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물을 마신 마하깟사빠
눅눅한 습기를 말리는 파삭한
햇살이 동굴로 기어듭니다.
이제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입니다.
다시 허리를 곧추세우고 길게 호흡을 고릅니다.
육체와 감정과 의식은 등잔의 불꽃처럼
작은 바람에도 요란하게 흔들립니다.
고통과 번민을 초래하는 그 심란한 몸부림을
길고 부드러운 호흡으로 잠재우고
너무도 분명한 눈앞의 광명에 초점을 맞춥니다.
겨자씨만한 그 빛은 나의 주의력으로 그 찬란함을
더해 콩알 만해지고 점점 커져 온 시야를 덮습니다.
그렇게 온 세상을 가득 채우면 심란한 등잔불
그림자들은 자취를 감춥니다.
그 찬란한 빛 속에서 세상을 찬찬히 둘러봅니다.
“오늘은 어디로 걸식을 가야할까…….
오늘은 라자가하 남쪽 성곽 아래,
버려진 자들이 사는 언덕으로 가리라.”
나와 그들 모두에게 좋은 인연이 되리란 확신이 든 다음,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습기로 눅눅해진 풀 자리를 걷어 마른 햇살에 널어 말리고,
동굴 바닥을 깨끗이 정리하고 나서 긴 누더기를
아랫단이 가지런하도록 고쳐 입었습니다.
그리고 소중한 발우를 두 손에 받쳐 들고
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삡팔리 동굴(Pipphaliguha)을 나섭니다.
이제 이 동굴에 미련을 둘만한 ‘나의 물건’은 무엇도 없습니다.
거친 바윗길을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려와
싱그러운 삡팔라숲을 천천히 거닙니다.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행복한 시간을 모든 생명체들과 함께합니다.
드넓은 대지 위
의식이 있는 것이건 의식 없는 것이건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들이여
모두 행복하소서.
인근 정사에서 지내는 벗들 역시
라자가하로 향한 아침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하늘을 가르는 기러기 떼처럼 흐트러짐 없는
벗들의 행렬을 바라보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무리지은 벗들을 위해 길가로 비켜 길을 내어줄 때였습니다.
온화한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며 지나는 많은 장로들 틈에서
몇몇이 눈살을 찌푸리며 코를 감아쥡니다.
아마 이 누더기 때문일 겁니다.
그들의 표정이 못마땅합니다.
화려한 빛깔과 부드러운 촉감 속에서
행복을 찾는 세상 사람들이
그러는 것이야 얼마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오욕의 쾌감을 버리고 열반의 평온함을 찾는
수행자들 마저 곁눈질로 바라보고 입을 삐죽거립니다.
부처님께서 가볍고 부드러운 옷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하신 것은,
신자들이 스님들께 올리는 공양으로 신심을 키우고
청정한 삶과 인연을 맺게 해줄 요량으로 그런 것입니다.
그런 부처님 뜻을 망각한 채 부자들이나 입는 모직물에
갖가지 모양새로 멋까지 부리는 벗들을 보면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픕니다.
그들은 이 누더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있습니다.
벌써 오래 전 일입니다.
저는 마가다국 마하띳타(Mahatittha)의
부유한 바라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부유함만 따지자면 마가다의 빔비사라 왕도
저의 집만큼 넉넉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여 자란 저는 어린 시절부터
출가수행자의 삶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외동아들만 바라보는 부모님을
두고 차마 떠날 수 없었습니다.
스무 살 되던 해,
결혼을 권유하는 부모님의 성화를
견디다 못해 저는 말씀드렸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살아계시는
동안 제가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는 출가할 생각입니다.
저는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그 뜻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 맛다(Madda)국의
밧다 까빌라니(Badda Kapilanl)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그녀 역시
어려서부터 출가수행에 뜻을 둔 여인이었습니다.
서로의 뜻을 확인한 우리 두 사람은 매일 밤
꽃다발을 사이에 두고 잠이 들었습니다.
몇 해를 다정한 부부로 살면서 한 번도
꽃다발이 헝클어지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감히 져버릴 수 없는
은혜를 베풀어주시던 부모님도 돌아가셨습니다.
수많은 토지와 재산을 관리하며
부산한 나날을 보내던 어는 날 풍문에 듣게 되었습니다.
“모든 고뇌를 벗어난 일체지자가 출현했다.
신들과 인간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꺄족의 성자가
라자가하에서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리고 있다.”
은혜와 원한이 뒤엉킨 세속 생활은
‘불난 초가집’과 같았습니다.
그곳에 평안은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아내와 전 약속이나 한 듯 서로의 머리를 깎아주었습니다.
궁궐처럼 화려한 집과 재산을 친척과 하인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입던 옷에 밥그릇 하나만 들고
조용히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뒤를 따르던 아내와 갈림길에서 이별하였습니다.
“밧다, 우리는 이제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함께 길을 걷는 건 적당치 않습니다.
이젠 그대와 헤어질 시간입니다.
누이여, 먼저 길을 고르십시오.”
“당신은 남자니 오른쪽 길을 가십시오.
저는 여자니 왼쪽 길을 가겠습니다.”
먼저 등을 보인 아내는 애써 가벼운
걸음으로 성큼성큼 멀어졌습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짐했습니다.
‘완전한 지혜를 가진 성자를 꼭 만나리라.
청정한 삶을 반드시 성취하리라.’
라자가하에 있다는 사꺄족 성자를
마음에 그리며 며칠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고단한 다리를 재촉하며 날란다(Nalanda)를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길가 나무 아래에 앉은 한 수행자 곁을 지나다
전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분은 저무는 햇살에 온몸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평온함이 얼굴에 가득했습니다.
‘저분이시다.’
저는 한눈에 알아보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합장하고 조용히 말씀드렸습니다.
“당신은 저의 스승이십니다.”
가볍게 눈을 뜬 그 분은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솟구치는 환희를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연꽃 같은 두 발에 머리를 조아리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까삘라(Kapila)와 수마나데위(Sumanadevl)의 아들,
깟사빠(Kassapa,迦葉) 종족 삡빨리입니다.
당신은 진정 저의 스승이십니다.
저는 영원히 당신의 제자입니다.”
그분은 브라흐마의 음성처럼 장중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은 진실한 분이군요.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고,
보지 못했으면 본 척하는 거짓된 스승이
당신처럼 진실한 사람의 예배를 받는다면
그의 머리는 일곱 조각으로 깨어질 것입니다.
나는 모르면서 아는 척하거나 보지 못했으면서
본 척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보십시오,
그대의 예배를 받고도 터럭 하나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실대로 보았기에 알고 본다고 말하는 나는
그대의 예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깟사빠. 나는 그대의 스승이고
그대는 나의 제자입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라자가하의 웰루와나(Veluvana)에
머무시던 부처님께서는 저를 맞으러
홀로 날란다까지 마중 나오셨던 겁니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일주일 동안
식사와 잠자리를 함께하며 숲을 거닐었습니다.
스승을 찾은 전 평소 품었던 갖가지 의문을
폭포수처럼 쏟아내었습니다.
스승께서는 서두름 없이 의문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헤쳤습니다.
보고 들은 갖가지 현학적 지식으로 치장을 하고,
날카로운 언변술로 고집스럽게 방어해보았지만
저의 주장은 산산이 부서져버렸습니다.
번번이 말이 막히자 마음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자존심과 교만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놀랄 일이었습니다.
빈정거림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교만은
얼굴을 붉히고 소리를 질렀으며,
무례하게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기까지 하였습니다.
교만과 자존심의 힘은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조금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지의 열기를 식히는 소나기처럼,
땀을 씻는 바람처럼 상쾌하고 부드러운
당신의 말씀에 저의 분노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기 일쑤였습니다.
금강처럼 날카로운 지혜의 칼날 앞에서
저의 독단과 편견의 사슬은
낡은 실오라기처럼 잘려나갔습니다.
전 드디어 텅 빈 지식의 곳간을 내보이며
초라한 패배자의 모습으로 고백했습니다.
“스승이시여, 저는 이제 당신에게 보일만한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깟사빠, 당신의 창고를 지키려고,
또 채우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당신의 창고에
들어있는 것들은 모두 생겼다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본래 당신 것이 아니었고,
또 영원히 당신 것일 수도 없습니다.
소나기 끝 무지개처럼 허망한 것들을
나의 것이라고 집착하는 한,
당신에게 진정한 평온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동쪽 도시로 가려고 하면서
서쪽으로만 내달리는 사람처럼,
전 여태 바보짓만 했던 것입니다.
지금껏 제가 한 노력은 그리도 바라던 청정하고
평온한 삶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도리어 진리의 길에서 스스로 멀어지는 몸짓일 뿐이었습니다.
아, 저는 드디어 길을 찾았습니다.
저는 마음의 빗장을 활짝 열고
당신의 말씀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 저의 믿음을 확인하신 부처님께서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씀해 주셨습니다.
“깟사빠, 나의 몸, 나의 지식,
나의 재물, 나의 명예라는 생각을 버리십시오.
그 몸과 지식과 재물과 명예에 대한
탐착을 깨끗이 태워버리고, 토해내고, 멀리 떠나십시오. 그
렇게 하여 뒤도 돌아보지 않게 되었을 때,
그리고 희구하던 참다운 평온과 청정한 삶이
무엇인지 그대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지침에 따라 몸의 낱낱 부위를 하나하나 관찰하고,
감정과 지식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쳤습니다.
그리고 8일째 되던 날,
모든 탐착과 갈애와 무지의 사슬을 스스로 깨트렸습니다.
더 이상 나를 얽어맬 번뇌와 집착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부처님은 다시 한 번 당부하셨습니다.
“깟사빠, 그대는 신분의 우월함을 버리고,
선배와 후배와 동료들 사이에서
항상 신중함을 보여야 합니다.
깟사빠, 그대는 식견의 우월함을 떨치고,
어떤 법을 듣건 귀를 기울이고
마음에 새기며 깊이 사유해야 합니다.
깟사빠, 그대는 탁월한 재능에 대한 자만심을 버리고,
항상 게으르지 말며 즐거운 마음으로 부지런히 수행해야 합니다.”
당신을 따라 라자가하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잠시 휴식을 취하러
숲으로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저는 재빨리 옷을 벗어 네 겹으로 접은 다음
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에 깔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곳에 앉으십시오.”
미소를 보이고 자리에 앉은 부처님이
가사의 끝자락을 매만지며 말씀하셨다.
“그대의 옷은 참 부드럽군요.”
기다렸든 당신의 말씀에 곧 합장하고 청하였습니다.
“이 가사를 세존께 바치고 싶습니다.
저를 가엾이 여겨 받아주소서.”
“그대는 어쩌구요?”
“세존께서 입으신 가사를 제게 주십시오.”
웃음을 보이며 당신의 가사를 저에게 주셨습니다.
그건 묘지에 버려진 헝겊으로 만든 분소의였습니다.
낡고 헤지고 무겁고 모양새 없는 그 누더기를 물려받고
저는 환희에 넘치는 목소리로 당신 앞에서 맹세하였습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숲과 들에서 살겠습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걸식한 음식만 먹겠습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고 차례차례 걸식하겠습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하루에 한 끼만 먹겠습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발우 안에 든 음식만으로 만족하겠습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정오가 지나면
과실즙이나 사탕 따위도 먹지 않겠습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분소의만 입겠습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세 벌의 정해진 옷 외에
절대 소유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무상관(無常觀)을
닦으며 무덤가에서 살겠습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나무 아래에서 생활하겠습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공터에서 좌선하겠습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밤에도 눕지 않고 앉아서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당신이 물려주신 분소의를 기워 입고,
아란야에서 생활하면서 저는 고요하고
안락한 삶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몇몇 어린 벗들은 아직 모릅니다.
이 몸을 유지하는 좋은 약이라 생각하며 음식을 받고,
훌륭한 가르침을 성취한 성자가 되기 위해 그 음식을 받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가르침을 전할 인연을 맺기 위해 음식을 받고,
그들에게 선량하고 훌륭한 생각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 음식을 받는다는 것을 아직 모릅니다.
맛있고 맛없는 음식을 가리고,
기름진 음식을 보시하는 부잣집을 찾아다니고,
정성스런 보시를 볼품없다며 거절하고,
때론 ‘이런 음식을 누가 먹느냐’며 화까지
내는 벗들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어느덧 발길이 남쪽 성곽 아래에 다다랐습니다.
이곳은 나병환자들, 오갈 곳 없는 노인과 어린아이들이
성곽에 기대 거적때기를 엮어 움막을 치고 살아가는 곳입니다.
버려진 오물만큼이나 냄새나고 지저분한 이들이 사는 이곳에는
아무도 찾는 이가 없습니다.
한 포기 풀보다 가련한 삶을 사는 저들에게 한 줌 위안이라도
되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주위를 둘러 볼 때였습니다.
때마침 성안에서 항아리를 지고 나온
젊은 아낙이 언덕 아래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할머니.”
그 소리를 기다렸단 듯이 노파 하나가 쓰레기
틈에서 몸을 일으켰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저 쓰레기 조각의
일부인 줄 알았을 겁니다.
노파는 주위를 더듬거려 깨어진 항아리를 잡더니
뼈마디가 불거진 새까만 팔을 아낙을 향해 뻗었습니다.
언덕 위 아낙은 능숙한 솜씨로 언덕 아래로 항아리를 비웠습니다.
음식찌꺼기가 뒤섞인 구정물이었습니다.
노파는 희멀건 눈동자를 들어 아낙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쓰레기 더미 틈바귀로 기어들어갔습니다.
그곳이 그의 움막이었습니다.
저는 천안(天眼)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노파는 오늘 운명할 것입니다.
노파의 움막으로 다가가 그 앞에 섰습니다.
“할머니.”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움막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찢어진 천으로 겨우 가슴만 가린 노파는
땅에 쓰러져 힘겨운 숨을 토하고 있었습니다.
움막 안에는 이슬을 가릴 천 조각도,
밥그릇도, 수저도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항아리조각만 가득했습니다.
항아리마다 구정물이 악취를 풍기고 있는 것으로
보아 며칠은 묵은 듯 보입니다.
“할머니.”
노파는 힘겹게 눈을 떴습니다.
초점을 잃은 희멀건 눈동자에 눈곱이 가득했습니다.
“오, 성자여.”
노파는 무릎을 당기고 땅에 엎드려 합장하였습니다.
저는 정중하게 부탁했습니다.
“저에게 음식을 나눠주실 수 있겠습니까?”
“성자여, 저에겐 보시할 음식이 없답니다.”
노파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힘도 없어보였습니다.
전 다시 정중히 부탁했습니다.
“당신이 드실 음식이 앞에 있지 않습니까?
그 음식을 나눠주실 수 있겠습니까?”
“성자여, 이건 구정물입니다.
악취가 나고 더러워 사람이 먹을 수 없답니다.”
“당신도 잡수지 않습니까?
여인이여, 부디 저에게 음식을 나눠주십시오.”
노인은 힘겹게 항아리를 들어
발우 가득 구정물을 부어주었습니다.
저는 그 구정물을 그 자리에서 천천히 마셨습니다.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마시고 발우를 내려 놓았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전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축원하였습니다.
“인색한 마음을 버리고 보시한 공덕은 한량이 없습니다.
여인이여, 당신도 저와 같은 열반의 평온함을 누리소서.”
“성자께 보시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 소원이 있으면 말씀해 보십시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노파가
기운을 차리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쓸어내리고 합장했습니다.
“저의 삶은 고달프고 초라했습니다.
다음 생에는 좋은 세상에 태어났으면 합니다.”
전 옷깃을 가다듬고 다시 축원하였습니다.
“오랜 세월 제가 지은 모든 공덕의 힘으로
이 여인이 도리천에 왕생하게 하소서.”
노파는 땅에 엎드려 저의 두발을 잡고 절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합장한 채 숨을 거둔 그녀의 얼굴엔
기쁨의 눈물이 가득했습니다.
발우를 거두고,
아랫단이 가지런하도록 누더기를 바르게 입고,
다시 바위산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그리고 축원하였습니다.
드넓은 대지 위
의식이 있는 것이건 의식 없는 것이건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들이여
모두 행복하소서. | 
이 름
