간의 삼재풀이 기도를 법당에서 울리는 날이죠?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의 고통들을 견딜 수 있는 용기 있는 힘을 주십사
부처님께 기도하면서 밝은 미래를 원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그냥 되는 것은 없습니다.
고통을 견딜 수 있는 힘을 가지려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합니다.
정신공주에게 부처님께서 일러주셨지요.
청정한마음으로 삼보를 믿고 미운 사람,
좋은 사람 편 가르지 말고 모든 이들에게 안락함을 줄 수 있도록
항상 보시하라고 그렇게 한다면 모든 것들을 성취하게 된다고 하셨어요.
입춘에 공덕을 쌓으면 한 해의 액을 면한다
입춘일의 전래행사 중에 입춘 적선 공덕행이란 풍습이 있어요.
입춘 전날 저녁에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일을 꼭 해야
연중 액을 면한다는 전석공덕입니다.
이를테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가서 징검다리를 놓는다든지,
가파른 고갯길을 깍아 놓는다든지,
다리 밑 동냥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다든지,
행려병자가 누원 있는 원 문전에 약탕 끓여 놓고 온다든지 하는 것 말입니다.
상엿소리 한 대목 들어보실래요.
무진법문처럼 가슴속에 스며들어옵니다.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헐벗은 이 옷 주어 구난공덕하였는가.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하였는가
부처님께 공양드려 염불공덕하였는가
이런 착한 일들을 해야 우리들의 앞날에 장애가 사라지고
몸든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서울 청계천에 밤에 가보면 루체비스타라고 하는 조명 등이
엄청나게 눈부시게 설치되어져 있고 그 근방에 있는 고층 빌딩은
전면에 네온사인으로 빛을 발하고 있어
너무나 부유하고 바라 보는 이들이 다 그 순간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 근처 지하철 역사에는 종이 판자에 몸을 덮고 자는 노숙자들이 있습니다.
즐겁게 노는 문화가 빛을 발하고 있고
그 그림자 뒤에 저들의 인생이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저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발견하고 보살펴 주는
그런 나누는 삶을 살아간다면
여러분 모두 최고의 입춘불공에 동참하신 것이 되는 것입니다.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바로 일체중생을 어여삐 여기는 보살의 삶으로
자신의 삶을 전환해야 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런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내가 남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내가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또한 어려운 일만도 아닙니다.
보시를 행하면서 되돌려 받으려는 생각만 없다면
평등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니까요.
오늘은 봄이 오는 입춘입니다.
우리가 입춘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웠다면
오늘 받아가시는 입춘축이란 것은 무엇인지 알고 받아다 붙이셔야 합니다.
입춘축은 여염집에서 사용하고 궁에서는 춘첩자로 불렸다.
오늘도 여러분에게 나누어 드릴 이 <입춘대길>은
지금은 이렇게 인쇄가 되어 있지만 예전엔 가정에서 가장 어린 아이,
이제 막 글을 뗀 아이가 정성을 다해 붓글씨로 써서
대문에 붙여 놓고 은근히 자식 자랑하던 풍습입니다.
추사 김정희는 일곱 살 때 입춘첩을 싸서 대문에 붙였다,
번암 채제공이 지나가다가 이것을 보고 들어와 누구 집이냐고 물으니,
참판 김노경의 집이라 한다. 참판은 추사의 아버지이다.
본래 채제공과 김노겸 집안은 세혐(남인과 소론의 질시)이 있어서
만나지 않는 사이였다.
그런데도 특별히 방문하니 김노경이 크게 놀라
“각하 어이해서 소인의 집을 찾아 주셨습니까.” 하니
채제공이 말하길 “대문에 붙인 글씨는 누가 쓴 것이오.”
노경이 우리 집 아이의 글씨라고 대답하자,
채제공이 말하기를 “이 아이는 필시 명필로서
이름을 한 세상에 떨칠 것이오.“
강효석의 -대동기문-에서
사대부 집에서는 흔히 입춘축을 새로 지어 붙이거나
옛날 사람들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 썼고
서민들도 새 봄을 맞이한다는 각오로 입춘축을 써서 붙이는 풍습이 있습니다.
우리가 세시풍속을 모두 지킨다는 것은 어려우나
입춘축 붙이는 일은, 한 해를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기원을 담은 행사이기 때문에
행하면 좋을 것 같고 자녀교육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입춘축 몇 가지를 살펴보자면,
입춘대실 건양다경
입춘에 크게 길하니 국가에 경사 많으리라.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많은 복이 들어온다.
물론 많으나 이 두 가지를 보면
얼마나 소극적으로 입춘을 맞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온다니! 유치합니다.
여러분들은 절에서 이 입춘축을 드리고
그 의미를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대신하니
가장 뛰어난 입춘을 맞이하는 분들입니다.
건양다경은 1896년 1월 고종이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이라 고치고
황제라 칭하면서 우리나라의 연호를 건양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2월에 입춘이 되자 연호를 넣어 입춘첩을 내리신 것입니다.
연호가 바뀌기 전까지 사용해야 하지만 관용적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불자여러분, 삼재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자비심으로 적선공덕행을 부자가 된 다음에 하시지 마시고
지금 이 순간 그들을 위해서 보시하시기 바랍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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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8-02-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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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