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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믿음과 우직한 실천
이제 동안거 제일입니다.
앞으로 90일 간 여러분이 어떻게 정진할지는 각자 자기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잘하면 아주 크게 차원이 높아지고 생각 없이 지내면
3개월은 금세 가버립니다.
모든 일은 항상 마음먹기에 달렸는데
그 마음이 마음대로 안 먹어지니까 그게 큰 문제입니다.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위대하고 광대한지
여러분은 아직 잘 믿어지지 않을 겁니다.
체험을 해봐야 그것을 확연히 믿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체험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그것이 체험을 해도 확연히 믿어지지는 않습니다.
항상 의혹이 따르고 믿음이 약해지지 마련입니다.
끝없이 체험하고 깨닫고 또 깨닫고 나서
나중에는 깨달음조차 다 없어질 때까지 넘어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공부는 성실하고, 꾸준하고, 지극한 그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이 마음으로 원을 한번 세워 보세요.
이 공부에 제대로 투자해 보시라는 겁니다.
지극한 믿음과 우직한 실천
여러분은 항상 공부를 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진심으로 뼈아프게 생각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공부가 안 되는 것이지,
진리가, 부처님 법이 어려운 것이어서 공부를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진리가 어려운 것이라면 머리 좋은 사람들만 하고,
젊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겠죠.
그러니 두 가지만 알고 실천하면 됩니다.
첫째는 자신이 본래 부처라는 사실을 무조건 믿으라는 것이고,
둘째는 그대로 부처답게 살라는 것입니다.
부처라는 사실을 확연히 믿고 부처같이 사십시오.
부처같이 사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입니까?
전부를 둘 아니게 하나로 보는 겁니다.
둘 아니게 전부 합쳐서 보는 이 작업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자기 중생심에서 탐내고 화내는 어리석은 마음이 올라오면
올라오는 대로 다 행동해 버리고,
업식에 따라 끌려가 버리면 공부가 안 되는 겁니다.
자기 안에 있는 종자, 본래 부처인 주인공을 그냥 믿으십시오.
그걸 믿으면 밖의 일체제불과 통해 있는 이것을 알 것입니다.
왜 일체제불과 통해 있는 자기 주인공을 자기 마음대로 못 쓸까요?
못 믿으니까 못 쓰는 것입니다. 자기 자성을 참으로 믿고
거기에 의지하면 일체제불을 의지하는 것과 꼭 같습니다.
일체제불과 자기 자성이 둘이 아닙니다.
신(信)! 그 믿음이 흔들려 버리니까 공부 전체가 흔들려 버리는 겁니다.
바닥부터 흔들려서 게으르고 정진도 안 하고
업식이 나오면 끌려가 버리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끌려 다닐 참입니까?
참으로 믿으면 믿는 대로 될 것입니다. 좀 철저히 믿으십시오.
믿는 것이 어중간하니까 뭐든지 되는 게 없습니다.
무엇이 되려고 하다가도 흐지부지하게 되고 원력을 세워도
하나도 이루어지는 게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좌절하고 신심도 떨어지고, 신심이 떨어지면
공부도 잘 안 하게 되고 그냥 그렇게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3개월 동안 푹 죽어 보세요.
푹 죽으면 확 살아날 일이 있을 겁니다.
자기가 죽어야 진짜 자기가 드러날 것 아닙니까
자기 업식대로 다 하면서 공부한답시고 왔다갔다만 하고 있으니
공부가 진척이 없고, 한번 씩 체험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다시 본래 미혹한 그대로입니다.
부처님의 제자는 누구입니까?
부처님의 뜻을 따라 조금이라도 실천하려는 사람이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우리들이 그분의 분신입니다. 분신이라면 본래 부처기 때문에
또 다른 모습이라 이겁니다. 그분과 우리는 둘이 아닙니다.
하나입니다. 그분이 따로 있고 우리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법문 하나를 들었으면 그 하나를 지극하게
생활 속에서 적용해 보려고 하고 조그만 경계 속에서 실천하면서
경계를 넘어가 보려고 해보십시오.
이와 같은 우직한 맛이 있어야 샘물처럼
샘솟는 생동감 있는 공부 길을 가게 되는 것입니다.
실천하지도 않고 믿지도 않는데 어떻게 새로운 맛이 솟아 나오겠습니까?
실천하지 않으면서 샘물을 맛보려고만 하는 사람은
봄에 파종하지 않고 가을에 왜 이렇게 곡식이 없나 하는 분과 똑같습니다.
봄에 아무것도 파종하지 않고 김도 안 매고
결국 먹을 것이 없어서 매일 얻으러만 다니는 것입니다.
이절 저 절 다니면서 “관세음보살님! 이것 좀 해주세요,
지장보살님! 저것 좀 해주세요. 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마음 내는 대로 돌아오는 부처님 과학
다른 누가 해주는 게 아닙니다.
자기가 김매고 추수해서 밥을 지어 자기 입으로 들어가듯이,
무슨 일이든 자기가 하고 자기가 받는 것입니다.
도량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절은 어는 누구의 것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 소유입니다.
여러분이 십시일반(十匙一飯) 내는 것으로
이 도량이 유지돼서 수행하러 오는 분들이 있는 것이지,
공부하러 오는 여러분이 없다면 이 도량이 있어도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공부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자기가 마음을 내고
그것이 정확하게 자기에게 돌아오는 도리를 실감나게 알게 될 것입니다.
마음을 내면 돌아오는 게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지를 알게 되는 겁니다.
이게 바로 과학입니다. 이렇게 좋은 부처님 법을 일상에서
여러분이 체득하고 그것을 모든 사람에게 전달해서
모두 행복하게 살면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면 그 자리가 불국정토(佛國淨土)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를 떠나서 따로 불국정토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아미타불’을 염해야 불국정토로 간다고 하는데
그게 말로 외워야 가는 게 아닙니다.
‘나무’는 귀의(歸依)한다는 뜻으로,
‘나무아미타불’은 아미타부처님에게 귀의한다는 것입니다.
‘아미타부처님’은 무엇인가요? 영원한 밝음,
무량수(無量壽), 무량광(無量光)을 이야기합니다.
그게 바로 자기 자성부처님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기 자성부처에 어떻게 귀의할까요?
그것은 한 살배기 어린애가 부모를 믿듯이 무조건 의지하는 것입니다.
따지지 말고 무조건 의지하는 겁니다.
이유가 붙으면 그건 무조건이 아닙니다.
한 살배기 어린애가 부모 손 위에서 뛰면서 놀 때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나요?
공중에 떴다가 떨어지는데도 왜 무서워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믿는다는 생각 이전에 천연적으로
부모에 대한 절대적인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겁니다.
이것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자기 자성부처를 그렇게 믿어야 합니다.
철두철미한 믿음, 불가사의한 힘
그렇게 한 삼 개월 동안을 지내보세요.
여러분의 업식이 거의 다 바뀌어 버립니다.
철두철미하게 집중해서 정진하는 기간을 안거라고 정해 놓은 것입니다.
집중 정진 기간에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기 자성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밖으로도 행을 잘해야 합니다.
예전에 이런 얘기가 있었어요.
어떤 노스님이 계셨는데 동자승 하나를 데리고 있었대요.
그런데 그 동자승이 천진난만하고 아무것도 몰라서
노스님이 얘기하면 무조건 100% 믿었습니다.
하루는 노스님이 장독대에 가서 항아리를 뒤집어 놓으라고 했습니다.
엎어놓으라는 것인데 동자승은 항아리를 버선 뒤집어 놓듯이
뒤집어 놓으라는 줄 알고 가서 정말로 다 뒤집어 놓았답니다.
양말 뒤집어 놓듯이 뒤집어 놨거든요.
노스님은 항아리를 엎어 놓으라고 한 것인데 잘못 알아들은 것이지요.
노스님이 장독대에 가서 뒤집어진 항아리를 보고는
거기서 노스님이 충격을 탁 받은 겁니다.
허공에 티끌만한 의심이 없다면 못하는 게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입니다.
그 동자승은 완전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노스님이 뒤집어 놓으라니까 딱 뒤집어 놓은 거예요.
그것이 믿음입니다. 노스님은 자기가 60, 70년 동안
마음공부를 한답시고 했는데 이와 같은 믿음이 있었더냐 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것입니다.
자기는 믿는다 하면서도 정작은 안 믿었던 것을 말입니다.
노스님은 밖으로 나가면서 동자승에게 나갔다 올테니
항아리를 다시 뒤집어 놓으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동자승이 또 뒤집어 놔 버렸습니다. 그와 같이 믿는 것입니다.
이런 뜻이 부처님 경전에도 나옵니다.
부처님이 큰 강 건너편에서 지나가는 제자를 보고
손을 흔들면서 오라고 했더니 그 사람이 부처님을 보고 좋아서
물 위로 건너 왔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저기 둑으로 돌아서 오라고 손짓을 한 것인데
그 사람은 그냥 부처님을 보고 좋아서
그냥 강위로 오라는 줄 알고 그 깊은 강을 평지 걷듯이
저벅저벅 걸어서 와 버린 것입니다.
곁에 있던 제자들이 놀라서 저 사람은 신통을 배운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저럴 수 있냐고 물었더니,
하늘에 티끌만한 의심도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이것이 동자승이 항아리를 뒤집어 놓는 것과 똑같은 소리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믿습니까?
믿음이 이쯤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기를 끌고 다니는 영원한 자기 뿌리를 무조건 100% 믿으셔야 합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자기 자성부처를 믿고
팥으로 메주를 쑤면 그냥 팥이 메주가 됩니다.
나뭇잎이나 열매가 자기 뿌리를 무조건 믿듯이 그냥 믿으십시오.
바깥에 있는 어떤 대상을 믿으라고 하면
그건 굉장히 의심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아무리 신통자재한 사람이라도 심사숙고할 일입니다.
하지만 자기를 존재하게 하는 자기 뿌리인 주인공을 믿으라고 하면
그것은 무조건 믿어야지 따질 일이 아닙니다.
직관과 논리가 사실은 둘이 아닙니다.
머리를 써서 따지는 것보다는 직관적인 것이
오히려 더 틈이 없이 세밀하고 완전한 논리가 됩니다.
그렇게 믿으면 자유자재하게 됩니다.
꾸준히 임하며 애쓰는 정진의 힘
그런데 지금 이 말을 들을 때는
‘아, 그렇구나!’ 하고 믿지만 조금 지나면 마음이 해이해져서,
지금 우뚝 세워졌던 믿음이 핫바지에서 방구바람 빠지듯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래서 공부하는 시간을 정해서 해야 됩니다.
지금 이 마음이 항상 유지되면 공부하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알고 가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마음이 요동을 칩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그래서 날마다 하루 한 번 시간을 정해 조용히 있다 가십시오.
혼자 집에서 하면 그게 생각처럼 잘 안 됩니다.
마음이 지금 마음이나 집에 있는 마음이나 똑같은 마음인데 묘하게 다릅니다.
마음이 어디에 있다는 생각에 영향을 받나 봅니다.
그래서 사람이 악한 곳에서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악하게 물들어 있고 선한 곳에서 살면 선한 곳에 물들어 있고,
도(道)를 공부하는 곳에 자주 머무르면
그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물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지극하고 성실하고 꾸준한 마음을 가지고
삼 개월 동안 열심히 정진해 보십시오.
그러면 여러분도 그 힘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믿음이 얻어지는 듯하지만 조금 있으면
스러져 버려서 미꾸라지 빠져나가듯 빠져나갑니다.
처음에는 분명히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손을 펴면 그와 같은 것입니다.
이 공부를 하다 보면 무수히 체험을 하게 되지만
그 믿음이 항상 하질 않습니다.
그래서 날마다 끊임없이 쉬지 않고 정진하셔야 합니다.
동중선(動中禪)과 정중선(靜中禪)
동안거 수칙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동중선(動中禪)으로 ‘생활에서 끊임없이 일궈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땅에 물을 촉촉이 줘서 부드럽게 만드는 것과
같이 생활에서 자성(自性)에 놓고 둘 아니게 탐 ․ 진 ․ 치를 관찰해 가는 겁니다.
여러분 마음의 땅에 보리의 싹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땅에 물을 촉촉이 주고 쇠스랑으로 잘 일궈서
땅이 부들부들해지면 땅에서 싹이 올라오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마음의 땅이 척박하고 꽝꽝 얼어붙어 있으면 싹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생활 속에서 끝없이 마음 밭을 일궈야 합니다.
마음 밭이 어디 있냐면 마음 나오는 것이 전부 마음 밭입니다.
생활이 밭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생활 속에서 마음을 상상 부드럽게 내면서
선한 마음을 먹고 물을 풍족히 주는 것과 같이
탐.진.치를 자기 성품 근본 자리에서 하는 것임을 믿고
그 자리에 맡겨 놓는 게 마음 밭을 잘 가꾸는 겁니다.
둘째는 정중선(靜中禪)으로 ‘하루에 30분이라도
간절하게 화두(話頭)로써 찾아 들어가라’는 것입니다.
좌선(坐禪)할 때 늘어져서 멍하니 앉아 있지 말고
앉아 있는 30분 동안 간절하게 화두를 하나 들어서
자기 자신을 찾아 들어가야 합니다.
안거 기간에 항상 화두를 들고 간절하게 자신을 찾아 들어가고,
평소에는 항상 탐 ․ 진 ․ 치를 거두며 삼독을 스스로 없애야 합니다.
여러분이 3개월만 그 작업을 열심히 하면
그 뒤에는 몸에 익숙해져서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하게 됩니다.
안거 기간에는 일부러라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해야 합니다.
생활에서 이들 중 어느 것 하나의 공부만 능사로 삼지 말고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 공부가 잘 되는 것입니다.
삶이 온통 참선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버릇을 끝없이 가지십시오.
머리로 듣지 말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면 이게 참선이거든요.
이런 버릇을 들이세요. 항상 어떤 얘기를 하고 어떤 정계를 보든,
마음으로 듣고 보고 말하고 마음으로 새겨 버릇하시고
그것을 능숙하게 하십시오.
하려고 애쓰다 보면 어느 때 눈빛이 깊어지고 무거워지게 됩니다.
이 공부는 참으로 낮아지는 것입니다.
공부가 잘 됐는가, 잘 굴리고 가는 가 판단하는 것은
그 사람의 행에서 모두 드러나게 됩니다.
작용 속에서 점점 깊어지고 점점 낮아지고 점점 들어가면
저 사람은 공부가 깊어지고 잘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 잘난 척하고 말로 하고 상대를 이기려고 하고
후배를 누르려고 하면 공부의 ‘공’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판별점입니다. 판단은 다른 게 없어요.
공부가 잘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그 점검은 모든 작용 속에서 역력히 드러나 버립니다.
항상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도 솔선수범해서 하고,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해 보십시오.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능숙하게 못하더라도
하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울력을 해도 솔선수범해서 하려고 하고 울력할 때
‘나를 왜 이렇게 빼먹었어요, 나도 공덕을 짓게 부르지 그랬어요’ 하고
오히려 서운한 듯이 얘기하면 말 속에 벌써 딱 드러나 버리잖아요.
이것이 바로 공부 점검입니다.
동안거를 잘 마쳐서 ‘참 잘했다’
이렇게 스스로 마음에 들게 한 번쯤 해 보십시오.
공부 잘하는 것은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날마다 와서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우리 다 같이 열심히 정진하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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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7-11-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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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