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나무 숲을 아름답게 하는 이들
아침부터 살라나무 숲이 소란스럽습니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박가(Bhagga)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릿차위(Licchavi) 왕족들이 손에 가득
공양물을 들고 줄지어 숲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선정에 들었던 벗들 역시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나뭇잎으로 지붕을 엮은
부처님 처소로 향합니다.
몇몇은 행여 앞자리를 놓치면 어쩌나 싶어
들뜬 표정으로 종종걸음을 치고,
또 몇몇은 아는 신자라도 있는지 친분을 과시하며
큰 소리로 떠들썩하게 인사를 나눕니다.
그들의 속내를 압니다.
오늘 같은 날 부처님 곁에서 자리를 지키면
필요한 물품들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떨어지고 헤어진 옷을 입은 이들은
새 옷감을 얻을 것이고,
깨어지고 이빨이 빠진 발우를 가진 이들은
새 발우를 마련할 것이며,
병으로 심신이 지치고 허약한 이들은
기름진 음식과 약을 얻을 것입니다.
아무리 수행자라지만 육체를 가지고 있는 한
옷과 음식과 약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청정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보시할 기회를 주는 것 역시
재가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그것까지 탓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벗들 가운데는 추위를 피할 옷이 있는데도
부드럽고 가벼운 옷을 탐하고,
음식을 담기에 충분한데도
화려한 조각이 새겨진 그릇을 탐하고,
홀로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면 되는데도
부러움과 존경의 눈길을 기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수행자에겐 이 욕심보다,
이 육신을 지탱하게 하는 옷과 음식보다
더욱 소중히 보호하고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걸 망각하고 있습니다.
수행자들이 부처님을 따르며
늘 가까이 모시는 까닭은 훌륭한 옷과 음식,
그리고 많은 이들의 공경을 받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송아지가 어미 소 곁을 맴돌듯
수행자가 부처님을 늘 가까이하는 까닭은
계율과 선정과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서입니다.
끊임없이 고통을 초래하는 무지와 탐욕의
사슬에서 영원히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청정한 삶으로 이끄는 참된 계율,
평온으로 이끄는 선정,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부산한 번뇌를 단박에 잘라버리는 날카로운
지혜가 모두 부처님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 제자들을 늘 가까이 하는 까닭 역시
열반으로 이끄는 계율과 선정과
지혜를 전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부처님 곁에서
재가자들의 존경과 공양을 탐하는
벗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임금의 수레를 끄는 노예에게 백성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까닭은 임금의 권위와 능력을
존경하기 때문이지 수레를 끄는 노예의
권위와 능력 때문은 아닙니다.
번뇌와 사슬을 끊고 스스로 당당한
법왕의 지위를 얻을 생각은 하지 않고,
주인의 명예와 이익을 도둑질하는 노예의 마음을
가진 벗들을 보면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부산한 움직임과 소란스러움에
선정의 고요함이 깨져버렸습니다.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와 발우를 들고
숲 속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웅성거림이 멀어지고
새들의 노랫소리가 다시 살아날 무렵이었습니다.
오른쪽으로 갈래진 오솔길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행여 가을볕을 즐기던 사슴을 놀라게 한 건
아닌가 싶어 걸음을 멈췄습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그치지 않고
점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있지도 않은 존재를 떠올리는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를 거두고,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낙엽이 밟히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곧 소리의 주인공들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선량하고 현명한 벗 마하목갈라나(Maha Mogallana),
마하깟짜야나(Maha Kaccana),
아누룻다(Anuruddha)였습니다.
걸음을 멈춘 마하목갈라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존자여, 어디로 가는 길이십니까?”
거룩하신 마하목갈라나께 고개 숙여
합장하고 말씀드렸습니다.
“날카로운 가시를 피해 도망치는 중입니다.”
저의 속내를 읽으셨는지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말씀하셨습니다.
“저 역시 날카로운 가시의 아픔을
견디지 못해 도망치는 길입니다.”
무엇이든 샅샅이 파헤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깟짜야나가 한 발 앞으로 나섰습니다.
“수수께끼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두 분께서 말씀하신 ‘가시’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뒤따르던 아누룻다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깟짜야나, 두 분께서 말씀하신 가시란
곧 소란스러움을 말합니다.
쓰라린 상처와 아픔을 남기는 가시처럼
부산한 소리들은 선정을 방해하고 선정을 깨트립니다.”
핵심을 꿰뚫는 아누룻다의 안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훌륭합니다, 아누룻다.
신들의 눈으로 온 세상을 낱낱이 살피는 당신께
육신의 두 눈은 진정 거추장스러운 살덩이일 뿐입니다.”
깟짜야나가 가볍게 손뼉을 쳤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시’라고 말씀하셨다면
가시는 그것만이 아니지요.”
나긋한 목소리로 깟짜야나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또 무엇이 가시가 될까요?”
늘 똑똑 부러지는 깟짜야나가
손가락을 꼽아가며 목청을 높였습니다.
“선정을 닦는 사람에게는 날카로운 소리가 가시가 되고,
계(戒)를 지키는 사람에게는 계를 범하는 것이 가시가 되고,
모든 근(根)을 보호하는 사람에게는
몸을 치장하는 것이 가시가 되고, 부정관(不淨觀)을 닦아
익히는 사람에게는 청정하다는 생각이 가시가 되고,
자애로운 마음[慈心]을 닦아
익히는 사람에게는 분노가 가시가 되고,
금주하는 사람에게는 술을 마시는 것이 가시가 되고,
범행(梵行)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여인을 보는 것이 가시가 됩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열반으로 향하는 길을 장해하고,
갖가지 슬픔과 고통을 초래합니다.
초선(初禪)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소리가 가시가 되고,
제2선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각(覺)과 관(觀)이 가시가 되며,
제3선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기쁨[喜]이 가시가 되고,
제4선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들숨과 날숨이 가시가 됩니다.
또한 공무변처(空無邊處)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물질이 있다는 생각이 가시가 되고,
식처(識處)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공하다는 생각이 가시가 되며,
무소유처(無所有處)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인식일 뿐이라는 생각이 가시가 되고,
무상처(無想處)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가시가 되며,
상지멸정(想知滅定)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사고와 지각이 가시가 됩니다.”
마하목갈라나께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나의 한 마디를 깟짜야나는 백 마디로 풀어
설명할 줄 안다고 부처님께서 칭찬하시더니,
역시 깟짜야나의 논변은 누구도 따르지 못하겠군요.”
그리고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마하깟사빠(Maha Kassapa), 가시에 찔리고 나서야
아픔을 아는 우리는 둔한 사람들입니다.
정말 영리한 사람은 찔리기 전에 미리 피하는 법이지요.
우리는 지금 그 영리한 사람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영리한 분이 누구인지 말씀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범천처럼 당당한 마하목갈라나의 뒤를 따라
숲 속 깊은 곳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처럼 지혜롭고 온화한 벗들과 깊은 숲 오솔길을
함께 걷는 것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행복입니다.
새들의 그림자마저 끊긴 한적한 곳까지 한참을 걸었습니다.
멀리 소뿔처럼 튼튼한 가지를 뻗은
커다란 살라나무 숲이 나타났습니다.
그 숲 속에 새하얀 꽃잎을 방석으로 삼고
깊은 선정에 잠긴 한 비구가 보였습니다.
사리뿟따(Sariputta)이셨습니다.
우리는 발걸음 늦춰 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다가갔습니다.
사리뿟따는 행여 선정을 방해한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를 온화한 목소리로 한 순간에 가셔주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벗들이여.”
인사말을 나누고 곁에 자리한 마하목갈라나께서
사리뿟따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리뿟따, 당신은 늘 우리가 찾아오게 만드는군요.”
가벼운 웃음으로 숲의 화사함이 더욱 빛났습니다.
아누룻다가 말을 이었습니다.
“가시를 피해 도망친 사람이 저희만은 아니군요.
저기 아난다(Ananda)와 레와따(Revata)도 옵니다.”
멀리 두 수행자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아누룻다의 말대로 그들은 아난다와 레와따였습니다.
사리뿟따는 두 벗을 반갑게 맞으며 물으셨습니다.
“이곳까지 어쩐 일들입니까, 혹 세존께서 찾으십니까?”
“아닙니다. 왕족들의 방문으로 이리저리 부산하던 차에
숲 속으로 모습을 감추는 마하깟사빠 존자를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하목갈라나, 마하깟짜야나,
아누룻다께서도 보이지 않으시더군요.
사리뿟따 존자께 가셨을 게 분명하다
싶어 이렇게 레와따와 뒤를 쫓았습니다.”
법의 창고를 지키는 용감한 장수 사리뿟따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지혜의 보석을
한 움큼씩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잘 왔습니다, 현자 아난다여.
당신은 세존의 시자로서 세존의 뜻을 잘 알아차리고,
늘 세존과 청정한 수행자들의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내 이제 현자 아난에게 묻겠습니다.
이 살라나무 숲은 참 아름답습니다.
밝은 달이 뜨는 밤이면 살라나무 꽃들이
미묘한 향기를 풍기는 것이 마치 하늘나라 같습니다.
아난다여, 어떤 비구가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을까요?”
아난다가 합장하고 대답했습니다.
“존자 사리뿟따여, 부처님의 말씀은
처음도 훌륭하고 중간도 훌륭하고 마지막 또한 훌륭하며,
의미도 갖춰져 있고 그 표현 또한 적절합니다.
그 가르침을 부지런히 배우며 그것을 잘 기억해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비구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음미하고 관찰하여
그 의미를 밝게 통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비구가 설명하는 법은 간단하고 긴요하며
빠르고 날카로워 모든 번뇌를 끊게 합니다.
존자 사리뿟따여, 그런 비구라면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훌륭합니다, 아난다.
그런 비구라면 이 살라나무 숲은 더욱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럼 현자 레와따에게 묻겠습니다. 그대가 말씀해 보십시오.
이 살라나무 숲은 참 아름답습니다.
밝은 달이 뜨는 밤이면 살라나무 꽃들이
미묘한 향기를 풍기는 것이 마치 하늘나라 같습니다.
레와따여, 어떤 비구가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을까요?”
레와따가 합장하고 대답했습니다.
“존자 사리뿟따여, 고요히 앉아 부산한 마음의
움직임을 멈추기를 좋아하는 비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좌선을 그만두는 범이 없기에 관(觀)을 성취하고,
늘 한가한 곳에서 지내기를 좋아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해 평온하고 안락합니다.
존자 사리뿟따여,
그런 비구라면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훌륭합니다, 레와따. 그런 비구라면
이 살라나무 숲은 더욱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럼 존자 아누룻다께 묻겠습니다.
그대가 말씀해 보십시오.
이 살라나무 숲은 참 아름답습니다.
밝은 달이 뜨는 밤이면 살라나무 꽃들이
미묘한 향기를 풍기는 것이 마치 하늘나라 같습니다.
아누룻다여, 어떤 비구가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을까요?”
아니룻다가 대답했습니다.
“존자 사리뿟따여, 천안통(天眼通)을 얻고
천안통을 성취하여 온 세계를 조그마한 방편으로
잠깐 동안에 다 보는 비구들이 있습니다.
눈이 밝은 사람이 높은 누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그들은 온갖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손쉽게 보고 압니다.
존자 사리뿟따여, 그런 비구라면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훌륭합니다, 아누룻다. 그런 비구라면
이 살라나무 숲은 더욱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럼 존자 깟짜야나께 묻겠습니다.
그대가 말씀해 보십시오.
이 살라나무 숲은 참 아름답습니다.
밝은 달이 뜨는 밤이면 살라나무 꽃들이
미묘한 향기를 풍기는 것이 마치 하늘나라 같습니다.
아누룻다여, 어떤 비구가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을까요?”
마하깟짜야나가 대답했습니다.
“존자 사리뿟따여, 무엇을 묻는 지 그 핵심을 잘 파악해
적절한 비유를 담아 민첩하게 답해주는 비구들이 있습니다.
존자 사리뿟따여, 심오한 아비담(阿毘曇)을 자유자재로 논하는
그런 비구라면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훌륭합니다, 마하깟짜야나. 그런 비구라면
이 살라나무 숲은 더욱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럼 존자 마하깟사빠께 묻겠습니다.
그대가 말씀해 보십시오.
이 살라나무 숲은 참 아름답습니다.
밝은 달이 뜨는 밤이면 살라나무 꽃들이
미묘한 향기를 풍기는 것이 마치 하늘나라 같습니다.
마하깟사빠여, 어떤 비구가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합장하고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존자 사리뿟따여, 스스로 번잡한 일 없이 지내고
번잡한 일 없이 조용히 지내는 삶을 찬탄하며,
스스로 욕심을 줄이고 욕심을 줄인 소박한 삶을 찬탄하며,
스스로 만족할 줄 d라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찬탄하며,
스스로 멀리 떠나 홀로 살아가고 멀리 떠나
홀로 살아가는 삶을 찬탄하며,
스스로 부지런히 수행하고 부지런히 수행하는 삶을 찬탄하며,
스스로 바른 집중과 바른 지혜를 세우고
바른 집중과 바른 지혜를 세우는 삶을 찬탄하며,
스스로 선정을 얻고 선정을 얻은 사람들을 찬탄하며,
스스로 지혜롭게 행동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을 찬탄하며,
스스로 모든 번뇌를 없애고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한 사람들을 찬탄하며,
신심을 일으켜 성취하고 기뻐하며
신심을 일으켜 성취하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찬탄하는 비구들이 있습니다.
존자 사리뿟따여, 그런 비구라면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훌륭합니다, 마하깟사빠.
그런 비구라면 이 살라나무 숲은 더욱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럼 존자 마하목갈라나께 묻겠습니다. 그
대가 말씀해 보십시오.
이 살라나무 숲은 참 아름답습니다.
밝은 달이 뜨는 밤이면 살라나무 꽃들이
미묘한 향기를 풍기는 것이 마치 하늘나라 같습니다.
존자 마하목갈라나여, 어떤 비구가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을까요?”
존자 마하목갈라나가 대답하셨습니다.
“존자 사리뿟따여, 큰 위덕이 있고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으며,
자재하기 한량없는 큰 신통력을 가춘 비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한량없는 신통력으로 하나를 변화시켜
여럿을 만들기도 하고, 여럿을 합해 하나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며,
돌로 된 벽도 허공처럼 뚫고 지나가고,
물속을 드나들듯 땅속을 드나들며,
땅을 밟듯 물 위를 걷고, 새처럼 허공을 날기도 합니다.
존자 사리뿟따여, 그런 비구라면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훌륭합니다, 마하목갈라나.
그런 비구라면 이 살라나무 숲은 더욱 아름다울것입니다.”
사리뿟따의 미소 속에서 침묵이 흘렀습니다.
가을 햇살처럼 투명한 그 침묵을 깨고
마하목갈라나께서 사리뿟따 존자께 물었습니다.
"존자 사리뿟따여, 저와 여러 존자들이
자기가 아는 대로 말하였습니다.
이제 제가 당신께 묻겠습니다.
이 살라나무 숲은 참 아름답습니다.
밝은 달이 뜨는 밤이면 살라나무 꽃들이
미묘한 향기를 풍기는 것이 마치 하늘나라 같습니다.
존자 사리뿟다여, 어떤 비구가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을까요?“
사리뿟따 존자께서 합장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존자 마하목갈라나여, 마음에게 끌려 다니지 않고
마음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비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선정에 들고 싶으면 어디에서나 선정에 들어가고,
선정에서 깨어나고 싶으면 언제든 선정에서 깨어납니다.
오전에 유행할 생각이면 곧 깊은 선정에 들었다가
오전에 깨어나 유행하고, 한낮이나 해질녘에 유행할 생각이면
곧 깊은 선정에 들었다가 한낮이나 해질녘에 깨어나 유행합니다.
존자 마하목갈라나여, 마치 왕이 아름다운 빛깔과
모양새의 옷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왕은 옷장을 열고 언제든 새 옷을 꺼내 입을 수 있습니다.
오전에 입고 싶으면 오전에 꺼내 입고,
한낮이나 해질녘에 입고 싶으면
한낮이나 해질녘에 꺼내 입고,
오전에 입었던 옷을 벗고
한낮이나 해질녘에 다른 옷을 입고 싶으면
오전에 입었던 옷을 벗고
한낮이나 해질녘엔 다른 옷을 입습니다.
왕의 옷장엔 아름다운 옷이 수없이 많기에
아무리 꺼내 입어도 다함이 없습니다.
존자 마하목갈라나여, 이와 같이
마음의 노예가 아니라 마음의 주인으로서
그 마음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비구들이 있습니다.
그는 선정에 들고 싶으면 어디에서건 선정에 들고,
선정에서 깨어나 유행하고 싶으면
언제든 선정에서 깨어나 유행합니다.
오전에 선정에 들었다가 한낮과 해질녘엔 유행하기도 하고,
한낮과 해질녘에 선정에 들었다가
오전에 유행하기도 합니다. 존자 마하목갈라나여,
그런 비구라면 이 살라나무 숲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사리뿟따의 말씀에 주체할 수 없는 환희심이 솟아올랐습니다.
합장하고 귀를 기울이는 벗들의 표정 역시
가을 햇살만큼이나 빛납니다.
법의 수레바퀴를 굴리던 사리뿟따께서는
벗들의 존경스런 눈빛을 거두어
진리의 주인이신 부처님께 돌렸습니다.
“여러 존자여, 모든 법은 부처님에게서 나왔고
모든 진실은 부처님 앞에서 밝혀집니다.
이제 다함께 부처님을 찾아뵙시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자세히 말씀드리고
당신의 가르침을 들어야할 차례입니다.”
아침이슬을 밟으며 깊은 숲 오솔길을
걷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그 숲길을 꽃보다 향기로운 이들과 함께
걷는 더할 나위 없는 큰 즐거움입니다.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