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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장면 1.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
유치원 때부터 왕따를 당했다는 승희는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신감이 없고 소심한 초등학생이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많은 아이들의 부모님과 달리 승희의 부모님은 미술치료,
가족 상담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다.
그런데도 문제는 반복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
“너 참 이쁘다. 키고 크고...”
이런 말을 하면 보통의 아이들은 활짝 웃거나 부끄러워 한다.
그러나 승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상담을 하고 싶다고 했다던데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
“친구들이 나를 모두 싫어하고 미워해요.”
“너희 반 친구들 모두?”
“네.”
“그걸 어떻게 알아?”
“애들이 날 놀리거든요.”
“모두?”
“네.. 그런 거 같아요.”
…중략…
“유치원때부터 왕따를 다아했다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말씀드렸니?“
“엄마는 밤에 일나가시고 아빠는 새벽에 일 나가셔서 말씀 안 드려요.”
“그렇구나. 그래도 네가 힘들면 부모님이 도와줄 수 있을 텐데….”
“지난번에 말씀드렸는데 많이 속상해하셔서 이젠 안 해요.”
승희는 모든 아이들이 자신을 왕따시킨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며,
부모님이 자신 때문에 힘들어 한다면서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었다.
승희와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것은
모든 아이들에게 왕따 당하지는 않는다는 것과
잘 대해주는 친구들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승희는 자신이 왕따를 당하고 있으며,
모든 친구들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보기에 이 생각은 자신이 착각이고 피해의식이지만
본인에게는 경험에 근거한 진리였다.
부처님과 관련된 일화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장님에게 코끼리를 만지게 한 뒤 설명을 하라고 했을 때
다리를 만진 사람은 둥근 기둥 같다고 말하고,
코를 만진 사람은 구멍이 있는 가늘고 긴 것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승희도 그랬다. 자신이 경험한 세계가 전부고 진실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들도 자신의 관점과 세상을 토대로
사물이나 사건을 판단한다.
그리고 그것이 진리며 사실이라고 확신한다.
상담을 할 때도 이러한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데
이럴 때는 자신의 관점을 스스로 점검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아이들이 너를 왕따 시키니?”
“네”
“너를 놀리지 않는 친구들은 없니?”
“음. 있어요. ○○, XX"
“그래? 그러면 모든 친구들이 널 왕따시키는 거니?
널 왕따시키는 아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는 거니?“
“날 왕따시키는 애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애도 있어요.”
“모든 아이들이 널 왕따시키는 건 아니네.
모든 아이들이 널 싫어하니? 널 싫어하는 애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애도 있니?“
“날 싫어하는 애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애도 있어요.”
“그렇게 말하니까 어떠니”
“모든 아이들이 날 싫어한다는 것보다는 편해요.”
승희가 조금씩 자신의 생각에 여유를 가지게 될 무렵,
“너는 내 말을 잘 이해하고 솔직하게 잘 말한다.”고 칭찬을 하였다.
그랬더니 ‘정말 그럴까?“하는 의심이 든다고 하였다.
“집에서도 칭찬을 받아 본 적이없니?”라고 물었더니 없단다.
그래서 가족 관계를 탐색하고 싶어서 가족화를 그리게 하였다
승희는 함께 활동한 것이 dqjt다면서 그리기를 거부하다가 밥먹는 장면을 그렸다.
그림에 아버지는 없었으며 각자 밥을 먹고 있었고 얼굴표정은 없었다.
그림에 대한 자신감이 없음을 감안하더라도
가족 관계에서 유대감이나 소속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스스로 그린 그림을 보고 삭막하고 썰렁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면서도
부모님은 자신에게 관심이 많다고 하였다.
관심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가족에 대한 애정은 묻어나지 않았다.
아이는 부모님이 갖는 관심과 사랑, 칭찬보다는
부정적인 것만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자신의 세계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사진을 미워하고 싫어한다고 항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는 자기를 가장 미워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란 것을 모른채….
장면2. 엄마가 살아가는 세상
야간 일을 끝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상담자를 만나러 왔을 엄마의 표정은 무거웠다.
아이가 왜 자꾸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상황을 물으셨다.
“아이가 자신을 아주 부정적으로 지각하고
약간의 우울증세가 있어서 걱정입니다.”
“집에서 칭찬도 많이 하고 가족들과 함께 보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최근에는 이유 없이
동생을 때리기도 해요.(눈물을 흘림)“
“(…침묵…)승희는 가족과 함께 보낸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말하던데 놀랍네요.”
“그래요? 정말 알 수 없어요.
아빠도 저도 승희가 원하는 것을 대부분 들어주고 있어요.“
승희가 가족에 대해 느끼는 것을 엄마에게 말씀드렸더니 많이 놀라셨다.
남편과 함께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어려운 형편이지만 놀이동산도 가고 외식도 하는데
갈수록 신경질이 늘어난다고 하였다.
“혹시 어릴 때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 일에 대해서 물었더니 승희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신데요?”
“승희가 6살 때 40여 분가량 때린 적이 있어요.
꼼짝도 하지 않고 맞다가 쓰러졌어요.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은 안 하구요.“
“무엇 때문에 때리셨는지요.”
“남편 일이 잘 안 풀려 힘들 때 아이가 아버지한테
심하게 집착한다는 이유로 때렸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화풀이를 한거 같아요.
때리다가 도저히 안 돼서 아이를 안았어요.“
“그 일은 승희에게 충격적이었을 것 같네요.
대여섯 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들이 아버지를 좋아하고
따르는 것은 당연한 건데, 어머니가 심하셨네요.
그 일에 대해서 승희랑 이야기를 나눠 보셨어요?“
“미안한 마음이 많이 있어서 물어봤더니
기억 안 난다길래 그냥 넘어갔어요.“
“기억이 안 난다고 해도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죄책감과 미안함을 가지고 기억하고 있는 그 사건은
승희에게 큰 상처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것이 원인일 거라는 추측을 엄마도 이전부터 하고 있었던 듯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으며
가족이 아이 중심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ㄷ은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한 아이 중심이었다.
그것을 아이가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데도
계속 엄마의 방식대로 애정을 쏟아 부었던 것이다.
면3. 함께 만드는 세상
“엄마, 너무 힘들어요. 공부에 대한 기대가 너무 부담이 돼요.
어마가 때리는 것도 싫고 무서워요.“
“공부는 네가 좀 더 열심히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강요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할까?“
“부담을 너무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 학원을 좀 줄이도록 하자.
그리고 요즘은 너를 때린 적이 없는데 좀 억울하다.“
“지난번에 컴퓨터 많이 한다고 때렸잖아요?”
“그땐 네가 좀 심하게 오래 했었어.”
“그래도 맞는 건 싫어요.”
“그래. 다음부터는 말을 먼저 할게.
그리고 넌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6살 때 너를 많이 때린 것이 지금도 미안해.
그때는 엄마가 화가 나서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못했어.
니가 친구들과 잘 못 지내는 것이
그 일 때문이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프다. 미안하다.“
“그랬어요?”
“응. 그때 아빠 사업도 잘 안되고, 나도 아이를 가져서 힘든데,
네가 아빠한테 계속 집착하고 잠도 같이 자려고 하고 그래서
화가 나서 좀 오래 때렸어.
넌 끝까지 잘못했다고 하지 않고 쓰러졌어.“
“그랬으면 많이 힘들었겠네요.”
“정말 미안하다. 잘못했다.”
“엄마! 잘 기억나진 않지만 사과는 받아들일게요.”
부처님께서는 자기 사진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하셨다.
승희와 엄마는 각자가 소중한 자신이 관점과 생각도 소중하므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한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이 자신의 세계에 갇혀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도 흔히 일어난다.
기억나는 사건 중에 가장 어렸을 때의 일은 무엇인가요?
그때 어떤 기분이나 생각, 느낌이 들었습니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위 질문에 대해 답해 보라.
그 사건이나 그 사건에서 여러분이 느낀 감정은
크든 작든 여러분의 현재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것과
부처님이 말씀하신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삶의 차이점은 뭘까?
“자신이 가장 소중한 것처럼 타인도 가장 소중한 존재다.”라는
부처님 말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세계에 갇히게 되면 타인을 볼 수 없다.
자신의 세계만이 진리며 답이기 때문에
타인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수용할 때
비로소 타인을 만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각자의 세계에 갇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정하고 나면 확신하고 있던 생각이나 관점,
느낌이 내게서 일어난 것임을 알게 된다.
나는 여름을 좋아합니다.
이것은 내 느낌이고 이것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집니다.
나는 ○○의 우유부단함을 싫어합니다.
이것은 제 생각이고 이것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집니다.
저는 활발하게 웃는 ○○를 좋아합니다.
이것은 제 느낌이고 이것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집니다.
저는 에어컨 바람을 싫어합니다
건강에도 안 좋고 냉방병도 일으켜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 것은 제 생각이므로 이것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집니다.
이러한 생각, 느낌을 가지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들이니까.
문제는 그것을 진리로 확신하여 타인에게 강요한다는 데 있다.
“구부러진 소나무를 보고 굽어서 마음에 안 든다고 궁시렁거리거나
펴려고 애를 쓰는 존재는 인간 말고 그 어떤 존재도 없다.“는
어떤 스님의 말씀이 들린다.
그것 역시 나의 관점이고 생각이지만
그것이 진리라고 확신하며 불평불만을 터뜨리거나 고치려고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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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7-08-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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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